검찰 , 박근혜 전 대통령 21일 피의자 신분 소환 통보
검찰은 대통령에서 자연인으로 신분전락한 박근혜씨에게 21일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공식 통보했다.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은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번에는 소환 조사 등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방침이어서 조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에게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수남 검찰총장과 박 전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의 국정농단과 이권 추구를 적극적으로 도운 점이 인정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3가지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지난해 10∼11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등을 공모한 피의자라고 보고, 8가지 혐의 사실을 최씨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수사를 이어받은 박영수 특검팀은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5개 혐의를 추가했다. 앞서 1기 특수본과 특검팀 모두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해 방문조사를 시도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박 전 대통령 측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결국 이뤄지지는 못했다. 당시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누리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어서 검찰과 특검 모두 경호와 예우 문제 등을 두루 고려해 방문조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헌재의 파면 조치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짐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일반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직접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전과 달리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소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손범규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 응해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며 "검찰이 오라는 날에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누가 조사하나?
이번 조사가 이뤄진다면 박 전 대통령은 수십 년 지기인 최순실이 조사를 받은 서울중앙지검 705호 영상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 조사에는 관련 수사를 이끌어온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48·연수원 27기),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47·연수원 28기)이 동시 투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특별수사본부 2기를 꾸리면서 3가지로 주요 수사 대상을 나눴다.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이 중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형사8부가, 삼성 외 다른 대기업들의 뇌물공여 의혹을 특수1부가 맡았다. 특수1부와 형사8부는 작년 10∼12월 1기 특수본 때도 미르·K스포츠재단 기업 강제 모금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을 맡으며 주축으로 활약한 바 있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검사는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이던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특수본의 마지막 핵심수사 대상인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등 혐의는 첨단범죄수사2부(이근수 부장검사)가 전담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소환 당일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 아래 삼성동 사저에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한다. 검찰 청사 현관에 도착해선 포토라인에 잠시 섰다가 7층 형사 8부 영상녹화조사실인 705호에서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출석해 조사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수사 책임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나 노승권 1차장검사(검사장급)가 조사에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인사나 면담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전대통령, 혐의 강하게 부인할 것으로 예상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최종 의견서 등을 통해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더라도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걸친 광범위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 전 대통령은 12일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언급해 헌재 결정 불복 뜻을 시사하면서 향후 치열하게 법적인 다툼을 벌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은 소환 조사 이후 뇌물수수 혐의액이 430억원대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방안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점도 신병처리 결정에 참고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검찰은 5월 초 치러질 대통령 선거 영향을 고려해 신병처리 및 기소 시기를 대선 뒤로 미루는 방안도 일단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