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 전 대통령 이번 주 소환 검토 중
검찰은 이제 ‘자연인’ 신분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르면 이번 주 소환 통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전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우려해 ‘계좌·통화 내역 조회→청와대·사저 압수수색→피의자 신분 소환’으로 이어지는 ‘강제 수사’를 이른 시점에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날 “검찰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속도전을 펴는 것은 국정농단 혐의 수사를 마무리짓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는 게 불가피한 데다 3월을 넘기면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들어가 수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언론에 전했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강제수사를 막을 경우 ‘수사 스케줄’ 전체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10일간 기록검토를 마친 후 향후 수사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 중 박 전 대통령 측과 소환 일정 조율에 나서고,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에 소환조사를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또 이번 주 청와대 및 삼성동 자택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서고, 동시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계좌·통화 추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10일 파면 결정 이후 범죄 혐의와 관련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했거나 삼성동 자택으로 반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체포영장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초논란'도 불붙어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대통령 기록물 지정과 이관을 놓고 청와대와 야권의 신경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매번 정권 교체기마다 불거졌던 '사초'(史草) 논란은 박 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이 맞물리면서 벌써 점화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검찰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수사에 나섰고, 야권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범죄 기록이 파기돼선 안 된다"며 강력 견제에 나섰다. 국가기록원은 13일 박 전 대통령 기록물 이관작업에 착수했다고 공식발표했다.
대통령 기록물은 원래 정상적으로라면 대통령 퇴임 6개월 전부터 청와대가 분류를 시작해 임기 만료 전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게 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서둘러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대통령 기록물 지정주체와 관련해서는 "대통령기록물법상 지정권한은 대통령에 있고, 대통령은 권한대행과 당선인을 포함한다"며 "권한대행이 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황 권한대행에게 기록물 지정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법에 따라 대통령 기록물을 지정하게 될 것"이라며 "각 수석실에서 연설기록비서관실에 기록물을 전달하고, 연설비서관실이 이를 정리해 황 권한대행에게 올리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청와대가 법률 검토를 해서 보고하면 황 권한대행이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록물 지정작업이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있다는 데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수사자료가 될 수 있는 기록물에 대해 황 권한대행이 지정권한을 행사하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도 기록물의 삭제, 폐기, 무단반출 가능성을 지적하며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기록물들은 상당수가 국정농단 사건의 범죄행위를 밝히는 필수 증거"라며 "황 권한대행도 논란을 무릅쓰고 대통령 기록물을 지정, 국정농단 증거인멸에 협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증거물 확보를 위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 관련 온라인 콘텐츠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대해 '비활성화' 조치를 취한 것도 논란이 됐다.
비활성화 조치는 계정 폐쇄가 아니라 기존 콘텐츠를 둔 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지만, SNS를 중심으로 "대통령 기록물 삭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윤 수석대변인은 "언론보도를 통해 청와대가 공식 SNS 계정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 관련 기록물들을 삭제, 폐기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SNS 계정 폐쇄가 아니라 일반인이 못 보게 하는 비활성화 조치"라며 "SNS 게재 내용은 청와대 홈페이지의 대통령 관련 콘텐츠를 연동한 것이고, 당연히 관련 내용은 대통령 기록물로 넘어가게 된다"고 반박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