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법치주의와 국민양심 살린 명판결 선고
헌법재판소,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정의, 법치주의는 펄펄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다섯 달의 국정농단 막장 드라마가 서두의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사법보루의 하나인 ‘헌법재판소’는 10일 대한민국 헌정사와 정치사에 남을 국민정의,국가정의를 바로 세운 또 하나의 명판결을 선고 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라는 말은 대한민국을 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 부끄럽고 참담하지만 국민들 가슴속 뜨거운 양심들에 불을 지펴 또 한번 역사 앞에 양심과 정의가 불타는 당당한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민들의 나라로 거듭나게 했다.
파면선고의 핵심은 ‘최순실 관련 국정농단’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파면을 결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이권추구를 도우며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정확한 판단을 했다. 헌재는 이로 인해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하는 등 파면될 만큼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중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압박' 의혹에는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는 불행한 사태지만 발생 즉시 박 대통령에게 특정한 구조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는 탄핵심판에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권한남용이 파면선고의 핵심이었다. 최순실에게 청와대 문건이 다량 유출되고,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나선 것과 관련해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반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최씨가 인사나 국무회의 자료 등 각종 기밀 문건을 받아보고 수정하거나 박 전 대통령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에 관여했다고 봤다. 대통령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이 유출된 것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지시해 대기업 출연금을 받아 최씨에게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맡긴 점, 최씨에게서 부탁받은 특정 업체의 대기업 납품을 해결해준 점 등도 모두 인정됐다.
헌재는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건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두 재단 설립과 최씨의 이권 개입에 도움을 줘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점도 지적됐다. 또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개입을 숨기고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해 견제·감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했고, 검찰과 특별검사 조사에 응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런 위헌·위법행위가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중대한 법 위배행위'가 있었다고 헌재는 결론지었다.
헌재는 대통령의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면직된 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문체부 1급 공무원의 사직서가 제출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방해됐기 때문에 인사 조처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김 전 실장이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치 않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를 박 전 대통령이 압박하고 사장을 해임하도록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해봐도 세계일보에 누가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서 비롯된 논란과 관련해 헌재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성실하게 직책을 수행했는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떤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부족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만,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문제 아니다"
한편, 헌재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탄핵이 인용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가운데, 소수 재판관의 보충 의견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것은 우연히도 본보의 이번 사건 보도정신과도 일치해 본보도 국민과 법치주의 앞에 숙연할 따름이다. 검사 출신으로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지내기도 한 안창호 재판관은 이번 탄핵심판은 '이념 문제'가 아니라 '헌법 수호' 문제라고 못박았다. 안 재판관은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또 "이 사건 탄핵심판은 단순히 대통령의 과거 행위의 위법과 파면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술회했다.
편집국
폐족으로 전락한 친박
한편, 헌재가 10일 탄핵을 인용하면서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친박계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처럼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2016년 총선 참패로 책임론에 휩싸인 데 이어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었다.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계 좌장들은 당원권이 정지되고 2선으로 물러났다.
'호위무사'로 불리던 이정현 대표는 떠밀리듯 사퇴하고 당을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친박계도 노무현 정부 시절 '폐족'을 선언했던 친노(친노무현)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비박(비박근혜)계가 지난해 말 집단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든 데다, 헌법재판소마저 탄핵 찬성 진영의 손을 들어주면서 탄핵 반대 진영에 섰던 친박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정치팀
헌재선고 전후, 태극기 부대 난동 중 2명사망, 2명위중
헌재의 선고 전후 헌재 주변에서는 탄핵 반대집회 측 참가자들이 헌재 방향으로 진출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고, 현장에서 부상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던 2명이 사망했다. 다친 2명도 위중한 상태다. 참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선고 직후 흥분하기 시작해 "헌재를 박살내자" 등 법치주의 파괴 구호를 외치며 경찰이 헌재 방면에 설치한 차벽으로 몰려들었다. 시위대에서는 "우리는 피를 흘리지 않고 나라를 정상화하려 했는데 김대중·노무현 세력 때문에 이제 피로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 "이제 비폭력을 포기할 때가 왔다. 헌재와 검찰에 대항하는 폭력이 발생할 것" 등 불법 과격 발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가 죽봉과 각목 등을 경찰에게 휘둘렀고, 차벽에 머리를 찧으며 자해를 시도하는 남성도 눈에 띄었다. 경찰 버스를 파손하고, 차량에 밧줄을 걸어 잡아당기거나 차벽 차량을 뜯어내는 등 행위도 있었다.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는 참가자도 나왔다. 취재진 폭행도 잇따랐다. 방송사 등 카메라 기자 여러 명이 참가자들에게 에워싸여 폭행당했고, 이 과정에서 장비가 파손되기도 했다. 한 일본 매체 기자는 취재 도중 카메라를 빼앗겼다며 주최 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대에서는 경찰을 향한 욕설과 함께 "다 박살내겠다", "돌격하라", "차벽을 끌어내라"고 참가자들을 선동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로 추정되는 사망자와 부상자도 속출했다. 오후 1시께 김모(72)씨가 헌재 인근 안국역 사거리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1시50분께 숨졌다. 김씨는 경찰 차벽 위에 설치된 스피커가 떨어져 머리를 가격한 결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스피커가 떨어진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낮 12시15분께에는 안국역 출입구 인근에서 김모(66)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사망했다.
경찰은 전담팀을 구성, 목격자 진술과 각종 채증자료 등을 토대로 이들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2명이 현장에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 중이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 쪽에서도 부상자가 나왔다. 시위대와 충돌 과정에서 의무경찰 7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오후 4시20분 현재 시위대 일부는 안국역 사거리 남쪽 수운회관 앞에서 연좌농성 중이다. 주최 측은 이날 밤샘 농성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으로 의미없는 죽음이었다.
사회팀
전세계에 타전된 부끄러운 말 "폐위된 공주"·"독재자 딸 몰락“
한편, 주요 외신들도 한국 역사상 최초의 현직대통령 파면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전 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헌법재판소가 역사적인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보도했고, 미 주요 일간지들도 긴급 알림으로 서울발 긴급뉴스를 전했다. 곧바로 '전직 대통령(Ex-president)'으로 표현하며 수개월간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사태의 마침표를 찍었음을 부각했다. 외신들은 특히 퇴출(Removed), 축출(Ousted) 등의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가며 국민적 민의에 의한 결정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소개했다. 미 CNN은 'PARK OUT(박근혜 대통령 파면)'이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식을 홈페이지 전면에 올렸다. 아랍권 알라지라 방송은 "박근혜 대통령 해고"라고 제목을 달았다.
해외 언론들은 특히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극적인 몰락을 조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이면서 냉전시대 군부 독재자(dictator)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 기득권의 아이콘이었다"고 표현했다. AP통신은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기막힌 몰락(stunning fall)"이라며 "2012년 대선에서 아버지에 대한 보수의 향수 속에 승리한 독재자의 딸이 스캔들 속에 물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한국의 오랜 공주, 불명예 속에 폐위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린 시절 18년간의 청와대 생활부터 이번 탄핵 사태까지를 되짚었다. CNN도 '정치공주의 몰락'이라는 제목으로 박 대통령의 정치인생을 소개했다. 미 공영방송 NPR은 "디지털 통신이 끝내 그녀를 몰락시켰다"며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발단이 됐다고 전했다.
탄핵 결정 이후에 전개될 대한민국 풍경을 조망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췄다. AP통신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의 반발 속에 갈등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BBC는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데 주목하며 "박 대통령은 면책 특권을 잃었고, 기소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홈페이지 톱기사로 다루면서 "이제 한국 국민의 분노는 재벌로 향할 수 있다"고 내다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이 역사적 시점에 놓이게 됐다. 많은 이들은 이번 판결이 뇌물과 정실인사로 오염된 나라를 개혁하는 조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와 CNBC 등 경제전문매체들은 이번 탄핵 결정이 한국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인 곳은 중국과 일본 언론이다. 박 대통령 탄핵이 동북아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NHK와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은 탄핵 과정을 동시통역으로 생중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고, 탄핵 인용 발표와 동시에 자막을 통해서도 속보를 내보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도 각각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기사에서 "한국 헌정 사상 대통령 파면은 처음이다",
"야당 후보들은 위안부 문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대선 결과에 따라 한일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도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생방송 회견을 중단하면서까지 박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집중 보도했다. 홍콩 봉황TV는 헌재의 판결을 처음부터 생방송으로 연결해 동시통역으로 중계하며 한국의 정치판도 변화를 주목했다. 중국 관영 환구망(環球網)은 만장일치로 탄핵이 인용됐다는 소식을 속보로 내보내며 "한국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고 전했다.
국제팀
국민 배신한 공주의 청와대, 참담, “아-” 탄식 뿐
"아…" 10일 오전 11시21분,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에서는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전해진다. TV를 통해 생중계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 한다."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까지 듣지 않아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파면이 확정됐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간 박 대통령도 청와대 관저에서 TV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헌재의 결정문과 주문을 끝까지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음은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기각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던 탓이다. 전날엔 헌재가 인용 4명, 기각 2명, 각하 2명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미확인 첩보까지 돌았던 터다. 심지어 '8대 0' 만장일치로 인용 결정이 내려지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참모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국가와 국민을 속이고 배신한 댓가는 참담, 비통 그 자체다.
헌법재판소 선고 요지(宣告 要旨)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 해 12. 9.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일 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습니다.
저희는 그 간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어 청구인측 증거인 갑 제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두 명의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1건의 사실조회결정, 피청구인측 증거인 을 제60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일곱 명의 증인(안종범 중복하면 17명), 6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68건의 사실조회결정을 통한 증거조사를 하였으며 소추위원과 양쪽 대리인들의 변론을 경청하였습니다.
증거조사된 자료는 48,000여쪽에 달하며, 당사자 이외의 분들이 제출한 탄원서 등의 자료들도 40박스의 분량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합니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사건 탄핵소추안의 가결절차와 관련하여 흠결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헌법상 탄핵소추사유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고 여기서 법률은 형사법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탄핵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것이지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심판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를 기재하면 됩니다.
이 사건 소추의결서의 헌법 위배행위 부분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구분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지만, 법률 위배행위 부분과 종합하여 보면 소추사유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당시 국회 법사위의 조사도 없이 공소장과 신문기사 정도만 증거로 제시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국회의 의사절차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되어야 합니다. 국회법에 의하더라도 탄핵소추발의시 사유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음 이 사건 소추의결이 아무런 토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의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토론 없이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미리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고 토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국회의장이 토론을 희망하는데 못하게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탄핵사유는 개별 사유별로 의결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여러 개 탄핵사유 전체에 대하여 일괄하여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소추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사유별로 표결할 것인지, 여러 사유를 하나의 소추안으로 표결할 것인지는 소추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린 것이고, 표결방법에 관한 어떠한 명문규정도 없습니다. 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아홉 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재판관의 공무상 출장이나 질병 또는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재판관 임명까지 사이의 공백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일부 재판관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경우는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탄핵의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홉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서,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정지상태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 여덟 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회의 탄핵소추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다른 적법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습니다.
이제 탄핵사유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탄핵사유별로 피청구인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하여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하였으며, 장관이던 유진룡은 면직되었고,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이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여섯 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 중 세 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여섯 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아니합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압력을 행사하여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대하여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다음 세월호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의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2014. 4. 16.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피청구인은 관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피청구인의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자료, 대통령 해외순방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최서원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하였는데, 그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습니다. 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서원이 하였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습니다. 최서원은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인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를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이익을 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케이티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케이티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어 케이티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습니다.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습니다. 한편, 최서원은 케이스포츠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케이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케이스포츠의 직원으로 채용하여 더블루케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하여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하였습니다.
최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 스포츠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받아, 케이스포츠가 이에 관여하여 더블루케이가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피청구인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하여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여 롯데는 케이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다음으로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를 보겠습니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성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생략](그 취지는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법정의견과 같고,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지만,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상실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