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헌나1' , 운명의 날 10일 오전 11시
박대통령 탄핵사건 운명의 날은 10일 오전 11시로 결정됐다.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한 획을 긋고 정리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작이 24시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9일 헌법재판관들은 10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선고기일에 앞서 마지막으로 탄핵사유 쟁점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재판관 평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각 재판관의 입장이 명료하게 밝혀지며, 이에 따라 결론의 윤곽도 세부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헌재는 이날 평의의 개최 여부나 시작 시각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전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히며 추가 평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탄핵소추 기각 결정에 대한 '최종 표결'인 평결은 선고 당일 오전 열릴 가능성이 유력하다. 선고는 오전 11시 시작돼 약 1시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수의견이 많을수록 선고 시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심판의 결론인 '주문'을 읽는 시점은 정오께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파면 혹은 직무복귀는 이 권한대행의 주문 낭독이 끝나는 순간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
탄핵 심리 앞당긴 결정적 요인은?
헌재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잇단 ‘지연작전’으로 변론을 종결하기까지 난항을 겪어왔다. 그러나 오는 10일 오전 11시를 ‘디데이’로 정하면서 3개월 만에 결론을 내게 됐다. 63일이 소요됐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한달 가량 더 지연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가 13개에 달한 데다 검찰로부터 넘겨 받은 수사기록이 5만쪽이 넘고 증인신문만 26차례 진행한 점에 비추면 헌재가 이번 탄핵심판을 비교적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배경엔 헌재가 본격 변론기일에 들어가기에 앞서 준비절차기일을 세 차례 가진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가 접수되고 3일 만인 지난해 12월12일 준비절차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와 달리 이번 사건은 쟁점이 많아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준비절차 기간을 부여했다. 준비절차를 전담할 ‘수명재판관’으로는 당시 퇴임을 3개월 앞둔 이정미 재판관과 강일원 주심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을 투입했다. 수명재판부는 첫 준비절차기일부터 방대한 탄핵사유를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하는 등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탄핵심판 후반 박 대통령 측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가 쟁점으로 끌어올린 ‘국회 의결절차의 적법성 문제’도 이미 준비절차기일에서 정리된 사항이었다.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100분간 구두 변론을 펼치면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자체가 위법했다”며 “절차가 공정하지 못했으니 이 부분을 반드시 다뤄달라”고 주장했다. 적법절차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심리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박 대통령 측 대표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해 12월27일 열린 2차 준비절차기일에서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는 철회하겠다고 밝혀 재판부는 이 부분을 다루지 않기로 한 바 있다.
당시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재판부도 논의했는데 이 부분(절차적 정당성)이 꼭 필요하다고 하시면 다시 논의해보겠다”고 하자 국회 측 황정근 변호사는 “본안 전 항변은 철회하는 게 좋을 듯 하다”고 말했고 이 변호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강일원 재판관의 “절차적인 것은 치워버리고 사실 인정에 대한 진검승부를 해보자”는 발언도 이때 나왔다. 결과적으로 양측이 당시 준비기일에서 본안에 집중하기로 약속하면서 탄핵심판의 본질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 3명땐 기각, 찬성 6명땐 인용
이번 판결에서는 헌재 재판관 3명이 반대할 때는 기각이 되고 6명이 찬성할 때는 인용이 된다. 헌법재판관 출신 한 변호사는 "선고 기일이 정해졌다는 것은 재판관들의 결심(決心)이 섰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최종 변론 이후 6차례 평의를 갖고, 쟁점을 좁혀가는 과정을 거쳤다. 헌재는 이미 결정문 초안(草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유지를 위해 초안은 '탄핵 인용(대통령 파면)'과 '탄핵 기각(대통령 직무 복귀)' 두 가지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문 작성은 재판관을 보조하는 헌법연구관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자료만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재판관들은 앞으로 선고 날짜까지 남은 이틀 동안에도 평의를 열어 최종 결정문 수정 작업을 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선고 시각까지 보안을 지키기 위해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때처럼 재판관들의 표결은 선고 당일 오전에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 심판 결론이 담긴 헌재 결정문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헌재 대심판정(법정)에서 낭독하게 된다. 헌재 심판 규칙에는 헌재가 각종 사건에 대한 선고를 할 때 재판장이 심판의 결론을 밝히는 주문(主文)을 먼저 읽은 뒤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돼 있지만 강행 규정이 아니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은 탄핵 소추 사유가 13가지에 달해 선고에 1시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사건 때는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이 있었는지와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 법이 바뀌어 이번에는 재판관들의 찬반 입장과 그 이유를 모두 밝혀야 한다.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가 통진당 사건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대한민국 온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