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사의 공 받은 검찰, 본게임인 공소유지 남은 특검
수사의 공, 특검에서 다시 검찰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피의자 입건’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겨받고 본격 수사착수 준비절차에 착수했다. 1일 검찰 주변에서는 국정농단 사태 초반 수사를 맡았던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재가동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 다만 검찰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라는 변수 등을 고려,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여부와 수사 시기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특수본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특검 수사를 거치며 박 대통령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됐다. 90일의 활동을 마친 특검은 박 대통령을 시한부 기소중지하지 않고, 입건한 상태에서 3일까지 관련 수사내용을 검찰에 이첩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 사건을 다시 넘겨받는 검찰이 즉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검찰에서도 박 대통령 뇌물죄 수사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지난해 11월 24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의혹과 관련해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와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압수수색영장 죄명란에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시했다. 박 대통령 뇌물수사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12월 1일 박 특검이 임명되고 수사 주도권이 특검으로 넘어가면서 뇌물수사는 중단됐다.
이 때문에 SK와 롯데가 향후 검찰 뇌물수사의 우선 타깃으로 거론된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 거래, 롯데는 면세점 사업과 재단 출연금 간 대가 관계 등이 주요 의혹이다. 특검도 지난 28일 수사를 마무리하며 “삼성 수사 결과를 보면 나머지 대기업에 대한 수사 결과도 예측 가능하다. 검찰에서 적절하게 처리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판단했으니, 검찰이 다른 대기업도 비슷한 혐의를 적용해 보강수사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검찰의 수사 착수시점과 방향 등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크게 좌우될 공산이 크다. 탄핵이 기각돼 박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면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 큰 진척을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특수본 수사 때도 검찰은 박 대통령에게 거듭 대면조사를 요구하는 등 박 대통령을 거세게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도 곧바로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부분은 검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통상 사정기관은 선거의 공정성 시비 등을 우려해 선거 기간 중에 되도록 가시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특검에서 박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정치적 부담 등을 덜기 위해서라도 정예 인력을 동원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사를 종결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검, ‘공소유지 본게임 남았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해온 박영수 특검팀은 사상최다인 30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끝날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특검은 본게임 격인 공소유지를 위한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주요 전선은 삼성 뇌물사건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수사기한이 종료된 특검은 오는 6일 수사결과 발표를 끝으로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한다. 당초 파견검사의 복귀로 재판 대응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검사 등 8명이 특검에 남아 특검보들과 함께 공소유지를 담당하기로 한 덕에 한숨을 돌렸다.
특검은 *삼성 뇌물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유라 이화여대 학사농단, *청와대 비선진료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치게 된다.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주요 인사들이 혐의를 강력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은 힘겨루기가 될 전망이다. 특검은 삼성 뇌물사건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화력을 집중한다. 사안이 복잡하고 거물급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사건이자 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불러온 사건이다.
삼성 뇌물사건은 이재용 부회장 공소유지에 성패가 달렸다. 두 차례의 영장청구 끝에 구속된 이 부회장은 일관되게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최순실(61)에 대한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 정부기관들의 승계 작업 지원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은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특검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당시 태평양 소속의 문강배(57·16기)·송우철(55·16기)·이정호(51·28기) 변호사 등을 앞세웠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관계자들도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기춘 전 실장의 유죄를 입증이 관건이다. ‘미스터 법질서’라 불릴 만큼 법 전문가인 김 전 실장은 각종 법리를 앞세워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8일 첫 재판에서 ‘블랙리스트는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일 뿐이었다며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심지어 “구속돼야 할 것은 직권을 남용한 특검”이라고 특검 측에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또한 고위직 전관 출신이 주축이 된 초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변호인단은 헌법재판관 출신 김문희(80·고등고시 10회) 변호사, 검찰총장 출신 김기수(77·사법시험 2회) 변호사, 서울북부지법원장 출신 이종찬(69·연수원 5기) 변호사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이밖에도 정유라의 학사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여대 교수들과 청와대 비선진료 사건 관련자들 또한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쉽지않은 법정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이 대다수 사건에 연루된 만큼 박 대통령 수사가 재판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의미한 대통령 진술과 청와대 자료를 확보하면 특검으로선 공소유지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