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극기가 펄럭이는 3·1절 서울 광화문광장
독립 만세운동을 기념하는 3·1절 서울 도심은 탄핵 찬반 민심에 둘로 나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양측 집회는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낮밤 주인도 바뀌었다. 낮 동안에는 일부 보수단체가, 밤에는 국민촛불이 광화문 광장 일대를 차지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 경찰은 양측 간 충돌 방지에 집중했고 다행히 폭력 사태는 없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8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을 개최했다.
퇴진행동은 이날도 박 대통령 즉각 탄핵을 주요 기조로 내걸었다. 아울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사퇴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에는 박 대통령 탄핵안의 인용을 요구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태극기가 곳곳에서 흩날렸다. 참가자들이 저마다 든 태극기에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달렸다. 탄핵 반대 집회에 등장하는 태극기와 구분하려는 의도였다. 퇴진행동은 "보수단체가 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나오면서 언제부터인가 그 의미가 변질됐다"며 "태극기 본래 의미를 되새기는 뜻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태극기를 들고 나와 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퇴진행동은 3·1절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를 재연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무대에 올랐다. 이 할머니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끈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며 "튼튼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우리들이 지켜나가 반드시 일본으로부터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아 내겠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본 집회가 끝난 저녁 7시쯤부터 행진에 들어갔다. 행진 대열은 세종대로와 광화문 교차로를 지나 청와대에서 100m쯤 떨어진 효자동 삼거리 인근까지 걸었다.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한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탄핵 반대 집회와 촛불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한편, 탄핵 반대 시위대들은 광화문 광장을 외곽에서 포위하듯 둘러싸고 소위 맞불집회를 진행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민심이 두 동강 난 꼴이다. 탄핵안 심판을 앞둔 만큼 회원들의 목소리도 이전보다 더욱 거셌다.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흩날렸고 박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청와대 방면 행진을 시작했다. '억지탄핵 원천무효' '헌법재판소 기각 촉구'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대열과 함께 했다. 태극기 티셔츠, 태극기 모자, 태극기 머플러를 한 참가자들도 상당수였다.
경찰은 이날 양측 간 충돌을 원천봉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집회 장소 일대에 경력(경찰병력) 202개 중대 1만6000명을 배치했다. 두 집회 사이에는 경찰버스로 이중 차벽을 만들었다. 차벽은 탄핵 반대 집회가 끝나고 충돌 우려가 없어진 오후 6시40분쯤이 돼 서야 해체됐다. 긴장감은 높았지만 다행히 양측 집회는 큰 충돌이나 폭력사태 없이 진행됐다. 각자 생각이야 다르지만 이제 성숙한 우리 국민들은 조용히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며 결과에 국민 모두 승복해야만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것만이 어느 쪽도 아닌 국민 모두가 승리하는 길이고 민주 법치주의를 지키며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길이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