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90일간의 대장정 막 내려, '공소유지' 남아
박영수 특별검사팀 90일간의 대장정이 결국 막을 내린다. '역대 최대 규모', '역대 최다 구속·기소' 등의 기록을 세운 박영수 특검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마무리 단계를 준비 중이다. 특검은 기소한 피의자들의 죄를 재판에서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28일로 공식 수사 기간이 종료되는 특검은 빠르면 3월 2일, 늦어도 3일까지는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출근길에서 "다음달 2일 발표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라는 이름 아래 특검이 27일까지 재판에 넘긴 인원만 13명, 공식적으로 불러 조사한 인원만 60여 명이 이른다. 연일 새로운 기록을 세워온 특검은 이번 주 내에 지난 90일간의 수사 과정과 결과를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공식 수사 기간은 끝나지만, 특검이 할 일은 아직 남아있다. 특검은 기소한 피의자들의 혐의를 재판에서 입증해야 한다. 특검에 남은 가장 큰 숙제다. 특검의 최종 평가는 결국 재판 결과에 따른다. 특검이 공소유지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검이 재판에 넘긴 이들의 하나같이 쉽지 않은 상대들이다.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변호하는 국내 최고 로펌 변호사만 수십 명에 이른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본인이 법조인이면서 전관 출신 변호사들까지 선임해 특검의 공소에 대비하고 있다.
특검은 역대 최대인 25명 가량을 기소할 예정이다. 기소 인원이 늘면 특검이 상대해야 할 변호사 역시 비례해서 늘어난다. 특검이 법정에서 상대해야 할 변호사만 수백 명에 이를 전망이다. 특검은 이를 위해 법무부와 파견검사 규모를 조율 중이다. 현재 특검에는 20명의 검사가 파견 나와 있는데, 이날 수사가 종료되면 이들은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특검법은 수사 완료 후 공소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법무부에 8명의 파견 검사를 잔류할 수 있도록 요청해놨다"며 "원만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공소유지를 위해 파견 검사의 잔류가 필요하다"며 "법무부와 협의가 안되면 특검으로서는 공소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삼성 (뇌물죄) 사건의 경우 (검사 지위를 가진) 특검보만 법정에서 발언할 수 있다"며 "특검보 혼자서 삼성의 수십 명의 변호사와 상대해야 할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검이 재판에 넘긴 사건들은 최대 7개월 내에 최종 결과가 나온다. 특검법은 특검이 재판에 넘긴 사건은 다른 사건보다 빨리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특검법에 따르면 1심 판결은 공소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5월 말이면 특검이 수사한 사건들의 1심 결과가 대부분 나올 예정이다.
다만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들은 특검이 아닌 검찰이 재판에 임하고 있다. 국정농단의 주인공 '비선 실세' 최순실의 경우 검찰이 기소했지만, 특검 역시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 특검은 삼성과 관련한 뇌물수수, 각종 공무원 인사 개입 정황 등을 추가로 찾아냈다. 최순실은 검찰과 특검에 동시에 기소될 경우 검찰과 특검 양쪽을 상대해야 한다. 아직 남은 숙제를 풀어야 할 특검은 새로운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
박영수 특검 외에도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과 40명, 파견공무원 40명 등 100명이 넘은 대규모 인력이 사용해온 대치동 특검사무실을 정리하고, 남은 인원에 맞는 사무실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40여명으로 인원을 줄이고 이에 맞는 규모의 사무실을 찾고 있다"며 "다음 주 말쯤에 이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마무리하지 못한 수사는 다음 달 3일까지 검찰에 넘겨야 한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수사기간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수사기간 만료일부터 3일 이내에 사건을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인계해야 한다.
특검, 박 대통령도 뇌물 피의자, 최순실 '삼성뇌물' 추가기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8일 수사를 마무리하며 '비선 실세' 최순실(61)을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해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특검은 이날 오후 최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다고 밝혔다. 뇌물 부분에는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 혐의가 모두 적용됐다. 특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자 과정 전반에서 박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최씨 측에 건네거나 약속한 돈이 총 430억원대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가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 규모 213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천800만원,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등을 합한 액수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선 최씨가 앞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직권남용 및 강요죄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특검은 뇌물 혐의로 기소하면서 법원에 병합을 신청할 예정이다. 특검은 이 부분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해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기로 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뇌물 혐의에서 최씨와 공모한 공범 관계로 판단했다. 최순실 공소장에는 이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과 공모 관계가 적시될 전망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 과정상 검찰이 바로 수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모두 고려한 결과 피의자로 입건한 후 바로 검찰로 이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뇌물수수 관련해 최씨의 재산이 파악된 부분에서는 추징보전 조치할 예정이다. 한편 특검팀은 최순실이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ODA) 과정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한 부분에 알선수재, 딸 정유라(21) 이화여대 입학과 재학 과정에서 이뤄진 각종 비리와 관련해서는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승마계 관련 감사에서 '최씨와 반대편 모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결과를 냈다는 이유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찍어낸' 부분에는 박 대통령,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과 함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범으로 포함됐다. 정유라의 청담고 재학 시절 규정을 지켜달라며 편의를 봐주지 않는 교사를 찾아가 폭언을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고, 학교에 제출할 서류를 위조하려다 미수에 그친 데엔 각각 공무집행방해와 사문서위조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