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최종변론 의견서'를 보며 

                                                                                                        <기자수첩>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는 2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이 펼쳐지면서 국회 소추위원 측과 대통령 대리인단 측 간 마지막 치열한 법리 싸움으로 달아올랐다. 국회 소추위원 측은 4명이 1시간10분 가량 변론한 반면,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변호인 17명 중 15명을 투입, 휴정시간을 빼고  4시간40분에 달하는 장시간 총력전을 구사했다. 특히 이날 의견서로 출석을 대신한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점을 일방적으로 호소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의견서를 읽어본 국민들이나 전문가들은 근거도, 품격도, 법리도 없는 읍소와 구차한 변명이며 아전인수ㆍ모르쇠ㆍ유체이탈ㆍ선의 호소 전략이라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 대리인단 측 이동흡 변호사가 대신 낭독한 의견서를 통해 자신의 가족사를 강조하며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이 대목은 진정 공사(公私) 구분을 못하는 대통령 스스로의 무능함인지, 최순실만을 위한 사익인지 헛갈릴 정도의 문란스럽고 구차한 유치변명을 드러냈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 지인의 남편이 운영하던 KD코퍼레이션을 최씨로부터 전해 듣고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에 대해 “20대 초반 어머님을 여의고 아버님을 모시면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담당 부서가 일을 잘 처리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였다”고 설명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도우려고 했을 뿐이라는 최순실 사익을 감춘 황당한 주장을 폈다. 대기업 광고부서에 최씨 지인이 취업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데 대해선 “능력 있는 인사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공인인 대통령이 타인의 사기업에 최씨 지인의 인사를 청탁한 사실을 정당화했다.

아전인수로 밖에 보이지않는 대목도 있다. 최순실에게 연설문 검토를 부탁한 것에 대해 “전문적인 표현을 쓰면 일반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을 쓰기 위해 국민 중 한 사람인 최씨 조언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씨 관련 승마협회 파벌 싸움에 관해 보고했다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칭 돼 공직을 떠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에 대해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 못해 정당한 임명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가 부실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무엇이 공명정대한 국정운영인지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유체이탈 화법의 백미도 있다. 박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 오든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 시국이 자신에 의해 초래됐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 했다. 그는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상세히 설명하라는 재판부 석명 요구는 무시한 채 “미용시술은 하지 않았다”고만 주장하는 등 탄핵 사유 전부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지만 이에 대해 뚜렷한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과 법조계에서는 안 하느니만 못한 변론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전직 헌법연구관은 “(작성을) 변호사에게 맡겼다면 0점짜리 변론 서면”이라면서 “법리는 둘째 쳐도 탄핵소추를 부인하는 근거가 전혀 없고 읍소와 주장만 있다”며 대국민담화 때보다 더 후퇴한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의 호소가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는 형사 사건도 아니라 변론으로 얻을 효과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변호사는 “탄핵심판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까지 들먹이며 대통령 직의 품격을 땅으로 떨어트렸다”고 했다.

양측은 세월호 참사 책임 소재를 두고 본격적인 법리 공방에 돌입했다. 소추위원 측이 구조 작업에 나선 해경 등을 지휘할 최종적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데 이를 방임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소추위원 측은 “근무 시간에 출근하지 않았고, 보고 받고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제 때 지휘를 하지 못해 국가 역량을 결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리인단 측은 “박 대통령이 사고 날 걸 미리 알고 대비했어야 하냐.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인간은 없다”고 도의적 책임 이상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이 국정을 좌우해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침해했다는 쟁점에 대해 양측은 날카롭게 맞섰다. 소추위원 측은 *국무회의 문건 *지방자치단체 업무보고 *대통령 말씀자료 *수석비서관 문건 등 최순실에게 유출된 문건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빈번한 청와대 방문을 통해 국정개입을 허용한 것은 단순히 지인 의견을 들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리인단 측은 공무상 비밀 누설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누설될 경우 국가 기능이 구체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지 입증돼야 한다고 했다. 연설문이나 해외순방 자료 등만으로 중대 비밀을 누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지만 국가원수이며 국가공인 중에 공인인 대통령의 품격과 공무의 위중함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발언이요 변명일 뿐이었다.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는 부분에 대해 대리인단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기업 출연금 모금 과정에 대해 대리인단 측은 전경련이 주도해서 벌인 사업이고 대통령은 좋은 사업이니 정부가 적극 도와주라는 지시만 내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씨 지인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을 정부 요직에 앉힌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정당한 임명권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이권을 챙긴 부분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몰라 고의성이 없었다고 했다. 이게 유치졸렬한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하면 로맨스 의식’ 아니면 무엇일까? 구차한 아전인수식 자기변명이었다. 정상적인 일개 소규모 단체나 집단, 중소규모 기업도 그렇게 운영하지는 않는다.

재판 내내 양측의 감정 섞인 신경전도 이어졌다. 소추위원 측은 “신성한 법정에서 표출된 일부 지나친 언행으로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려내기 어려울까 우려된다”며 지난 변론기일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평우 변호사를 겨냥했다. 김 변호사는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장을 언급하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사실도 없는 소추장을 써서 학생들이 이 소추장으로 국어 공부하면 큰일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흡 변호사는 “대통령 지키겠다는 시위 참가자들이 모여 국민저항권 발동을 선포했다”며 “탄핵될 경우 완전히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전상태”라는 협박성 언급도 나왔다.

지난 기일에 비해 비교적 차분히 변론이 진행되던 심판정은 서석구 변호사 차례에서 다시 한번 술렁거렸다. 서 변호사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상무를 “여성전용 접대부”라 지칭하며 “이런 사람을 왜 의인처럼 떠받드냐”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국민정의 심판정에 정치판의 ‘종북몰이’ 논리도 적극  끌어와 활용했다. 그는 “이 사건에 내란을 선동했던 이석기 석방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으니 (탄핵 찬성은) 대단히 불순한 내란 선동”이라며 “이러니까 북한의 노동신문이 남조선 언론을 극찬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탄핵 소추를 “반란”이라고도 표현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이 사건은 고영태와 최서원(최순실)의 불륜에서 시작됐다”고 원색적으로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런 고영태를 쓴 최순실과 지인이라는 박근혜란 존재는 무엇인가? 거의 80%의 다수 국민들이 모두 민주노총의 조종을 받고 있나? 오만방자한 덮어씌우기, 국민모독이다. 무척 역겹기까지 했다.

변론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추위원 측은 “탄핵이 돼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라면서도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민주주의의 햇불 법치주의 존중의 막중함을 밝힌 반면, 대리인단 측은 “(더 다툴) 방법은 없겠지만 마음으로 승복할 수 있겠냐”고 언급해 파면이 결정되면 따르지 않을 민주법치주의 파괴 가능성도 내비쳤다. 가만히 지켜보면 대통령 의견서 자체가 정말 국민 자존심을 무척 추락시키는 내용일 뿐이다.

기자는 언론인으로써도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이번 탄핵심판 사항은  진정 진보와 보수를 가장한 싸움으로 왜곡, 호도해서도 안된다. 국회 소추인단의 진술처럼 ‘정의를 아는 국민들의 가슴에 대통령은 대못을 박았고 자신을 지지해 대통령으로 선택한 다수 국민들까지 배신한 것인데 아직도 자신의 잘못은 모르며 오만방자하게 국민들이 자신을 배신한 양 최순실의  언급처럼 공주병 타령인가?

거리에서 촛불시위에 잠입해 국가를 뒤흔들려는 일부 극소수 세력도, 보수를 팔며 신성한 태극기를 최순실 일당들과 대통령의 죄를 감추고 변명하며 정당화시키는 자신들만의 사적이익을 위해 지나가는 멀쩡하고 선량한 시민에게 ’빨갱이‘라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보수파는 정신병자들로부터 국가를 구해 국가기강, 국민정의를 바로 세워야 함은 물론, 속내야 울화통 터지지만 그래도 폭력을 배격하고 민주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헌재의 심판을 차분히 기다리고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국민들이 결국 승리하리라고 믿는다.

편집국장 권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