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법률위에 있는 비열한 대통령"
대통령, 헌재 최종변론 불출석 결정
박근혜 대통령은 27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불출석하기로 했다. 이는 재판관들 및 국회 소추위원단의 날카로운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것이 국가원수로서 부적절하다는 의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6일 헌재에 따르면 앞서 박 대통령 측이 “대통령이 심판정에 나와 최후진술만 하고 질문 없이 퇴장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을 때 재판관들은 “출석 시 질문을 피해갈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는 경우에 대비해 1시간이 넘는 신문 사항을 준비하고 일부 재판관도 박 대통령에게 던질 질문을 다듬고 있다는 전언이 있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일부 변호사는 “망신주기나 마찬가지인 질문에 시달릴 게 뻔하다”며 “최후진술이란 방어권을 포기하더라도 불출석하는 게 낫다”고 박 대통령에게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석할 경우 박 대통령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한 구체적 입장이 노출되는 점 역시 불출석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유영하 변호사 등은 박 대통령에게 “헌재에 나가 진술하면 특검·검찰에 패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며 출석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불명예에 해당한다는 일각의 우려 역시 대통령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헌재 심판정은 재판관석이 최고 상석에 있고 나머지 사건 당사자들은 그 아래에 앉아 재판관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하는 구조다. 2004년 국회 탄핵소추를 당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 역시 “헌재에 직접 나와 소명하라”는 국회 측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일제히 ‘꼼수’, ‘실망’ 등의 표현을 사용해 신랄히 비판한 반면, 여당은 반응을 삼가며 침묵했다. 자유한국당은 박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알려진 후에도 별도의 논평이나 반응을 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결정한 것인데 당이 입장을 내놓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야당은 박 대통령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측이 헌재 출석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 결국은 시간끌기용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특검 연장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도 “마지막까지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을 철저하게 무시했다”며 “황당하기 짝이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도 “헌법과 법률에 따른 준엄한 절차 대신 여론전의 유불리만 고려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불출석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비판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측은 “국민의 요구가 끝내 외면당했다”고,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헌재 신문을 회피한 ‘비겁한 대통령’까지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다른 야권주자들도 비판논평을 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측은 “당당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도 분노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저런 시궁창 억지가 있나?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 위에 있나? 비열하기 짝이없다.” 심지어 어떤 이는 “미친X, 지가 도대체 뭔데? 최순실과 함께 국민을 속이더니 제 스스로 대통령 권위를 다 추락시켜놓고 이제는 대통령이란 자가 스스로 민주 법치주의를 무너뜨린다? 뭐? 암살단 조직? 좋다 그 댓가가 뭔지 확실하게 맛보게 해줄 것이다. 망하고 죽을려면 혼자 망해라,,지옥에나 가라”라고 까지 했다.
'재판만 19회' 탄핵심판 80일…27일 법리논쟁 끝
한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국회 소추위원과 이를 막아내야 하는 박 대통령 측의 최종 변론은 27일 예정되어 있다. 양측이 헌법재판소에서 벌이는 '마지막 진검승부'는 지난해 12월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된지 81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26일 헌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27일 최종 변론 출석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아직 밝히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서)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대통령이 비열하게 불출석 하지만 양측 대리인단은 최종변론에서 앞서 열린 세 번의 준비절차와 16차에 걸친 변론에서 주장한 모든 것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한 유일한 선례인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비춰보면 양측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탄핵의 필요성과 부당함을 주장했다. 당시 탄핵심판 최종변론은 증거조사를 마친 뒤 양측이 최종의견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소추위원였던 김기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탄핵심판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 국회 측 대리인단이 돌아가며 탄핵심판 범위와 소추절차 적법성, 탄핵사유 중대성을 진술했다. 최종의견을 밝히는 30분이 주어졌지만, 국회 측이 2시간 동안 변론을 진행하면서 제지를 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 측도 대리인단이 탄핵소추 적법절차 위반과 탄핵소추 사유 부당함을 진술했다.
이같은 상황은 박 대통령 최종변론에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점은 오히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2004년보다 탄핵소추 사유가 많고 사실관계도 다툼 여지가 커 당시보다 더욱 치열한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지난달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8명이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9명으로 이뤄진 재판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최종변론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16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각자 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혀 최종변론에서 대리인단 개개인이 모두 나서 발언할 가능성도 있다.
헌법재판소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경호속에 출근을 하고 있다
이날 헌재에 따르면 국회 소추위원 측은 소추위원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해 소추위원단 9명과 국회 측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가 16명이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 의결 초기부터 사건을 맡아 진행한 이중환 변호사를 비롯해 20명이 지원하고 있다. 국회 소추위원 측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소추위원단과 대리인단이 연석회의를 열어 탄핵심판 최종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지금까지 변론을 통해 주장한 국회 측 입장을 정리해 읽을 '최후변론' 내용도 회의에서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권한대행을 비롯해 이진성, 서기석 재판관 등 일부 헌법재판관들은 최종변론을 하루 앞둔 이날도 출근해 기록 검토 등 쟁점 정리에 집중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