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수사 결과-이재용은 '구속' vs '우병우는 '기각’ 왜인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2일 법원에 의해 기각된 데는 '소명(범죄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태)'의 정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그러나 과거 특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위급 인사를 구속한 특검이 그동안 제기된 숱한 의혹과 장기 수사기간을 고려할 때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우 전 수석의 범죄사실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앞선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삼성 수사에 치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이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직무유기 혐의는 실제 재판에서도 '입증'이 상당히 까다로운 대표적 범죄로 꼽힌다. 우선 직권남용은 정상적인 직무범위를 규명하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데 민정수석 본연의 업무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애매하다는 점에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무죄 판결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직무유기 역시 적극적인 직무포기 의사를 증명해야 해 기소돼도 유죄 판결이 쉽지 않은 범죄다. 따라서 특검은 그간 '모르쇠'로 일관해왔던 우 전 수석의 주장을 반박할 물증이나 진술을 충분히 확보해야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향후 재판에서도 유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우 전 수석의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특검이 2개월이 넘는 기간에 제대로 된 소환조차 못한 것이 삼성 수사에 지나치게 치중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종덕·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장관급 인사 5명에 대해서는 일찍이 구속영장을 청구, 발부받은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병확보에 매달리다가 정작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조차 못하고 구속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A변호사는 "특검 출범 초기부터 여러 의혹이 제기된 피의자(우병우)에 대해 2개월이 다 돼서야 첫 소환했다는 것은 수사의지가 크다고는 보기 어렵다"면서 "반면 앞서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 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재청구까지 해가면서 수사의지를 불태웠다. 이번 특검이 사실상 '삼성특검'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완강히 혐의를 부인한데다 수사기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 치고는 증거인멸도 충분히 가능할 만한 시간을 벌어주며 봐주기식 늑장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B변호사는 "수사 인력 100명을 넘는 매머드급으로 꾸려진 특검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팔짱까지 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던 피의자를 수사기간 종료를 앞두고 소환한 것 자체가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했다면 입증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우 전 수석을 특검에서 불구속 기소하거나 검찰에 이첩하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을 구속 이후 세번째로 소환, 경영권 승계 문제 전반에 관한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집중조사했다. 또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이수형 부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특검, "남은 기간 우병우 보강수사
한편, 특검은 28일로 다가온 수사 종료 기간까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피의사실을 보강수사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기간을 연장하면 우 전 수석의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수사기간이 이대로 끝나면 특검은 우 전 수석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거나 기소하지 않고 모든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우 전 수석의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특검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청와대 압수수색을 했다면 우 전 수석의 혐의 입증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개인비리 의혹과 특별감찰관실 해체 관여 및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은 적용하지 않았다. 이 특검보는 "영장에 적용한 혐의 만으로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개인 비리는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 부분도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특검법 수사대상인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법무부 검찰국을 동원해 특별감찰관실 해체를 주도하고 세월호 참사 당시 광주지검에 부당한 외압을 가해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특검이 왜 이 부분을 수사하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이 연이어 나왔다. 현직 검사가 법무부를 조사할 경우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인데 특검 내에서도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날선 지적도 있었다.
이 특검보는 "수사기간과 입증 난이도를 고려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가 질문이 이어지자 "의혹만으로는 수사할 수 없다. 과연 입증할 수 있는지와 수사기간을 고려해야 했다. 수사를 한다고 해도 처음에 진술하기로 했던 참고인이 출석하지 않을 수 있고 적절하게 진행되지 않을 사정도 있다. 특별검사가 다 할 수 있음에도 안 한 게 아니라 못하기 때문에 제외한 대상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했는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거나 협조적이지 않았던 일이 있나"는 질문에는 "법무부 쪽이나 현직 검사에게 소환 통보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시켜서"…우병우의 '책임 전가'
한편,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을 면한 데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과 이른바 ‘법꾸라지’답게 모든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떠넘기며 법망을 빠져나간 우 전 수석의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했다면 혐의 입증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란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법률적 평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우 전 수석의 혐의 대부분에 박 대통령이 관여됐다는 점을 법원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민간기업인 한국인삼공사 대표에 대한 ‘뒷조사’를 실시한 것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판단해 영장에 적시했으나 우 전 수석은 영장심사에서 “박 대통령이 한 번 알아보라고 해 그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오는 28일 1차 수사기간(70일) 종료 후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남은 기간 보강수사를 하되 이달 말로 특검활동이 종료될 경우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토대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