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녹음파일'과 녹취록 놓고 실체와 영향력 주목
"고영태와 지인들, 이해관계 따라 이합집산…서로 의심"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의 최측근이었다가 사이가 틀어진 뒤 '국정농단'을 폭로한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최씨 등 국정농단 관여자들의 형사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에서 고씨 일행의 증언은 강력한 폭발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해 고씨와 주변 지인들의 발언을 담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헌재에서 추가 증거로 채택됐다. 헌재와 검찰에 따르면 녹음파일은 2천300여개, 이 내용을 검찰이 정리한 녹취록은 29개로 알려졌다. 방대한 양인 탓에 각 진영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당 내용 중 일부를 취사선택해 '프레임'에 맞는 자료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대통령 측은 최씨와 불륜 관계였던 고씨가 최씨와의 관계를 이용해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 대학 후배인 박헌영 과장 등과 짜고 재단을 장악해 사익을 추구하려 한 정황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회 측은 "이번 탄핵심판과는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며 검찰이 정리한 29개 녹취록에는 오히려 최씨 측에 불리한 내용이 더 많다며 헌재에 증거로 신청했다. 검찰은 이 내용을 토대로 최씨를 기소했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4일 헌재 브리핑에서 "최순실이나 고영태가 뭔가를 도모하고 최순실이 불법행위를 한 약점을 잘 아는 고씨가 이를 이용해 뭔가를 시도하다 실패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녹취 파일에서 고씨에 불리한 게 나와도 (그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보면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이용하는 장면이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고씨는 작년 5월 22일 김수현(37) 전 고원기획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관세청장 내일 발표하나 봐. 머리를 좀 써봐"라고 말한다. 신임 관세청장 임명 사실과 발표일을 미리 알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세관은 행사가 별로 없어. 그러니까 다른 거로 세관에서 뭔가 들어올 때 뭔가를 풀어준다든지 그런 걸 한번 연구를 해보라"고 설명한다. 이권을 챙길 방법을 생각해보라는 취지다. 고씨는 "이번에 바뀌면 1년 몇 개월…끝날 때까지는 나가라고 안 하겠지. 그러니까 아이디어를 좀 짜내봐. 주변 사람 중에 관세 문제가 걸린 사람들이라든지, 한번 연구를 해보라고"라며 채근한다. 사업을 도모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다른 녹취록에는 고씨의 지인 이모씨가 고씨에게 "재단법인 되면 이사장 내가 할께…니 앞으로 체육으로는 니가 일할 수 있도록 그걸 하나를 확보하는 게 제1번이야"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은 지난해 6월 김씨와 만나 고씨를 활용한 사업 얘기를 나눴다. 류씨는 "이제 너랑 나랑은 영태를 공략해야 하잖아…우리는 반반이다…비즈니스로 만났기 때문에 명확한 거는 돈을 위해서 만난 거고"라고 말했다. 김씨가 대표를 지낸 고원기획은 고씨와 최씨가 함께 만든 회사로 알려졌다. 최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과 고씨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회사명으로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씨는 함께 사업을 모의할 정도로 김씨를 신임했고 고원기획의 대표로 앉힌 것도 그 연장선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앞서 언론에 공개된 다른 녹취 파일에는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보좌관 등 고씨와 가까운 인사들이 '고씨와 최순실씨의 관계를 이용해 36억원짜리 과제를 문체부에 제안하는 예산을 나눠먹자'는 취지로 모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작년 5월 3일 류씨가 김씨와 통화 과정에서 고씨를 지칭하며 "지금 얘(고영태)는 솔직한 얘기로 '왕의 남자'다. 왕의 남자는 왕권을 받는다든가 왕이 갖고 있는 것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씨의 말에 긴가민가하면서도 나중에 의심하고 점검하는 내용이 나오고, 다른 사람들은 '근데 우리는 누가 챙겨주나' 이런 내용이 나온다"며 "그래서 최씨와 '직거래'를 하기도 하고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내용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얽히고설킨 상태에서 편을 갈라 서로를 이용했던 정황을 시사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