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증인 무더기 취소-'3월 13일 이전 결론' 의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으로 탄핵심판이 파행을 거듭하자 해당 증인들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불필요한 증인신청도 모두 기각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권한대행은 14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에서 이기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나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증인 출석문제를 거론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을 계획했지만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 김홍탁 전 플레이그라운드 대표가 불출석해 시간을 허비했다.
안 전 비서관은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반면 김형수 전 이사장과 김홍탁 전 대표는 각각 해외 출장과 다음날 ‘차은택 재판’ 출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모두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들이다. 특히 김 전 대표는 ‘탄핵심판과 관련해서 아는 게 없다. 형사재판에서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 내용 외에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서면을 이날 헌재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김 전 대표를 불러 플레이그라운드의 실제 운영 행태와 이익 배분을 꼭 확인하고 싶다”며 재판부에 증인신청을 계속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직권 취소’였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측이 김 전 대표를 상대로 신문할 사항은 이미 증거로 채택한 기록조서나 증인들의 여러 증언에 의해 파악할 수 있다. 김형수 전 이사장도 재직기간이 짧아 탄핵사건의 내용을 모른다고 한다”며 “이들은 핵심 증인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 변론 때 말한 원칙에 따라 재소환하지 않고 증인채택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 권한대행은 지난 12차 변론에서 “불출석 사유가 납득하기 어려울 경우 해당 증인은 다시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형수 전 이사장과 김홍탁 전 대표는 이 원칙이 적용된 첫 사례가 된 셈이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박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추가 신청한 이진동 TV조선 기자와 최철 문체부장관 정책보좌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은 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묻겠다며 이진동 기자를 신청했지만 이 권한대행은 “이미 재단 관계자들이 헌재에 나와 여러 차례 증언했고 증거가 있다”며 기각했다. 최철 보좌관 역시 탄핵소추사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안봉근 전 비서관까지 합하면 이날 하루 박 대통령 측 증인 5명이 모두 날아간 셈이다. 헌재는 그동안 증인들의 잇단 불출석으로 ‘3월13일 이전 선고’ 방침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했지만 이날 초강수로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급해진 쪽은 오히려 박 대통령 측이 되어 버렸다. 이날 재판부가 증인을 취소ㆍ기각하자 손범규 변호사는 “그렇다면 김수현의 녹음파일 검증을 신청한다”며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이진동은 이 사건 핵심인물들을 훤히 들여다보는 빅브라더 같은 존재다. 김수현을 마치 트로이 목마처럼 최순실과 고영태에 보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말씀하신 내용은 재판부가 더 잘 안다. 걱정 말고 신청서를 내주면 재판부가 협의해서 다음 기일 때 결정사항을 말씀드리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