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장거리탄도탄 북극성 2형 발사 성공
북한이 또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은 13일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이자 '강위력한 핵전략무기'인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전날 발사한 비행 거리 500㎞의 탄도미사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체계를 이용한 신형 고체연료 지대지 전략미사일이라는 주장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분석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우리 식의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 시험발사가 2017년 2월 12일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새로 개발한 대출력고체발동기(엔진)를 이용하는 중장거리 전략탄도탄과 리대식자행발사대(이동식 발사차량)를 비롯한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기술적 지표'를 확증하는데 목적을 뒀다고 북한 매체들은 밝혔다. 이어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지상에서의 냉발사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 대출력고체발동기의 시동 특성을 확증"했으며, "능동구간 비행시 탄도탄의 유도 및 조종특성, 대출력고체발동기들의 작업특성, 계단분리특성들을 재확인하였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추진체 화염을 토대로 '은밀성'이 높은 고체엔진을 장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바 있다.
이번 시험발사는 또 "보다 능력이 향상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조종전투부의 분리후 중간구간과 재돌입구간에서의 자세조종 및 유도, 요격회피 기동특성 등을 검증"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밝혔다. 발사에 이용된 이동식 발사차량은 '자체의 힘과 기술, 지혜'로 만들어낸 것으로, "기동 및 운영상태를 극악한 지상 환경 속에서 시험완성하고 실지 탄도탄 발사를 통하여 그 기술적 지표들을 완전히 확정하였다"고 북한 매체들은 주장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사거리 대신 고도를 높이는 고각발사 방식으로 진행되였다"고 매체들은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현지에서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위력한 핵공격수단이 또 하나 탄생'한 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8월 SLBM 수중 시험발사 성과를 토대로 "이 무기체계를 사거리를 연장한 지상대지상 탄도탄으로 개발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하시였다"고 북한 매체들은 밝혔다. 북한은 작년 8월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북한명 '북극성'인 SLBM 1발을 동해 상으로 시험 발사해 500여㎞를 비행해 부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SLBM에는 대출력 고체 엔진이 사용됐다고 북한은 주장한 바 있다.
김정은은 현지지도 자리에서 북극성 2형을 "작전 이용에 편리하면서도 타격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우리 식의 우월한 무기체계"라고 평가하면서 "수중과 지상 임의의 공간에서 가장 정확하고 가장 신속하게 전략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였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시험발사와 관련, "북한이 고각발사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 점에서 정확한 사거리 예측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ICBM의 1단 추진체 실험으로, 이동 발사가 용이한 고체추진 ICBM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발사 현장에서는 리병철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정식·정승일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장창하 제2자연과학원 원장 등이 김정은을 맞았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로켓 조립 현장에 '무려 이틀간에 걸쳐' 기술진들과 머물렀으며, 시험발사 이후 국방과학자 및 기술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또 '헛다리' 짚은 군 당국
한편, 지난해 한 차례 북한 미사일을 잘못 분석한 경험이 있는 군 당국은 12일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을 노동계열이라 추정한 것을 두고 잘못된 분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각도의 종합적인 분석 보다는 발사 고도와 비행거리만을 놓고 단순 계산에 의존한 기계적인 분석이라는 지적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발사한 탄도미사일 종류는 노동급 미사일로 추정한다"면서 "현재 한미가 정밀 분석 중에 있지만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55분께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동해상을 향해 90도 각도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최대 550여㎞를 솟아 올라 500여㎞를 날았다. 북한은 지난해 7월19일에도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노동계열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바 있다. 군 당국은 당시 미사일이 500~600㎞를 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최대 사거리 1,300㎞의 노동미사일이 절반에 못 미치는 지점에 떨어진 것을 미뤄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인 고각(高角) 발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합참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지난해 7월 발사 당시의 궤적을 비슷하게 그린 점에 근거해 노동계열로 분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준비 마감단계에 있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구형 노동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시각이다. 발사장소가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으로 확인됐다는 점도 노동미사일 보다는 오히려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인 무수단미사일(사거리 3,000㎞)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평북 구성 방현비행장에서 무수단 7~8차 발사를 시도했다. 앞선 1~6차 발사는 강원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이뤄졌다. 구성 방현비행장에서의 잇단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무수단의 재발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이 지난해 9월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군 당국이 초반에 노동 미사일로 추정했다가 나중에 스커드-ER로 최종판단을 바꾼 사례가 있다는 점도 이날 군 당국의 분석을 무턱대고 신뢰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ICBM을 공언한 마당에 노동을 쏜다는 건 뜬금없는 소리"라며 "ICBM의 징검다리라 할 수 있는 무수단 발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방현비행장에서 무수단을 쐈다가 실패했다"며 "이번에도 방현에서 발사한 것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무수단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북한이 작년까지 8차례 무수단을 발사해 1번 밖에 성공 못했다. 성공확률은 12.5%에 불과하다"며 "엔진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앞으로도 여러 번 발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북한이 ICBM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평가받는 무수단의 고각발사를 재시험 하되, 비행안정성을 위해 일부러 최대고도를 줄였을 것이라는 게 장 교수의 분석이다. 이날 미사일은 최대고도 550㎞에 사거리 500여㎞를 날아갔는데 탄두 무게를 높여 고도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장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무수단 고각발사 때 1400㎞ 이상 고도로 솟아 400여㎞를 날아갔다. 자체 분석 결과 약 275㎏의 탄두를 실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에 고도가 550㎞ 밖에 안 된 이유는 그만큼 탄두 무게를 늘린 것으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거리와 고도만으로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 아닌 것 같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국방부는 지난해 9월5일 스커드-ER 발사 때도 고도와 궤적만을 근거로 노동미사일이라고 잘못 분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 이후 감행한 첫 도발이라 일단 도발 수위의 조절을 위해 저강도로 먼저 던진 것일 수 있다"면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의 체면을 생각할 때 현재의 ICBM 국면에서 노동이나 스커드 발사를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참은 이같은 비판이 일자 4시간 여만에 판단을 번복했다. 이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노동계열이 아닌 무수단급 개량형으로 번복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속도가 노동급 미사일 수준인 마하 9.5보다 빨랐고 무수단급 범주에 포함됐기 때문에 무수단급 미사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판단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 자료를 추가적으로 확보해 새로운 판단을 내리게 됐다"면서도 어떤 자료가 판단 번복을 내리게 된 배경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