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3일까지 서면 내라"…3월초 선고 가능성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증인신문이 마냥 늘어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면서 국회 측과 대통령 측에 그동안 각자 주장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준비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9일 열린 탄핵심판 12차 변론을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 여러가지 주장하고 증거를 제출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쌍방 대리인들은 그동안 답변 요청한 부분을 포함해서 주장한 내용을 23일까지 준비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또 이 권한대행은 "앞으로 신문이 예정된 증인들이 대부분 출석하리라 기대하지만 혹시라도 불출석한다면 재판부에서 납득하는 사유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해당 증인을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재는 증인 출석요구에 수 차례 응하지 않은 더블루K 고영태 전 이사와 류상영 전 과장에 대해 직권으로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이미 한 차례 증인신문 출석을 연기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경우에는 다시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불출석 사유와 상관없이 증인신문을 취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헌재는 22일까지 예정된 탄핵심판 증인신문 기일 외에 추가로 일정을 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종 변론을 감안하더라도 2월 말께 변론이 종결되고 이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박 대통령측이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하는 방안을 대통령과 상의해보겠다"고 밝혀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헌재…"지엽적·불필요한 질문 많다" 적극 개입
한편, 헌재는 최근 근거 없는 '탄핵기각설'이 불거지는 등 아직 형성되지도 않은 재판부의 '심증'에 관한 무분별한 추측이 언급되고, 박 대통령 측 지연 전략에 끌려간다는 비판이 나오자 헌재가 심리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사건 진행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장인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55·사법연수원 16기)은 9일 12회 변론에 출석한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의 증인신문 도중 박 대통령 측 질문에 여러차례 주의를 주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측 질문이 늘어지자 "증인의 답변 부분 계속 확인인데 신문에 비효율성이 있는 것 같다"며 "효율적으로 신문하면 감사하겠다"고 지적했다. 또 "질문 취지가 불분명하다" "질문 내용 이해를 못하겠다" "신문 내용이 지엽적이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증인이 아는 내용을 물어달라"고 말하며 박 대통령 측에게 효율적인 신문을 주문했다. 주심 강일원 재판관(58·14기)도 여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증인신문에 개입하며 박 대통령 측 증인신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조 전 대표에게 "급여가 법인카드에서 나간 거 아니냐"고 질문하자 "급여가 어떻게 법인카드에서 나가냐"고 말허리를 잘랐다. 또 박 대통령 측이 수사기록을 확인하는 질문을 반복하자 "왜 수사기록을 다 확인하고 있는지 재판부로서 이해가 안 된다"며 "조서에 부동의한 취지가 있을 텐데 탄핵하는 질문을 해야 되는데 조서 그대로 확인만 하고 있다. 불필요한 질문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에도 박 대통령 측의 증인신문에 문제를 제기하며 "똑같은 말을 같이 해서 미안한데 묻고 있는 것이 조서를 부동의한 것이고 피청구인(박 대통령)한테 불리한 것 아니냐"며 "대리인이 피청구인의 이익에 반하는 신문을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소추위원 측도 핀잔을 들어야 했다. 강 재판관은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이 조 전 대표에게 "증인이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K스포츠재단을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설명해달라"고 하자 "지금까지 다 증언했는데 뭘 설명하냐"며 "자꾸 중복하지 말고 딱 집어서 물어달라. 지금 질문은 다 중복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 소추위원 측이 조 전 대표에게 의견을 묻는 질문을 하자 "(조 전 대표는) 답변 안 해도 된다. 의견을 묻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