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최순실-고영태 암투’ 경위 파악
최순실(61·구속기소)이 나라 돈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투입하려 시도한 미얀마 K타운 사업에 최순실 측근이던 고영태(41)가 주도적으로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다 최순실에 가로막힌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법조계와 사정 당국 등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사업의 '발단'에 고영태의 역할이 있었던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에서 카페 '테스타 로사'를 운영하는 등 커피 사업에 관심이 많던 최순실은 2015년께 커피 사업 확장을 위해 고영태에게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때 보고된 내용 중 하나가 미얀마 커피 수입이었다.
미얀마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고영태는 현지에서 오랫동안 무역업을 해온 사업가 인모(44·미국 국적)씨를 최순실 측에 소개한다. 최근 최순실의 '미얀마 사업 파트너'로 이름이 알려진 폭력전과자다. 두 나라를 오가며 인맥을 쌓는 등 인씨가 미얀마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긴 최순실은 그를 발판으로 미얀마에서 추가로 원조 관련 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최순실 측과 인씨를 이어준 고영태는 미얀마 K타운 사업권을 가진 인씨 현지 회사 M사 지분 약 15%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최순실이 인씨에게 "내가 사업을 더욱 키워줄 테니 고영태가 아닌 나에게 지분을 달라"고 요구하며 고영태를 배제하면서 고영태의 지분은 최순실 쪽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은 이 지분을 조카 장시호(38) 명의로 받았다. 최순실은 장시호에게 '대대손손 물려줄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공증 등 관련 업무를 맡겼는데, 장시호가 직원을 시켜 진행하자 크게 질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일 처리가 원만하지 않자 결국엔 장시호도 실질적으론 거의 관여하지 않고 인씨가 위임을 받아 직접 미얀마로 건너가는 등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인씨와 장시호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최순실이 M사 지분을 챙긴 행위가 알선수재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달 1∼2일 체포영장을 통해 최순실을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나 최순실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조사에 큰 진척은 없었다. 최순실에서 돌아선 뒤 각종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는 6일 최순실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어서 무슨 말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