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드러나는 박대통령의 '직접지시'와 의혹
박 대통령, '최순실 수주' 하도록 3천억 평창올림픽 공사 지원 의혹
박영수 특검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이 설립한 더블루케이 파트너사인 외국업체에 박대통령이 3천억원대의 평창동계올림픽 시설 공사를 맡기도록 지시해 이권 챙기기를 도우려 했다는 진술을 드디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체는 체육시설 전문 스위스 누슬리사로, 더블루케이는 이 회사의 국내 사업권을 갖고 있었다. 최순실 측은 이 업체에 오버레이(임시 관중석 및 부속 시설) 공사를 맡기려 했다. 앞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누슬리사의 평창올림픽 공사 수주를 도우려 한 정황이 드러난 적이 있지만,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개입 여부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최순실이 계획한 대로 누슬리가 평창올림픽 주요 시설물 오버레이 공사를 수주했다면 국내 독점 사업권을 가진 최순실측은 수수료 등을 포함해 최소 수백억원대의 막대한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이익 공동체'라고 규정한 특검팀은 수천억원의 이권이 달린 대형 공사를 최순실이 국내 사업권을 가진 특정 회사에 몰아주려 한 정황에 주목하고 향후 박 대통령을 대면 조사할 때 이런 지시를 내린 배경을 조사할방침이다. 17일 법조계와 체육계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누슬리사 기술이 평창올림픽에 활용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대통령은 2016년 3월 6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누슬리라는 회사가 있는데 체육시설 조립·해체 기술을 갖고 있어 매우 유용하다"며 "평창올림픽 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안 전 수석이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당일 업무 수첩에 "누슬리, 스포츠 시설 건축회사, 평창 모듈화"라는 문구가 적힌 것을 확인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그해 3월 8일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더블루케이와 누슬리의업무협약 체결장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누슬리의 한국 내 사업권을 더블루케이가 갖는다는 내용의 협약식에는 김종 전 차관도 참석했다.
당시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은 이미 국내 건설사인 대림산업이 토목 공사부터 경기장 스탠드 등 모든 공사까지 한꺼번에 맡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 중이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사업방식을 바꿔 누슬리에 주요 시설물 공사를 맡기려고 한 것으로 의심한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 같은 사업 변경에 난색을 표명하자 박 대통령이 해임을 직접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은 작년 3월 28일 대통령 지시 사항을 기록하는 업무 수첩에 "평창위원장, 조양호→기재부전관"이라고 적었다.
조 회장은 2016년 5월 2일 김종덕 장관으로부터 직접 해임 통보를 받았는데 두 달가량 먼저 박 대통령이 위원장 교체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더블루케이가 창립돼 누슬리와 파트너가 되기 이전에도 청와대가 집요하게 누슬리를 올림픽 공사에 참여시키려고 한 정황도 포착했다. 조 회장은 검찰에서 "2016년 1월 개장 전 점검 행사를 보고하려고 김종덕 장관을 찾아가니 정작 급한 얘기는 하지 않고 왜 누슬리를 참여시켜 개폐회식장 공사를 하는 것을 못 하게 막느냐고 따져 이상했다"고 진술했다.
이 밖에도 특검은 박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공사 외에도 최순실의 이권 챙기기 사업으로 전락한 '5대 체육 거점 사업'에 누슬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조사에서 최씨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 등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추가 기부를 받아 거점 사업을 조성해 사업 운영권을 가지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5대 거점 사업에도 누슬리의 기술을 적용하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며 "하남, 인천, 대전, 대구, 부산 5개 거점에 누슬리 공사를 잘 활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박대통령 청와대 대책회의로 우병우와 말맞추기' 불어버리다
한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1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공개 변론에 처음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최순실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안 전 수석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했던 최씨와 달리 상당수 의혹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은 국회 탄핵소추인단이 '안 전 수석의 청와대 업무 수첩이 대통령 지시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의 수첩은 현재 진행 중인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도 중요 증거로 다뤄지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증인은 작년 10월 12일 박 대통령과 면담을 했고, 이 자리엔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도 참석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안 전 수석이 그날 작성한 업무 수첩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청와대 주도·개입 X' '전경련 주도'라고 적혀 있었다. 안 전 수석은 '당시 면담에서 박 대통령도 이 같은 취지로 말했느냐'는 질문에 "재단 (모금·운영) 자체를 전경련이 주도한 것으로 하고 (재단 일부) 인사는 청와대가 추천한 거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신 걸로 기억난다"고 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은 2015년 7월 24~25일 진행된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獨對) 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기업마다 재단 출연금 30억원씩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협의한 내용과 달리 박 대통령이 재단 인사(人事)는 물론 모금까지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특검 등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의혹이 번지던 작년 10월 박 대통령이 청와대 핵심 참모들을 불러모아 대책회의를 갖고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또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를 준비하면서 "당시 대통령 말씀 자료에 '이 정부 임기 내에 (삼성) 승계 문제 해결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기억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기억한다.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작성해서 그대로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삼성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지 않았고, 실제 그런 대화가 (독대에서) 오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이 롯데로부터 받은 추가 투자 명목의 70억원을 검찰의 롯데 압수수색 전날인 작년 6월 9일 돌려준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작년 5월 아프리카 순방 후 반환하기로 결정하고 (재단에) 통지를 했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검찰의 압수수색 계획을 (사전에) 알고 투자금 반환을 지시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증인에게 전화해 (2015년 8월 최태원 SK 회장의 광복절 사면과 관련한) 국민 감정이 좋지 않으니 사면의 정당성을 확보할 만한 것을 SK에서 받아 검토하라고 지시를 해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에게 연락해 자료를 준비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김창근 회장이 먼저 제안을 했고, (사면) 자료를 준비한 것이 맞는 듯하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최순실 측근인 차은택을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해 "박 대통령이 2014년 문화와 관련한 중요한 인재(차은택)가 있으니 (만나서) 협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대통령, 민간기업인 포스코, KT, 대한항공 인사도 개입” 의혹 불거져
한마디로 국정은 엉망진창이었다. 청와대가 국가최고 행정기관인지 일개 민간기업인지 도대체 구분이 가지 않는다. 공(公)이 사(私)고 사(私)가 공(公)이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행정조직이나 경영행정조직도 만인앞에 평등해야 할 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렇게 동네 구멍가게 떡주무르듯 할 수는 없다. 또 국민들이 아연실색할 일이 불거져 드러나고 있다. 국가최고 행정기관인 청와대가 동네 구멍가게도 부끄러울 일을 저질렀음이 드러나고 있다. 증거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다 기록되어 있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업무수첩을 쓰는 규칙이 있다.고 시사인이 보도했다. 맨 앞장에 ‘12/3/15~12/ 16/15’ 식으로 수첩을 쓴 시기를 적는다. 또 업무수첩 맨 마지막 장은 인사와 관련된 내용 메모가 많다. 주로 사람 이름을 적어두었다. 2015년 12월3일부터 2015년 12월16일까지 쓴 수첩의 맨 마지막 장에 포스코 관련 인사 사항이 적혀 있다. ‘POSCO 우 김 전무(△△법인장) 윤 이 김 황 장.’ 이들 이름 옆에 하이픈(-)을 그어놓고 설명을 달았다. 한 사장급 임원 이름 옆에는 ‘-문재인’이라고 적혀 있고 두 명 이름 옆에는 ‘-여자 문제’라고 적혀 있다. 포스코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016년 2월에 인사가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포스코 임원이 맞다”라고 말했다.
2014년 12월17일 행사장을 둘러보는 박근혜 대통령,권오준 포스코 회장(맨 오른쪽)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메모와 포스코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포스코 인사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안종범은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다. 2015년 12월11일 박 대통령 지시 사항을 뜻하는 ‘12-11-15 VIP-②’라는 메모에도 포스코 관계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다. 총 16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이 가운데 4명은 ‘사외이사’라고 되어 있다. ‘12-26-15 VIP’라고 상단에 적혀 있는 메모도 비슷하다. 이 메모에도 ‘POSCO’라는 항목에 11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한 임원 이름 옆에는 ‘SD 뇌물’이라고 적혀 있다. 이 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포스코 비리’에 연루되었던 인물이다.
‘12/16/15~1/10/16’라고 쓰인, 그러니까 2015년 12월16일부터 2016년 1월10일까지 안 전 수석이 쓴 업무수첩 맨 마지막 장에는 청와대가 KT 인사에 개입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메모에는 KT 사외이사 세 명(송도균·임주환·차상균)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가운데 사람을 제외하고 두 사람을 화살표로 묶고 ‘연임’이라고 쓰여 있다. 이 메모가 적힌 페이지 옆면에도 ‘교체’ ‘3년 유임’ 등의 메모가 적혀 있다. 2016년 3월25일 열린 KT 주총에서 송도균 전 SBS 대표이사,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학부 교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되고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은 교체된다.
안종범 수첩에는 대한항공 지점장 이름도
포스코와 KT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대표적 회사다.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이 인사를 좌지우지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낙하산은 없다’고 공약한 바도 있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그런 공약이 무색하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한항공 지점장 인사에도 개입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고창수’라는 이름이 5~6회가량 나온다. ‘7-24-15 VIP-③’이라고 적힌 메모에 이 이름이 등장한다. 2015년 7월24일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 메모에는 ‘한진’에 동그라미를 친 후 다음과 같이 적었다. ‘2-대한항공 기업 참여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고창수 신망’ ‘3년 연임 부탁’이라는 말도 나온다.
2016년 1월3일에 작성된 VIP 지시 사항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도 ‘4. 고창수 대한항공 지점장 2월 본사 파견 원치×→서울, 제주지점장’이라고 적혀 있다. 상단에 ‘1-23-16 VIP’라고 쓰여 있는 또 다른 메모에는 ‘9. 고창수→제주지점장’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고창수씨는 최순실씨의 고향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대한항공 지점장 인사에 직접 (그것도 여러 번 언급하며)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검, 박대통령에 '최후통첩' "2월초까진 대면조사해야"
한편, 특검팀은 내달 초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조사해야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뇌물 등 여러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쪽으로 수사망을 빠르게 좁혀가며 심리적으로 바짝 옥죄는 양상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시점을 묻는 말에 "늦어도 2월 초순까지는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이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시점과 관련해 '시한'을 못박으며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현재의 수사 상황에 비춰 아무리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 위한 제반 준비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둘러싼 뇌물죄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 '비선진료'에 따른 의료법 위반 등 크게 세갈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을 돕는 대가로 최순실씨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이 전날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다분히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이외에 SK·롯데·CJ 등 다른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출연금이 총수 사면이나 면세점 인허가 대가가 아닌지도 살펴보고 있다. 특검은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과 관련해 5∼6개 대기업을 수사 대상으로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대기업들이 재단에 출연한 774억원 상당 부분을 뇌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혐의액수가 1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은 아울러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작성된 '블랙리스트'의 윗선도 박 대통령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오전 피의자로 소환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박 대통령의 관여 여부와 역할 등을 집중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가 막바지에 들어선 셈이다. '청와대 비선 진료' 의혹과 관련해서도 핵심 인물인 김영재의원 원장 김영재씨를 이날 소환하는 등 여러 방향에서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실제 성사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
박 대통령은 과거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검의 중립성을 거론하는 등 수사 불응 가능성도 감지된다. 특검보는 "대면조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측과 일정을 조율하거나 접촉하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박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조사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현재로선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