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든든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내정자
현시대 가장 영향력 높은 사령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내정자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친(親)러시아 행보와 거리를 두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미친 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해군장성 출신 매티스는 12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한미동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미국의 전통적인 군사동맹 강화를 역설하는 한편 러시아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매티스 내정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세계질서는 가장 큰 '공격'에 놓여 있다"며 "이는 러시아와 테러집단,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매우 똑똑하다"고 칭찬하며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주장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에서 나토를 더 이상 쓸모없는 조직으로 보고 있고, 관계 개선을 위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마저 인정할 수도 있으며, 자국 방식으로 시리아 내전을 종결시키려는 러시아의 구상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향을 나타내면서 미러 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매티스 내정자는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협력가능 영역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향후 행보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러시아와 협력가능한 영역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립하는 영역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매티스 내정자는 나토에 대해 "미국의 국가안보에 핵심적이다. 강력 동맹국과 함께하는 국가는 성하고 그러지 않는 국가는 쇠한다"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 동맹을 파괴하려 한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티스 내정자는 한반도와 관련,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런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미국의 방어의무 이행에 상당한 난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며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미국 동맹국도 의무를 같이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여지는 남겨뒀다. 그간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대폭 증액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한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되, 동맹중심의 미국 외교안보전략 자체는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매티스는 북핵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은 역내 국가, 특히 한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우리 본토는 물론, 그들의 미사일 방어능력도 강화해야 하며 필요하면 북한의 침략에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북 핵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어떤 것도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선 안된다"고 원론적 답변을 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자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북핵은 심각한 위협"이라며 "뭔가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답변했다.
중국에 대해 매티스 내정자는 "가능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하지만 중국이 우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선택하면 이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중국이 지속적으로 남중국해 군사력 팽창을 추구할 경우 "주변국 신뢰가 찢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강경론자로 잘 알려진 만큼 이란 핵협상 합의안에 대해 "불완전하다"고 지적했지만 "미국이 약속한 사안에 대해 따라야 하며,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기간 이란 핵합의안 폐지를 주장했다. 매티스 내정자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이전 문제에 관해서도 "내가 가야 할 이스라엘의 수도는 텔아비브"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2국가 해결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종합해볼 때 매티스 내정자는 많은 부분 기존의 미국 외교안보전략을 승계하되 다소 강경정책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맹, 러시아 관계, 이란 핵문제, 이스라엘 정책 등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입장차를 분명히 한 만큼 앞으로 대통령-내각 관계가 어떻게 유지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대해 션 스파이서 대변인은 "결국 이들 각각은 모두 트럼프 어젠더를 이끌어갈 것"이라며 "그들은 개인적 견해에 대해 질문을 받았고 그에 대해 답한 것이다. 트럼프는 '클론'(복제인간)을 원한 게 아니다"고 문제 없다고 못 박았다. 직설접 화법으로 '미친개'(Mad Dog), '승려 전사'(Warrior Monk)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은 지난 40여년간 해군으로 복무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등에 직접 참전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