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국민대통합, 정권보다 정치교체’ 내걸며 귀국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민대통합과 정치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2007년 이래 10년 만의 자연인 신분 귀향이지만 반 전 총장은 귀국 전 사실상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혀 앞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뛰어들 전망이다. 그의 한국행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한 대선 지형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 전 총장의 귀국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 간 합종연횡 등 정계개편의 촉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을 갖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며 "저는 분명히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 마음에 변함없다"고 대선 출마를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현재 한국 상황을 총체적 난관이라고 규정한 뒤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패권과 기득권은 더이상 안된다"며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 책임이 있다. 이들 모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 그리고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을 헐뜯고 소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 그런 것이 권력의지라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며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느냐, 그런 의지라면 얼마든지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호소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키워드로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을 표시하면서 강한 권력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제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우리 사회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 해법을 같이 찾아야 한다"며 "정권을 누가 잡느냐, 그것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다. 우리에게는 더이상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또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은 아직도 광장의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있다. 정말로 개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를 의식한 듯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이다.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낸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여망을 결코 잊으면 안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귀국 후 국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갖겠다고 늘 말씀드려왔다. 내일부터 그 기회를 갖겠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사심없는 결정을 하겠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이동해 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을 만난 뒤 승용차 편으로 사당동 자택으로 향했다. 그는 13일 오전 국립현충원에서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하고 사당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신고를 할 예정이다. 또 14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음성의 선영을 둘러보고 충북 청주의 모친 자택을 방문한 뒤 전국을 순회하는 '민심청취' 행보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반기문 귀국, 정치권 반응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에 대해 여야 4당은 각자 다른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한 견제구를 던졌고,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 띄우기에 나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제3지대와 연관된 국민의당·바른정당에는 ‘러브콜’과 ‘견제’가 혼재했지만 국민의당은 '조건부 견제'에, 바른정당은 '러브콜'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진행된 정책조정회의에서 "반 전 총장은 귀국을 한 후 조금 쉬시고, 세계적인 평화 지도자로 남아서 존경받는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선 출마는 (반 전 총장의) 삶의 궤적을 보면 정쟁에 뛰어들어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을 겨냥해 "민주당과 정반대편에 서겠다면 상대를 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반주현 씨의 뇌물 혐의, 박연차씨 23만 달러 수수설 등 반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들의 검증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귀국직후 논평을 통해 "귀국 선언을 넘어서 대선 출마 선언을 방불케 했다"면서도 "반 전 총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대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이 보여줘야 할 것은 민생행보가 아니라 의혹 해결을 위한 검증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저도 알고 있는 몇가지 의혹이 있다. 이런 문제에 혹독한 검증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검찰 수사를 의뢰해서라도 정확하게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도 "소위 자기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이념과 정책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포기'를 종용한 민주당과 다르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 전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열린정당, 플랫폼 정당을 이미 발표했다"며 "우리당으로 정체성이 맞으면 들어오는게 좋다. 조건없이 들어오라"고 밝혔다. 다만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 발표 후 국민의당의 입장은 '견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연호 수석대변인 직무대행은 "반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시작하고자 한다면 동생과 조카의 비리혐의, 박연차 스캔들 등 본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직접 국민 앞에 해명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의혹과 이념에 대한 검증을 전제로 한 '러브콜'을 보냈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요즘 반 전 총장을 두고 불거지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남김없이 해명하고 국민에게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의원은 반 전 총장에 대해 "보수인지, 진보인지 비전과 정책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저는 아직도 그분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유 의원은 "그 분이 안보는 정통보수의 길을 가되 경제나 교육, 노동, 복지 등은 굉장히 개혁적인 길로 가는 길에 동의하신다면 바른정당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분이 합류하신다면 당연히 공정한 경선을 치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도 "바른정당으로 입당해 우리 후보들과 당당하게 경쟁해서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귀국 후에는 '러브콜'에 더 가까워졌다. 장제원 대변인은 "공교롭게도 반 전 총장의 첫 메시지가 저희 이념·가치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장 대변인은 "바른정당에서 경선을 통해 범개혁보수새력 정권 재창출에 함께 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 띄우기에 나서며 구애를 보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을 향해 "엄중한 조국 현실에서 품격과 수준이 다른 리더십을 보여달라"며 "전국민의 자랑이자 국가의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낳고 기른 세계적인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견제구는 오히려 민주당을 향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검증을 빙자한 '반기문 깎아내리기' 음해공세는 자제되어야 한다"며 "반 전 총장은 편협한 진영논리에 매몰돼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당리당략 정치를 타파하고 세계대통령 다운 크고 넓은 정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 반응
시민들의 반응은 정치권의 반응과 엇비슷하면서도 다소 다른 측면도 있었다. 대게 친 야권 지지성향의 시민들은 반총장에 대해 혹독한 검증이 필요하거나 이미 박연차 의혹, 귀국직전 조카, 동생의 뉴욕검찰 기소문제로 “아니다”는 반응들이고 친여권 성향 지지자들은 “다소 검증의 문제가 있지만 이제 정말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들이다. 중요한 것은 친여권 지지성향의 시민들의 반응들이 ‘최순실 게이트’ 이전과 이후로 반총장에 대해서도 그 지지율이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야권에 비해 결집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지금의 여권상황들을 반영하고 있다. 한나라당 때부터 새누리당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권을 수십년간 지지해 온 한 시민은 “이제 정말 정치부패 스캔들 신물이 난다. 정치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어졌다. 반총장이든 누구든 나는 관심이 없다”라고 했고 또 다른 시민은 “반총장이 대권을 거뭐지려면 정말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정치보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정치를 해야하고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를 진짜 보여주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지지율 1위의 문재표도 겨우 20%대의 지지율이다. 그게 무슨 대권 지지율인가? 한일 소녀상 문제도 그 양반은 합의문을 읽어 보지도 않고 나오는대로 뱉지 않는가? 준비된 후보가 아니다. 반총장도 마찬가지다. 그보다 약간 못미치는 지지율일 뿐이다. 박연차 의혹, ‘조카,동생 뉴욕검찰 기소 문제’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은 정치 스캔들 자체에 신물이 나 있는데 자신의 문제에 반총장이 어찌 대처하는지 국민은 하나 하나 유심히 볼 것이다.
진실하고 정직하며 딱 부러지게 언급하고 잘못이 있으면 고백해야지 ‘나는 무조건 모른다’식으로 기름장어처럼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대권은 물건너 가며 망신만 당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말없는 국민들은 지금 깨끗하고 정의로운 새정치도 좋지만 모든 정치인들에게 ”바보들아 문제는 경제야!“ 라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과연 반총장은 진정 무엇을 준비하셨는가? 어떤 정치를 보여줄 것인지? 실질적 능력과 결과를 볼 것이다. 이미지 정치, 스팩정치? 그것만 가지고 계시다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