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드러나는 최순실 게이트의 사실들
노승일 "최순실, 독일서 대통령과 통화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9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장에서 “최순실이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 학장과 통화하는 것을 더블루K 사무실에서 여러차례 봤다”고 증언했다. 노 전 부장은 이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김경숙 전 학장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부인해왔다. 이어 그는 “독일에서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도 한차례 본 적 있다”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최순실이 우 전 민정수석과 아는 관계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최순실이 독일에 있을 때 전화를 해서 한국 동향을 물었는데, 내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나올 것 같다고 했더니 최순실은 ‘우병우는 또 왜 그래?’라고 했다“면서 ”나는 (둘이) 아는 관계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노 전 부장은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고, 서초동 편의점에서 만난 분이 저를 알아보고 악수를 칭했다”면서 “그런데 한시간도 안되서 충정로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그분이 와 계셨다”고 말했다. 노 전 부장은 ‘미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남자였고 체격은 비슷했으며 짧은 머리에 안경쓰고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최순실 모른다더니, '시집가라' 성탄카드 받은 윤전추
한편,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이 9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가 윤전추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를 공개했다. 카드에는 "전추씨,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에는 꼭 시집 가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보낸 이 '최순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는 그동안 최씨와의 친분을 부정해온 윤 행정관의 증언을 뒤집는 것이다. 장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시집 보낼 걱정까지 하는 최순실을 윤 행정관은 헌법재판소에서도 '의상실에서 처음 봤고, 개인적으로 모른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또 "윤 행정관의 휴대폰에 '최순실딸', '정유연' 이렇게 입력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출석한 박근혜 미용사 정송주·매주 "불출석 사인이 똑같다"
의혹은 박 대통령의 미용사 '정송주·매주' 자매의 갑작스런 불참 배경으로 확산됐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 일부를 알고 있으리라 지목된 두 사람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참석 의사를 전했던 정 자매가 청문회 당일 '불면증'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전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이들의 불출석 배경에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두 사람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의 사인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두 사람의 사인 모양도 똑같은데 한자 정에 동그라미를 쳤다는 것이다"라면서 "배후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두 자매가 서로 협의 했다면 '우리 사인을 똑같이 하자'고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사인이 같다면) 같은 사인을 하지 말라고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두 사람의 신용카드나 통장에 사인을 확인해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마지막인 이날 청문회는 참석 대상 증인 20명 중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단 두 사람만 참석해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은 물론, 윤전추 행정관, 이영선 대통령경호실 행정관 등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불출석 증인 중 가장 화살을 많이 받은 인물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특검으로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 제작에 깊숙이 관여한 의심을 받고 있는 조 장관은 '불리한 증언을 강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가 국정조사특위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등 압박을 시작하자 오후 2시께 참석할 뜻을 밝히기 했다(관련 기사 : 버티던 조윤선, 동행명령 으름장에 청문회 '출석').
최순실, 특검 소환 또 불응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조사를 위해 닷새 만에 다시 소환을 요구했으나 최순실은 또 불응했다. 특검팀은 9일 오후 2시 최순실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최순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순실이 탄핵심판 출석과 재판준비 관계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은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증인으로 나와 증인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11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최순실 등의 형사재판 2번째 공판이 열린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최순실은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특검팀 사무실이 마련된 강남구 대치동 D빌딩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달 27일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31일에도 재차 출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검팀은 이달 4일 오후 다시 최순실에게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최순실은 '정신적 충격' 등을 이유로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당시 딸 정유라(21)가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상황에 따른 정신적 충격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체포영장 집행 등 강제구인 방법도 강구하던 특검은 일단 최순실이 자발적으로 출석을 결정하도록 다시 소환 통보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최순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함에 따라 그를 불러 조사할 방안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달 5일 브리핑에서 "최순실을 조만간 다시 소환하거나 앞서 말씀드린 체포영장 발부나 추가 구속영장과 같은 필요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며 "최순실의 태도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검팀은 기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한 사실 외에 새로운 범죄 사실을 인지해 새로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특검에서는 최순실이 별도의 혐의로 입건되지 않아 참고인 신분이다 보니 출석 요구에 불응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범죄 사실에는 뇌물 관련 혐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