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제적 피해 심각, 정부 AI 방역망 뚤리고 반려동물들 감염 주의
농식품부, "AI 늑장신고 농가도 강력 처벌“ 예고
농식품부는 6일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사실을 당국에 알리지 않거나 늑장 신고하는 농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수 천마리의 가금류가 폐사될 때까지 신고를 미루는 등 AI 농가의 비협조 행위가 AI 확산의 한 요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AI를 신고하지 않은 농장주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도살처분 보상금을 최대 60%까지 깎을 방침이다. 늦게 신고한 농장주 보상금도 10~40% 감액한다. 구체적 감액률은 신고가 1~4일 늦어지면 20%, 5일 이상 지연한 경우 40%다.
이처럼 정부가 '강력 조처'를 공언한 것은 최근 농장주가 산란계(알을 낳는 닭) 1천여 마리가 폐사할 때까지 AI 의심 신고를 전혀 하지 않고 다음 날에야 신고한 경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2일 전부터 폐사가 나타난 육용 오리 농가의 농장주도 500 마리가 폐사할 때까지 전혀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철새도래지 아닌 강원도 첩첩산중도 뚫린 이유는 허술한 방역망 때문
최근 강원도 인제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첩첩산중에 AI가 발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병아리를 들여오는 차량과 사료 차량이 AI 발생지역과 미발생 지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던 허술한 방역 망 때문이었다. 조류 인플루엔자 양성 반응이 나온 강원도 인제의 산란계 농장은 강원도에서도 첩첩산중이고, AI가 크게 확산한 경기, 충청권과도 거리가 멀다. 주변에 다른 양계 농가도 거의 없고 철새 도래지는 전혀 없다. 발병 원인은 무엇일까?
해당 농장은 지난 12월 5일 차량을 통해 병아리를 들여왔다. 위치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병아리 운반 차량의 이동 경로를 보니 이미 AI가 발생한 이후인 11월 24일 경북 김천을 시작으로 나흘 뒤엔 충남 천안, 그리고 충남 당진과 경기 김포, 충남 아산을 거쳤다. 12월 들어서는 전남 함평과 경기 화성, 평택을 들른 후 강원도 인제로 이동했다. 열흘 동안 경기와 충남 등 AI 발생 지역에서 미발생 지역까지 마구잡이로 드나든 건데, 농장주는 병아리를 들여온 후 열흘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AI 발병 농장 대표는 “닭이 들어와서 한 열흘 지나 12월 15일 돼서 그 차량이 그쪽을 지난 사실이 있다고 얘기하면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행정에서. 터진 다음에 얘기하면 뭐하냐고” 라며 망연자실했다. 농가에 사료를 공급하는 차량도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 사료 차량은 지난달 28일 천안 등 충남 지역을 거친 뒤 강원도로 들어왔다. 허술한 방역 망이 문제였다.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는 “강원도나 이런 쪽은 (철새의) 주요 이동 경로가 아니에요. 이런 사례는 차량이나 인위적인 것에 의해서 외부에서 들어왔다고 볼 수 있거든요.” 라고 언급했다. AI 확산에 농민들이 농가 안에서 꼼짝도 못 하는 사이 허술한 방역 망 사이로 차량은 곳곳을 자유롭게 넘나들었고, 남은 건 매몰처분과 한숨뿐이다.
전례없는 AI 피해규모 “1조원”달해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50일 만에 피해 규모가 1조원에 달했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 3000만마리가 살처분되면서 농가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겨울 우리 농가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 최초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것은 지난해 11월 16일이다.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후 철새들이 중국 등에서 한반도로 남하하는 겨울철에 2년에 한 번꼴로 AI가 터졌지만, 이번엔 AI 바이러스가 일찍 유입됐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H5N6형의 경우 과거 유행한 그 어떤 AI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강하고 확산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발생 50일 만에 전국 10개 시도, 37개 시군으로 확산했고 4일 기준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1억6525만마리)의 18.3%인 303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매일 평균 60만마리가 몰살돼 사상 최단기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유례없는 ‘축산재앙’으로 경제적 피해도 적지 않다. 정부가 추산한 살처분 보상금 소요액은 현재까지 2300억을 웃돈다. 여기에 농가 생계안정 자금 등 직접 비용을 비롯해 육류·육가공업, 음식업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인 기회손실 비용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AI 도살처분 마릿수가 전체 사육 마릿수의 20%를 차지할 경우 발생하는 직·간접적 손실이 9846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살처분된 가금류가 18%를 넘어 이같은 전망치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례없는 최악의 AI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다. 계란 가격이 폭등해 산란계 생산 기반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만만찮다. 산란계는 전체 사육규모 대비 32.1%에 해당하는 2245만마리가 살처분됐다. 하루 4300만개였던 계랸 생산량은 이전보다 30% 가량 줄어 하루 3000만개 정도다.
공급량 감소는 가격 폭등을 동반했다. 농식품부가 집계한 지난 2일 기준 계란 한 판의 산지 가격은 6180원으로 전월보다 98.8% 폭등했다. 소비자 가격은 8250원으로 전월보다 51.3% 급등했다. 일부 소매점은 한 판에 1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다. 이천일 농식품부 출산정책국장은 “AI가 발생한 농장은 산란계가 있다고 해도 청소 문제 등으로 곧바로 새 병아리를 농장에 들일 수 없고 앞으로 AI가 얼마나 더 발생하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생산기반을 완전히 찾는 데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 고양이 감염, 도심 비둘기는 바이러스 아직 발견하지 못해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는 폐사체로 발견된 고양이가 H5N6형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택가 근처에 있는 유기묘, 유기견들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커진 상황이다.반면, 국내 비둘기에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비둘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 바이러스가 나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야생조류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H5N8형 AI가 발생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16개체, H5N6형 AI가 발생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47개체를 검사한 결과 모두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93개 개체를 조사했지만 AI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이 지난해 건국대에 의뢰해 조사한 '국내 비둘기 AI 바이러스 감염성 연구' 결과에서도 H5N8형 바이러스를 접종한 비둘기의 폐사가 없었고, 모두 임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은 "비둘기를 통한 고병원성 AI 전파는 어렵다"며 "국외 4개 대륙 24개국의 32개 연구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비둘기류 중 같은 시기에 유행한 고병원성 관련 항체가 발견된 개체는 0.37%에 불과했다. 22개 접종실험 결과에서도 임상 증상이 없었고, 극소량의 바이러스를 배출하기는 하지만 다른 개체를 감염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바이오안전연구팀장은 "비둘기가 AI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접촉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람감염 안심할 수 있나?, 반려동물들도 비상, 산책시 주의
조류독감은 닭, 오리, 야생 조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며 드물게 사람에게서도 감염증을 일으킨다. 2003년 말부터 2008년 2월까지 고병원성(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A, H5N1)가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640건 이상 보고되어 있다. 이 중 많은 경우는 조류독감의 원인이 된 조류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에서 발생하였으며, 사람 사이의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체에 감염된 경우 높은 사망률을 보여, 향후 조류독감이 사람의 전염병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세계 각국의 의학계가 주시하고 있다.
2013년에는 중국에서 H7N9이 유행하여 400 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에서는 2014년 H5N8이 조류에서 문제가 되었고 2016년에는 H5N6가 확인되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중국에서 2014년부터 2016년 11월 23일까지 16명이 H5N6에 감염되었고 그 중 10명이 사망하였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와의 접촉으로 발생한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은 감염의 주요 매개체이다. 하지만, 조리된 조류를 먹어서 조류 독감에 걸리지는 않는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기침과 호흡 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며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신체 전반에 걸친 증상이 동반된다. 설사 등의 위장관계 증상이나 두통 및 의식 저하와 같은 중추신경계 관련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호흡기 증상 없이 위장관계 증상이나 중추신경계 관련 증상만 나타난 사례도 있다.
감염 위험 지역에 거주하거나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서 조류독감에 해당하는 임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이를 의심해야 한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에게서 얻은 검체(주로 인후두의 분비물을 검체로 사용)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배양되거나 바이러스의 DNA나 항원(인체의 면역 체계를 자극하여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물질)이 검출되면 조류독감으로 진단할 수 있다. 환자의 가래나 대변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 있다. 그 외에 혈액 검사를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의 증가를 확인하여 진단하기도 한다. 혈액 검사와 흉부 방사선 사진 촬영을 시행한다. 멸균된 면봉을 이용하여 인후두의 분비물을 채취한 후 이를 검체로 사용하여 바이러스 배양, 바이러스 유전자 증폭법 또는 항원 검사 등을 시행하여 바이러스를 검출한다.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 아만타딘(amantadine), 리만타딘(rimantadine)과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다. 인공 호흡기 치료를 포함하여 기능이 약해진 각 장기에 대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치료가 중요하다. 조류독감은 급속히 진행되면서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므로 인공 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전신 장기의 기능 이상으로 진행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인체 감염사례 376건 중 환자가 사망한 경우는 238건이다.
지난해 12월31일 경기도 포천시에서 폐사한 고양이에게서 AI(H5N6형) 감염이 확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질병관리본부는 AI가 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은 낮지만, 기본적인 아래의 AI 감염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만일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주인없는 새, 고양이 만지지 마세요"
AI예방 행동수칙
▲철새 도래지나 닭·오리를 키우는 농가 방문을 금할 것
▲주인이 없거나 야생 새(조류)고양이·개 등 동물을 만지고 쓰다듬지 말 것
▲야생동물을 만졌을 경우,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말고 바로 비누로 손을 씻고 병원을 찾을 것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개가 혼자 집 밖에 나가지 않게 하고 주인 없는 고양이, 개와의 접촉을 피할 것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개가 야생 새 또는 죽은 새와 접촉했다면 수의사에게 바로 문의
▲야생동물이 있는 들판, 산, 하천 주변, 사람이 많은 곳에 다녀온 후에는 비누를 이용해 30초 이상 손 깨끗이 씻기
▲기침이나 감기 증상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쓰고, 기침, 재채기는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릴 것
▲죽은 야생동물과 접촉한 후 10일 이내에 발열과 기침이나 목이 아픈 증상이 생길 경우, 지역 보건소 또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연락할 것.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