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덴마크서 전격 체포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의 딸 정유라(21)가 덴마크에서 전격 체포되면서 국내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해오던 최순실이 입을 열게 될지 주목된다. 최순실은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줄곧 '국정 농단' 의혹의 실체와 관련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주요 의혹을 부인하거나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40년 지인'인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지난달 1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최순실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순실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도 "검찰의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건데,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계열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 더블루K의 연구용역 사기 미수 혐의, 증거인멸 혐의 등도 모두 부인했다. 이처럼 입을 꾹 닫아버린 최순실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은 결국 딸 정유라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순실이 애지중지하는 정유라가 특검에 소환돼 처벌을 염두에 둔 수사를 받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혐의 시인 등 진술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미다.
최순실이 여러 물증이나 관련자들의 진술과 배치된 답변을 반복하면서 철저히 혐의를 부인할 경우 딸 정유라의 수사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혐의를 일정 부분 시인하거나 타인의 범죄를 진술하는 대신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덜어주는 일종의 미국식 '플리바게닝'이나 범죄를 스스로 신고하면 처벌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와 같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순실은 지난달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이뤄진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딸이 더 걱정되나, 손자가 더 걱정되나"라고 묻자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도 작년 최순실 귀국 직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최순실이 자신의 처신과 행동으로 인해 스무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이 모진 매질을 받게 돼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의 한 핵심 관계자도 특검으로 사건을 넘기면서 "특검 수사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검찰서 입을 다물던 최순실이 입을 여는지에 달려 있다"라고 언급했다.
특검팀 입장에서는 정유라 체포가 본격적인 이화여대 학사비리 수사 전개뿐 아니라 최순실 수사에도 큰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딸까지 건드리는 것은 너무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최순실 사태’의 의미와 국가, 국민적 파장을 고려할 때 “이들 일가와 일당들이 저지른 수많은 불법비리 행태들과 국가, 국민적 피해는 한 모녀의 심정과 가정을 돌 볼 대상이 아닐 정도로 막대하다.
한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JTBC 기자가 지목됐다. 2일 오전 정유라와 20대 남성 2명·60대 여성 1명·남자 어린아이 1명이 덴마크 경찰에 체포됐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정유라 체포 현장에 JTBC 취재진이 함께 있었으며, 정유라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JTBC 측에 따르면 정유라를 덴마크 경찰에 신고한 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현지 취재중이던 이가혁 기자다. 한편, JTBC 취재진은 2일 방송될 <뉴스룸>을 통해 정유라의 행방에 대한 추적기와 체포과정 등을 상세히 보도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