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 北대사관 공사, "김정은 10조 달러 준다 해도 핵무기 포기 안한다“
자유대한의 품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27일 기자들에게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있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김정은의 핵 개발 정책을 포기시키느냐 마느냐는 문제는 (경제적) 인센티브의 문제가 아니다"며 "김정은 정권이 곧 핵무기"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정권은 2017년 말까지 핵 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핵 질주를 하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우리 민족을 다가오는 핵 참화에서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정은 정권과 싸워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며 망명 동기를 밝혔다. 그는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때도 핵 개발을 중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다만, 김정일 때만 해도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거짓 외피를 뒤집어쓰고 핵 개발을 은밀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해 "경제는 세계와 주민을 기만하기 위한 것이고 사실상 핵 최우선 정책"이라며 "김정은은 핵 개발을 가장 이른 시간에 완성할 것을 당 정책으로 규정했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2017년을 핵 개발 완료 시점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 인수가 진행되는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를 적기로 본 것"이라며 "이 기간에 국내 정치일정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는 물리적, 군사적인 조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타산이 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럴 때 북한은 빨리 핵 개발을 완성해서 새로 집권한 미국, 한국 정부와 북한이 도달한 핵보유국 지위에서 새로운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정부가 유지한 비핵화 대화라는 도식을 깨고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내세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이 중국에 대해 자주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북한은 중국의 약점을 알고 있다. 중국 앞에서 배짱을 부려도 중국이 어떻게 못 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생각한다. 북한이 어떤 일을 해도 중국은 버퍼존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국이 결심하면 북한 정권을 끝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핵에 대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핵 개발을 다그칠 수 있는 면죄부로 생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의 내구성에 대해서는 "북한 체제는 외부 정보 유입이 차단된 조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며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날 북한은 허물어진다"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7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던 중 한국으로 망명했다. 입국 이후 태 전 공사는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탈북 경위 등에 대한 유관기관 합동조사를 받았고, 지난 23일부터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태 전 공사는 내년부터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속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연구원 소속으로 대중 강연, 탈북자 단체와의 만남 등 공개활동을 하면서 북한의 현실을 알리고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