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회무시 안하무인, 국민들 특검만 바라 봐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 증인불출석에 감방 청문회 강행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조사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6일 최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에서 현장청문회를 열었지만 최씨를 포함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핵심증인 3명이 모두 불출석하자 직접 수감동을 찾아 신문하기로 했다. 특위는 또 앞선 두 차례의 청문회를 포함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들 핵심증인 3명이 청문회에 불출석한 데 대해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국조특위는 6번째로 진행된 이번 청문회에서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 핵심 3인방을 불러 추궁하려 했지만, 이들은 특검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출석했다.
구속 상태의 피의자를 상대로 구치소 현장에서 진행하는 청문회는 1997년 '한보 청문회' 이후 19년 만이다. 김성태 특위 위원장은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 정호성 등 핵심증인 3명이 모두 세 번째 동행명령에도 출석하지 않았다"며 "세 증인에 대해 간사 위원 간 협의를 거쳐 불출석죄 및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청문위원 전체가 수감동에 들어갈 수 없으니 교섭단체 협의를 통해 일부가 현장 수감동에 들어가 최씨가 실제로 공황장애가 있는지 심신이 피폐해서 청문회장에서지 못하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홍남식 서울구치소장은 "3차례에 걸쳐 최씨를 만나 동행명령장을 거부하면 벌금과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부분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 의료과장은 최씨의 증인신문에 문제가 없느냐는 김 위원장의 질문에 "거동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최씨 소지품에 공황장애 관련 약물이 있었느냐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위는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수감동에 들어갈 위원들을 선정한 뒤 일부 언론을 대동해 직접 최씨가 있는 감방을 찾아 그의 공황장애 정도를 확인하고 직접 신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특위는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거듭 서울구치소 청문회장 출석을 종용하는 한편 이들이 계속해서 출석에 불응할 경우 남부구치소 수감동을 직접 찾아 '감방신문'을 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특위의 의지를 남부구치소에 전달하고 안종범, 정호성 증인을 오후에 이 자리로 출석대기 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국민들은 “별실효성도 없는 맹탕 청문회다. 의원들은 이런 보여주기식 맹탕청문회만 할 것이 아니라 관련법령을 개정해서 증인, 피의자들이 국민보기를 우습게 여기는 작태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며 투덜대고 있다.
특검, 김기춘 자택, 문체부 등 10여곳 동시 압수수색
한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6일 오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집무실과 자택 등 10여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현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 전 실장을 겨냥한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아울러 특검팀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도 압수수색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 관련 수사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 전 실장 자택에 수사진을 보내 비서실장 시절 업무 관련 기록과 각종 서류 등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정부세종청사의 문체부 사무실과 관계자들의 자택 여러 곳도 압수수색했다. 대상지에는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 문체부 기획조정실과 예술정책국, 콘텐츠정책국 등 '문화융성' 정책의 주요 부서도 대거 포함됐다. 특검팀은 '문체부 인사 전횡' 등 김 전 실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자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김기춘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입건됐다. 이미 출국 금지된 상태다. 이 의혹은 10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면서 실·국장들을 자르라고 했다"고 밝혔다. 6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이 중 3명은 공직을 떠났다.
이 사건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사실상 소유하며 마음대로 주무른 것으로 드러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지닌다는 해석을 낳았다. 재단 설립에 앞서 업무를 관장하는 문체부를 길들이려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종(55·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이 김 전 실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문체부 전 고위 간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도록 힘써달라고 김 전 실장에게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최근 유 전 장관을 제3의 장소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자이자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등 '왕 실장'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더불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 내지 방조했다는 의심도 산다.
김 전 실장은 줄곧 최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다가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에서 과거 자료가 다수 공개되자 그를 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본격 수사에 나선 특검은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 외에 직무유기 의혹도 동시에 파헤칠 전망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이기도 하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이 불거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 산하 예술정책국도 포함돼 특검이 관련 수사도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김 전 실장이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았다고 주장하며 이달 12일 특검팀에 고발했다. 이들은 김 전 실장이 이듬해 1월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이들의 정부 지원 사업 참여를 막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특검은 조만간 문체부 관계자들과 김 전 실장을 소환해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작년 7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과 관련해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 비서관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두 사람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닌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숙원 사업이던 이 합병에 국민연금이 삼성 측에 유리하도록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둘러싸고 '외압'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복지부 장관이던 문 이사장이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압수수색과 관련해 "문 이사장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분 수사는 청와대 지시 여부 규명에 따라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삼성의 '합병 민원'을 전달받고 이를 들어주는 대가로 최씨 측을 지원하도록 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 특검팀은 이날 합병 찬성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홍완선(60)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문 이사장과 김 비서관도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특검 사무실에 소환해 조사할 전망이다. 국민들은 “국회 국조특위에 대단히 실망했다. 이제 믿을 곳은 특검밖에 없다”며 한탄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