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헌재, 성탄절 사라지게 한 최순실 사태
세무조사로 드러난 최순실 일가 재산
비선실세 최순실과 그 자매들은 탈세와 불법 증축, 개발정보 이용 등 부친인 최태민씨처럼 ‘교묘한 방식’으로 부를 관리, 팽창시켜온 것으로 확인됐다. 영애 박근혜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구국봉사단을 만들어 이를 좌지우지하고, 영남대와 육영재단을 장악해 부정축재했던 최태민이 1994년 사망하면서 그 재산은 다섯번째 부인 임선이와 최순실 세 자매에게 은밀하게 넘어간 셈이다. 최씨 자매는 이런 ‘종잣돈’을 기반으로 서울 강남 일대 부동산을 대거 매입해 장기 보유하고 박근혜의 대통령 집권 이후 획득한 개발정보를 활용한 투기 등으로 현 시세로 3400억원대에 이르는 부를 축적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서울지방국세청이 1997년 세무조사해 1999년 작성한 ‘임선이·최순실·정윤회 관련조사’(국가기록원 소장)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강남 부동산 장기보유·개발 예정지 단기투자로 ‘돈방석’에 앉았고 모친 임선이 소유 역삼동 토지·건물은 매매를 가장해 최순실·정윤회에 증여한 것으로 나타나 국세청이 2년 뒤 적발해 4억원 과세를 했다. 명의신탁 등 증여 과정에서 교묘한 탈세등이 이루어졌고 최씨는 유치원 주차장 일부를 용도변경, 불법 증개축해 벌금 100만원을 물기도 했다.
정윤회는 결혼 전인 1982년 강서구 화곡동 주공아파트 매매 이후 10여년간 부동산 매매기록이 없었다가 결혼 직후인 1997년 경기 고양시 마두동 건영빌라를 매매했다. 정씨의 소득세 신고내역을 보면 1997년 운영한 일식집 풍운 수익과 역삼동 팜빌라 임대수익, 1996년 건영빌라 임대 소득과 정씨가 대표로 있던 얀슨(커피 수입판매, 의류가구 수입판매, 이주자 모집알선 등) 소득 등이다. 최씨의 모친 임씨는 친아들인 조순제 등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1800만원을 받고 신고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드러나 이를 납부하기도 했다. 당시 이 사채 수익은 조씨와 김모씨 등에게 빌려준 돈으로 명시돼 있다. 친아들에게 사채 이자를 받았다는 소명을 할 정도로 자금의 원천이 어딘지 석연찮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까지는 주로 자신의 아버지 최태민씨의 재산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해왔다면 박 대통령 취임 후에는 권력을 등에 업고 재산을 불려왔다는 분석이다. 최씨의 재산 축적 과정을 보면 박 대통령 취임 이전 최씨는 자신이 공소장에 적은 대로 ‘임대업자’에 가깝다. 최씨는 1985년 강남구 신사동에서 초이유치원, 초이종합학원을 개원하는 것을 계기로 부동산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최씨의 명예훼손 소송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는 1985년 신사동의 639-11 부지 107평을 공동으로 취득하고, 1988년 12월 현재 최씨 주소지인 신사동 640-1번지 200평 규모의 건물(미승빌딩)을 매입한다. 최씨가 32세 무렵에 강남 신사동 건물 두 채를 소유한 셈이다. 최씨는 2002년까지 학원 사업을 운영하는 동시에 부동산 임대업을 꾸준히 유지한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순실은 박 대통령의 권력을 업고 재단 설립에 나선다. 최씨는 2015년 10월과 지난 1월 자신의 측근을 앞세워 각각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 최씨는 대통령 지시를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함께 대기업을 통해 두 재단 후원금으로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했다. 기업들은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출연금을 납부했다. 1975년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이 구국선교단, 구국봉사단을 조직하고 당시 영애였던 박 대통령을 앞세워 기업들로부터 돈을 끌어들인 방식과 판박이다.
특검, 수사상황
한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4~25일 대대적으로 진행한 최순실(60)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공개소환은 검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추가 의혹들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특검 수사 대상 중 많은 부분과 얽힌 최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5)은 복수의 수사팀이 번갈아가며 장시간 조사를 벌였다. 특검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에 대해서는 기존에 알려진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 외에 다른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은 25일 “정 전 비서관이 추가로 다른 범죄에 관련됐다고 보이는 의혹이 다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정 전 비서관을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내부 인사 자료 등 47건의 공무상 비밀을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만으로 기소했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지만, 특검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5시간 분량의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을 바탕으로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던 혐의를 추가로 포착해 조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2013년 4월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고위급 인사를 임명할 당시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최씨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최씨의 의견을 다시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국정농단에 추가로 가담했을 가능성을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에게 박 대통령을 오래전부터 함께 보좌한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도 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단골병원 원장인 김영재씨의 아내와 정 전 비서관이 통화한 정황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비선 진료’ 의혹 등에 대한 추궁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씨에 대해서는 모든 특검 수사 대상에 연루된 만큼 개괄적으로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최씨가 해외 유령회사를 통해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23일 최씨가 재산을 축적한 과정을 들여다볼 전담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찬성하고, 그 대가로 삼성이 최씨와 딸 정유라씨(20)에게 22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과정에 최씨가 관여했는지도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 전 차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자신과 친분이 있는 문체부 전 고위간부의 인사를 청탁했는지를 수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만나 이를 뒷받침할 진술을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그 부분도 조사 대상의 하나”라고 말했다. 특검은 김 전 차관이 반정부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 목록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첫 공개소환 대상이었던 최씨와 김 전 차관은 25일 오전 1시 넘어서까지 조사를 받았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를 상대로는 2~3개 수사팀이, 김 전 차관을 상대로는 1~2개 수사팀이 번갈아 수사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25일에도 김 전 차관을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한편 최씨는 검찰 조사, 법정에서와 똑같이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특검 수사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정유라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여권 무효화 조치 등을 일부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 특검보는 최씨가 조사 중 정씨와 관련해 보인 반응을 묻는 질문에 “모녀간의 일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보였을 것이라는 정도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준비작업을 마치고 본궤도에
박근혜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곧 준비작업을 마치고 본궤도에 오른다. 헌재에 따르면 성탄절인 25일 박한철 헌재소장과 주심 강일원 헌법재판관, 다수의 헌법연구관들이 오전부터 출근해 27일 2차 준비절차 기일에서 논의할 내용을 막바지 검토 중이다. 준비절차는 본격적인 변론절차 시작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헌재는 22일 1차 준비절차 기일에서 탄핵심판 쟁점을 ▲ 최순실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 대통령의 권한 남용 ▲ 언론의 자유 침해 ▲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5가지로 압축했다. 아울러 본격 심리를 위한 증인 신청을 받고 증거를 채택했다.
헌재는 2차 준비절차 기일 전까지 5가지 쟁점에 맞춰 양측의 증거·증인을 분류하고 어떤 쟁점을 먼저 심리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차 기일에서 준비절차가 종결되지 않을 경우 연내 3차 준비절차 기일을 추가로 열어 마무리한 뒤 내년 초께 본격 변론에 돌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헌재는 1차 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에 소명을 요구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답변을 2차 기일 전에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비선 실세' 최순실씨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록도 연말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검찰 측과 실무선에서 협의 중이다.
검찰의 최씨 사건 관련 수사기록은 2만 페이지에 이르며, 이중 헌재가 확보하는 분량과 내용에 따라 향후 변론절차에서 탄핵심판정으로 부를 증인의 윤곽도 드러나게 된다. 국회와 대통령 측은 모두 29명의 증인을 신청했으며, 채택이 확정된 최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제외한 26명은 헌재가 확보한 검찰 수사기록 내용을 보고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헌재는 이날 탄핵심판의 본격 변론 시작을 앞두고 9명의 재판관 전원의 사무실과 일부 업무 공간에 최신 도·감청 방지설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