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은 빙산의 일각, 최순실, 10조 유럽각국 은닉 정황, 기획부동산도
최순실(60ㆍ구속기소)과 딸 정유라(20) 등이 독일 8,000여억원을 포함해 유럽 각국에서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차명 보유하고 있는 정황을 독일 사정당국이 포착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64) 특별검사팀도 독일 사법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최씨의 정확한 해외 재산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22일 특검팀과 법무부 및 사정당국에 따르면 독일 검찰과 경찰은 최씨 모녀 등이 독일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에 수조원대,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 헤센주 검찰이 최씨 모녀와 10여명의 조력자가 설립한 500여개 페이퍼컴퍼니의 자금을 추적하던 중 이들이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의 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금액까지 최대 10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확보하고 수위를 높여 연방검찰 차원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10조원이 최씨가 보유한 금액인지, 페이퍼컴퍼니끼리 얽히고설킨 지분관계에 따라 중복 계산된 금액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독일 사정당국은 이를 독일 범죄수사 사상 최고액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씨 일당을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최씨 모녀를 중요 범죄자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최씨 등의 자산을 보유 중인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은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다. 스위스는 자산에 대한 세금이 전혀 없고, 리히텐슈타인은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이 전혀 없거나 소득ㆍ자본에 대한 세율이 현저히 낮다. 영국령인 버진아일랜드도 주요 조세회피처다. 최씨가 영국에서 귀국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결국 최씨 모녀에 대한 수사는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관련된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공조절차를 거치는 것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판단 아래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공조체계가 잘 갖춰진 독일을 통해 협조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적극적으로 수사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독일 측도 특검팀과 조율해 이 같은 방식으로 최씨 등의 자산 규모를 확인할 방침이다.
최씨 등이 이처럼 거액을 해외로 빼돌린 것이 확인되면 국내에서도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거액의 국내 재산을 조세도피처로 빼돌렸을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해외재산도피)가 적용된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최씨 등이 독일에서 8,000억 재산을 보유했다는 부분을 확인 중”이며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한 의혹도 있는 만큼 그 부분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최씨 일가가 8,000억원이라는 큰 재산을 형성했다면 그 초기 자금의 출처를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최순실, 기획부동산도 했나?
박대통령, 한밤중에 국토부장관에 전화 “미사리가 어떠냐, 개발 검토하라 지시”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 하남시 미사리에 있는 최순실(60) 소유 부동산 인근 지역에 대해 개발을 검토하라고 국토부에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같은 진술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박 대통령이 최씨가 부동산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도운 게 아닌지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9월쯤 당시 국토부 서승환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2018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도 열리고 하니 서울 근교에 복합 생활체육 시설을 만드는 게 좋겠다. 대상 부지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온 건 밤늦은 시각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서 전 장관을 비밀리에 불러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서 전 장관은 당시 "매우 늦은 시각에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대통령이 복합 생활체육 시설 대상 부지 검토를 지시하면서 '서울에서 평창 가는 길목인 미사리쯤이 어떠냐'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지목했다는 미사리 일대는 최순실이 2008년 7월 34억5000만원을 들여 사둔 건물(면적 34평)과 토지(4개 필지 365평)가 있는 하남시 신장동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진 곳이다. 국토부는 박 대통령이 서 전 장관에게 지시를 내린 지 한달 만인 2013년 10월 복합 생활체육 시설 대상지 3곳을 골라서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토부는 복합 생활체육시설 대상지로 경기 하남시 미사동과 경기 남양주시 마석우리, 경기 양평군 용문면을 선정했다고 보고했다. 국토부가 대상지 3곳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곳은 박 대통령이 지목한 하남시 미사리의 조정경기장 인근의 면적 10만7706㎡ 부지였다. 그러면서 '한강 둔치에 있어서 경관이 아름답고, 인근에 쇼핑몰 등 개발 계획이 많다'는 평가를 달았다. 그런데 국토부의 보고서는 청와대에 보고되자마자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거쳐 최순실씨의 손으로 넘어간 사실이 TV조선의 보도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이 유출했다며 공무상 기밀 유출 혐의를 적용한 정부 비밀 문건 47건 가운데 한 건이 바로 이 보고서이다.
서 전 장관은 22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최순실은 이 부동산에 있던 건물을 음식점에 임대를 주기도 했고, 약 2년간 비워둔 적도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52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2008년 사들인지 7년 만에 17억5000만원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워낙 입지가 좋아 비싼 땅이기도 했지만, 이 일대는 생활체육시설 조성 기대감으로 최근 3년간 매년 땅값이 뛰어올랐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업체들의 말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복합 생활체육시설 조성 사업은 실제 실행은 되지 않았고, 최순실이 이 같은 사실까지 미리 간파해 지난해 부동산을 팔아치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국토부 관계자들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최씨와 박 대통령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최씨가 인근에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을 알면서도 '개발 추진 검토' 지시를 했는지가 조사할 핵심 내용이다.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인 이해관계'까지 함께하는 사이였다는 의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박근혜 후보 검증'을 담당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사후(死後)에 최태민 일가로 '뭉칫돈'이 흘러들어 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