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위증 교사 드러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의해 14일 공개된 ‘최순실 녹취록’에는 최순실이 독일에서 10월 30일 귀국 직전 측근에게 국정 농단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국감장에서 공개된 녹취록과 박 의원에 따르면 최 순실은 10월 27일 측근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 “큰일 났네. 고(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라고 말한 뒤 몇 가지를 지시했다. 사이가 틀어진 고 영태가 어떤 불리한 증언을 할지 모르니 경계하라는 뜻이었다.
최순실은 또 “걔네(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훔쳐 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된다”고 했다. 여기서 ‘이거’는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태블릿PC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PC의 증거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누군가가 훔쳐서 조작한 것으로 꾸미자는 뜻이었다. 특히 최 씨는 이 통화 전날인 10월 26일 독일 현지에서 이뤄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본인 인터뷰에 이어 한국에서도 말을 맞추려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11일 “태블릿PC는 최 씨의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야권 관계자는 “통화 상대방은 최 씨의 최측근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씨는 독일 현지에서 최 씨 모녀의 승마장 계약, 법인 설립 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순실은 미르재단 설립 출연금 모금 과정을 폭로한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이임순 순천향대 의대 교수에게 “실제 이성한이 돈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10월 말쯤 나왔다”며 “귀국 직전 한 얘기인데 이런 지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최 씨의 딸 정유라가 지난해 제주도에서 아이를 낳을 때 돌봐줬다는 이 교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미르재단 관계자는 “이 전 사무총장이 재단 돈을 일부 횡령한 정황을 최 씨가 알고 재단 일에서 배제했다”며 “이 일로 이 전 사무총장도 최 씨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최순실이 이 같은 이 전 사무총장의 약점을 알고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녹취록에 따르면 최순실은 고영태와의 관계를 숨기거나 축소하기 위한 지시도 했다. 통화에서 “나랑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러면 가방 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론가(빌로밀로의 틀린 발음) 그걸 통해 왔고 그냥 체육관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이라고 했다. 최순실은 또 “고원기획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설립된 고원기획은 고 영태의 성과 최순실이 개명한 이름인 최서원의 끝 글자를 따서 만든 회사다. 별다른 범죄 혐의가 없는 회사를 굳이 감추려 한 것은 이름을 따 회사를 만들 정도였던 둘의 관계를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이 출석하는 15일 4차 청문회에서 최 씨의 통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