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승리”, 국회, '박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국회, 박 대통령 탄핵…찬성 234표·반대 56표, 압도적 다수로 가결
위대한 대한민국이다. 결국 국민이 승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및 무소속 의원 171명이 공동 발의해 전날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이날 국회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불참한 새누리당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제외하고 299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압도적인 숫자로 가결 처리됐다. 새누리당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국민적인 지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지난 2004년 3월 1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2번째다.
또 대한민국 68년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거나 유고 상황이 발생한 것은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 12·12 사태와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탄핵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소추위원' 자격으로 탄핵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법재판소와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게 되고, 즉시 국정운영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황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 체결 및 비준권 등 헌법과 법률상의 모든 권리를 위임받아 국정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은 최장 180일 이내에 내려지게 돼 있으나 국정 공백 장기화에 따른 부담, 특검 진행 상황과 내년 1월 31일에 퇴임하는 박한철 헌재소장 임기 등을 감안하면 2~3개월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 가결 결정을 받아들이면 박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헌재가 기각할 경우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고 박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한다. 다만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어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차기 대선이 이르면 내년 봄, 늦어도 내년 여름에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진박’은 ‘폐족’으로..., 탄핵안에 새누리 62명 찬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탄핵 가결 정족수(200석 이상)를 훌쩍 뛰어 넘는 234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한 것은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를 뛰어 넘어 일부 친박계 조차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야당 및 무소속(더불어민주당 121·국민의당 38·정의당 6·무소속 7) 172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면 새누리당에서 무려 62명이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것으로 계산된다. 당초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최종 회동을 갖고 참석 인원 33인 전원이 탄핵 가결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인사들 중 10명의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공개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대 동문 모임인 '박근혜 퇴진 서울대 동문 비상시국행동' 소속 졸업생·교수·재학생이 발표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탄핵 찬반 명단에 따르면 김종석, 이혜훈, 이은재, 이진복, 이현재, 김기선, 이철규, 경대수, 김규환, 김성태(비례)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비례대표 신보라 의원도 SNS에 탄핵 찬성 표를 던지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신 의원까지 합하면 탄핵 표결 전 찬성을 공언한 새누리당 의원은 모두 44명이었다. 이 인원 외에 드러나지 않은 일부 친박계 의원 18명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이미 표결 전부터 친박계에서는 이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비박계 의원들은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공공연히 친박계 의원 일부가 자신에게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 이탈' 기류는 다급해진 진박 핵심 의원들의 분위기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긴급 의원총회는 친박계의 강력한 요청으로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의총 시작 전부터 작심한 듯 '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글을 의원들에게 배부, 탄핵 부결을 읍소했다. 최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해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이 없는 지도자"라고 옹호했다. 또 "특검을 통해 대통령의 죄가 밝혀지면 탄핵은 물론 응당 처벌을 받을 터인데 뭐가 급해서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고 죽이지 못해 안달이냐"며 탄핵 찬성파를 겨냥하기도 했지만 분노한 국민의 민심과 의원들의 가결결정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정현 대표도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명확한 입증자료나 또 그것이 입증된 사실이 없다"며 박 대통령을 탄핵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의 반론과 변론을 제대로 할 기회도 없었다"고 강변했었다. 강성 친박계, 즉 진박은 본회의 직전까지도 개별 연락 등을 통해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이제 이들의 정치생명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들은 몰라도 국민들은 이미 “폐족”결정을 내린지 오래고 추잡한 외침만 메아리 칠 뿐이다.
박대통령, 오후 7시3분 '대통령 권한행사 정지'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3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아 이 시각부터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관직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오후 7시3분 정세균 국회의장 명의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국회사무처로부터 넘겨받았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은 *국군통수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법률안 거부권 *국민투표 부의권 *헌법개정안 발의·공포권 *법률개정안 공포권 *예산안 제출권 *외교사절접수권 *행정입법권 *공무원임면권 *헌법기관의 임명권 등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주재, 공무원 임명, 부처 보고 청취 및 지시, 정책현장 점검 등 일상적으로 해오던 국정 수행도 하지 못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최장 180일 걸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다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오후 5시 청와대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황교안 국무총리 등에게 국정 공백 최소화를 당부하는 것으로 직무정지 전 마지막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남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편, 박 대통령 운명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판가름 나게 된다. 탄핵심판에선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얼마나 중대하게 어겼는지'를 입증하려는 소추위원과 이를 방어하려는 박 대통령 측의 팽팽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심리 결과, 박 대통령이 더는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을 정도의 불법·위헌적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이 인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불법·위헌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탄핵에 이를 만큼은 아니다"란 이유로 청구를 기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을 규정한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 탄핵소추의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헌법과 법률 위반'은 가벼운 위반이 아니라 공직자를 파면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을 뜻한다. 헌재는 이 '중대한 법 위반'이 ▲ 법치국가·민주국가 원리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에 대한 적극적 위반행위와 같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헌법위배)과 ▲ 뇌물수수, 부정부패 같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법률위배) 등이라고 해석한다. 이날 국회에 제출된 탄핵안도 헌재의 해석에 맞춰 박 대통령의 탄핵 이유를 헌법위배와 법률위배로 나눠 나열했다.
탄핵안은 최씨의 정책개입·인사개입·금품 출연 등을 들어 박 대통령이 대의민주주의 의무(헌법 제67조 제1항), 직업공무원제도(제7조), 재산권 보장(제23조 제1항), 헌법수호·준수 의무(제66조 2항, 제69조) 등의 사유로 헌법을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이 삼성, SK, 롯데 등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한 것과 같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직권남용 및 강요죄 혐의 등은 법률위배 부분에 적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제일 중요하게 볼 점은 결국 박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는가 하는 부분"이라며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 주권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헌법 여러 원칙이 어떻게 훼손됐는지가 집중 심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수는 탄핵심판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다. 탄핵안은 현재 박 대통령이 뇌물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해놨지만, 이는 검찰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하지 못해 공소장에 적지 못한 사안이다. 만약 특검에서 이 부분이 밝혀진다면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헌재가 자체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검찰이 파악한 강요, 직권남용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특검에서 밝힌 뇌물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검찰이 기소한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이 헌재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올지, 나온다면 어떤 진술을 할지. 어떤 증거가 제출될지 등도 변수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