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탄핵, 특검, 국정조사 이번주 시작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의 한 주일이 시작됐다. 검찰의 대면조사 통첩일(29일), 최순실씨 국정 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대검찰청 등 기관보고(30일), 국회 탄핵안 표결(이르면 다음달 2일) 등이 대표적이다. 특검도 이번 주 중 발족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 조사는 특검 임명 전까지 계속된다. 친정인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도 28일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안 논의에 착수한다.
탄핵
야권은 탄핵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다. 이르면 30일 야 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발의해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이춘석 탄핵추진단장은 “탄핵 처리가 늦어지면 국정 공백이 길어지는 만큼 탄핵안 처리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의 임기가 내년 초 예정된 만큼 하루가 급하다. 반드시 2일 처리해야 한다”며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측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탄핵안 처리가 우선인 만큼 동시 처리가 부담스럽다면 차라리 예산안 처리를 9일로 미루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비주류 측은 야당 측 의견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12월 2일보다는 9일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많아 변수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27일 시국회의 후 “12월 9일이 그래도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 3당의 의견을 모아 30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비주류에 따르면 탄핵세력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비상시국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현재까지 43명이 찬성에 서명했고 최소 50~6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및 무소속 의원 172명을 합치면 산술적으로는 탄핵안 정족수(200명)를 여유 있게 넘긴 상황이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박 대통령의 업무는 곧바로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특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9일까지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서면으로 추천한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늦어도 다음달 2일엔 야당이 추천한 2명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이후 특검은 검찰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2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다음달 중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 야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특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아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받을 수 있는 중립적 인사로 선정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는 등 예상보다 강하게 압박하는 만큼 청와대로선 특검을 신속히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정조사
국회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국조특위도 30일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법무부·대검찰청 등의 기관보고에서부터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 수사 내용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질 것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기관보고에선 박 대통령이 차움 등에서 최씨 명의로 각종 의약품 대리처방을 받은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야권 관계자는 “기관보고에서 의혹에 대한 추가 사실이 규명된다면 대통령 탄핵시점을 12월 2일로 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6일에는 박 대통령이 개별 면담한 8대 기업 총수를 상대로 한 청문회가 진행된다.
검찰, “박 대통령, KT 채용-광고대행사 선정까지 직접 지시”
27일 구속 기소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의 공소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구속 기소)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의 돈벌이를 위해 세밀하게 배려한 정황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 씨와 차 씨가 설립한 광고회사다. 박 대통령은 또 안 전 수석에게 “홍보 전문가 이모 씨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 신모 씨도 이 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해 두 사람을 각각 KT의 상무와 상무보로 심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의 보직을 KT의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 주라”며 세세한 것까지 지시하기도 했다. KT는 이 씨 등을 채용한 올해 3∼8월 플레이그라운드에 7건의 광고(발주금액 약 68억 원)를 의뢰해 5억1660만 원의 수익을 안겨 줬다. 차은택은 최순실, 안 전 수석과 짜고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 한 혐의(강요미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통해 살펴보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컴투게더라는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때였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나를 팔아서라도 지분을 넘겨받아라”라고 포레카 대표 김모 씨에게 말했고, 최순실은 “세무조사를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 버린다고 전하라”고 차은택을 압박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구속 기소)은 “저쪽(차 씨 측)에서는 ‘묻어 버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컴투게더 사장 한모 씨를 협박했다. 송 전 원장이 차 씨의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이다. 차은택은 자신의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쳐스에 근무하지도 않은 부인 오모 씨를 직원으로 등재해 6억여 원을 급여 명목으로 횡령하고, 아우디와 레인지로버 차량 리스비로 6200만 원을 쓰는 등 총 10억 원대의 횡령 혐의도 밝혀졌다.
송 전 원장은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공모 절차 이전에 이미 청와대에서 신임 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은택은 2014년 11월 “내가 추천한 분들이 모두 요직에 임명됐다.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으로 추천하면 임명될 듯한데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송 전 원장은 이를 승낙했다. 검찰은 원장 공모 절차 개시 이전에 청와대 등의 인사 검증 절차를 거쳐 송 전 원장이 내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송 전 원장은 원장 취임 직전 대외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던 광고회사 머큐리포스트 사무실에서 이 회사 대표 조모 씨에게 “내가 확실히 콘텐츠진흥원장으로 간다. 추후 영업에 도움을 줄 테니 계속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2014년 11월부터 올해 10월 15일까지 3773만 원을 쓴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최순실과 정유라(20)를 겨냥해 지난해 9월 319만 유로(약 43억 원)를 삼성전자 독일 계좌로 송금했고 이 돈이 말 구입비로 사용됐다는 추가 의혹을 수사 중이다. 삼성 측은 “(선수들이 훈련에 쓰는) 말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고, 말은 삼성전자 소유 자산으로 매각 대금도 삼성전자 계좌로 입금됐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자금이 최순실 모녀에게 직접 건너가지 않은 점에서 대가성 입증이 쉽지는 않지만 최순실 모녀를 겨냥한 로비 자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 “정호성 녹음파일 들으면 대통령 무능에 감정조절이 안될 정도,,”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공무상 비밀누설 공모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확보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 광범위한 증거자료를 종합해, 최순실 등 3명을 구속기소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녹음파일에는 최순실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지시하는 내용이 상세히 들어있다"며 "그 내용을 직접 들어본 수사팀 검사들은 실망과 분노에 감정 조절이 안 될 정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0분만 파일을 듣고 있으면 '대통령이 어떻게 저 정도로 무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 속 녹음파일을 50개 이상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수사팀 검사들에게 "직을 걸고 모든 걸 책임질 테니 걱정 말고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검 수사가 개시될 때까지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관계 원로들 “박대통령, 내년 4월까지 하야하라”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 원로 10여명은 27일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인한 국정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빨리 하야를 선언하고 늦어도 내년 4월까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의 국가적 위기의 중대 요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보고 여야에 개헌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원로들과 모임을 갖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4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원로들은 먼저 당면한 국가 위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빨리 사퇴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사퇴의 ‘데드라인’은 시국 수습과 차기 대선 등의 정치 일정을 고려해 내년 4월로 제시했다. 또 국회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국무총리를 조속히 추천하고 박 대통령은 새 총리에게 국정 전반을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의장은 회동 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헌법 절차를 떠난 하야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그렇지만 다수는 대통령이 명백한 시한을 정해 하야를 선언하고, 여야는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하야 시점을 4월로 정한 데 대해 “현행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선거를 치르게 돼 있는데 현재 각 정당의 상황을 봤을 때 대선을 치르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러면 국가적으로 혼란스러울 가능성이 크다. 각 정당이 대선을 준비하고 현안을 수습하려면 4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원로들의 의견이 실행되려면 현행 헌법의 60일 조항을 부분개정 해야 한다. 이날 회동에는 박 전 의장을 비롯해 김수한·김형오·강창희·정의화·박희태·김원기·임채정 전 의장과 이홍구 전 국무총리, 신경식 대한민국 헌정회장,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 김덕룡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등이 참석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