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범죄자 일당을 머리에 이고 살았나?”
검찰,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피의자 입건
검찰은 20일 박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60)과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전대미문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핵심 피의자 3명을 일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과 '공모관계'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예상되는 시점임을 고려해 관련 언급을 최소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그것은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고 사태의 수습을 더 혼란케 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 신분임을 분명히 하는 수사 정도(正道)를 택했다.
검찰이 최순실과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 범죄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특정하고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직접 인지·입건함에 따라 향후 수사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탄핵' 논의가 본격화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상당부분 공모관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을 상대로 774억원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 혐의 등 핵심 사안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최순실과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써서 이들과 공범 관계임을 드러냈다. 또 기소 전에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해 정식 사건으로 입건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입건과 관련해 형법 30조(공동정범)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최순실,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과 동급의 피의자 신분인 셈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정점이라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혐의 내용을 숨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국민적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는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정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미루는 데 대한 민심이 악화일로에 있고 헌법상 대통령이라는 직위 때문에 체포, 구속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 정치권 안팎에서 '체포', '구속'등 심정적 강경 발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혐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경우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일정 부분 감안했다는 분석이며 검찰이 특별검사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적어도 박 대통령에 관한 한 정치적 고려 없이 '불편부당'하게 수사했다는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향후 예상되는 대면조사에 앞서 검찰이 대통령의 혐의를 못박고 '퇴로'를 차단해 심리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라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갖고 있는 패를 숨겨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거론됐으나 '정면으로 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박 대통령 대면 조사 성사 여부인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검찰 발표 내용을 비판하며 검찰 조사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며 국민배신, 법앞에 땡깡의 주장을 밝혔다. 이번 주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로서도 핵심 피의자 3명의 기소가 이뤄진 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고집할 명분이 사라졌다. 검찰이 애초 지난주 박 대통령 조사 방침을 견지한 것은 최순실 등의 범죄 혐의의 사실 관계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이 향후에도 대통령 조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측이 계속 거부할 경우 대통령 직위에 있는 한 현실적으로 이를 성사시킬 수단이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검찰 단계를 건너뛰고 특별검사 때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이르면 내달 초 출범이 예상된다. 수사 기간은 최장 120일이다.
하지만 특검 출범 여부를 떠나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예사롭게 넘길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수사본부는 이날 "헌법 제84조에 의해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당장 재판에 넘길 수는 없지만 범죄 혐의를 특정하는 작업은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며 그것이 특검을 하더라도 국민이 검찰에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의 특검 출범까지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추가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염두에 둔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국정농단 비호 여부, 최순실의 최측근인 차은택(47·구속)과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주도한 문화계 비리 등도 향후 수사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시작할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검찰은 그동안 관련 의혹은 정식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왔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진상 규명 목소리가 높아 검찰 내부적으로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됨에 따라 향후 정국의 파고도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정치권 일각의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검찰수사에 "사상누각·인격살인"…당혹→유감→격앙
검찰이 20일 오전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청와대는 예상을 뛰어넘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정서와 촛불 민심에 역주행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야권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검찰 조사 거부와 더불어 탄핵절차를 통해 진실을 가려보자는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진실을 가려보자는 자체는 당연하지만 청와대 스스로 검찰조사를 거부한다는 것은 정말 국민들이 아연실색할 일이였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박대통령 자체가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했기에 스스로 자초한 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다"라며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 정 대변인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앞으로 진행될 특별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 본인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매우 설득력이 떨어지는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도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검찰의 직접조사 협조에 응하지 않고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어차피 마무리 단계인 검찰을 상대로 힘을 빼기보다는 내달 초부터 최장 120일 동안 진행될 특검 수사를 '본게임'으로 보고, 신중하게 법리 다툼에 대비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혀 대통령으로써 대통령의 법적 준수 의무,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망각한 점과 일말의 그에대한 반성이 없다는 발언으로 들렸고 지위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다는 언급으로 해석되기도 해 국민들과 국가는 매우 불행하게 되었다. 국민이 이런 대통령을 선택했던 것인가?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범행들
20일 공개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주범으로 적시돼 있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의 범죄 사실이 빼곡하게 적힌 A4 33쪽의 공소장 중 29쪽에 이르는 범죄 혐의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직접 돈을 뜯어내거나, ‘40년 지기’인 최순실의 주머니를 불리는 역할을 거리낌 없이 해준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렇게 뜯어낸 돈은 검찰이 확인한 것만 985억여원에 달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을 공범 관계가 아닌 ‘주범’으로 보고 쓴 공소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최순실은 ‘사적이익 공동체’인가?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의 단독 면담을 할 수 있게 조처하라”고 지시한다. 나흘 뒤인 14일 신 회장과 면담을 한 뒤 박 대통령은 “롯데가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비용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 진행 상황을 챙겨보라”고 안 전 수석에게 재차 지시한다. 롯데는 이미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이라는 거액을 출연한 상태였는데, 박 대통령은 당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던 신 회장을 청와대 근처로 불러낸 뒤 75억원이라는 거액의 추가 지원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앞서 최순실은 지난 2월 대기업 자금으로 전국 5곳에 체육시설을 세우고 관리업무 등 이권사업을 자신이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맡는 ‘사업안’을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이권 민원’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해결해준 뒤, 이튿날인 3월15일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에서 노동개혁 4법 등 구조개혁 입법을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재계를 향해 ‘립서비스’를 한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민원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2014년 11월27일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종범에게 갑자기 “케이디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다.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날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창조경제박람회가 개막한 날이었다. 이보다 한달여 전 최순실은 자신의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이 회사 소개 자료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현대차는 박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회사의 납품을 받으라는 사실상의 ‘협박’을 받자 제품 성능 테스트도 건너뛴 채 이 회사 제품 10억5900여만원어치를 납품받았다. 안 전 수석은 납품 계약상황을 계속 점검하며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 문건을 따로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강조해온 창조경제보다 최순실 지인 회사를 대기업에 알선하는 데 더 신경을 쓴 셈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 운영하는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의 홍보팸플릿을 직접 안 전 수석에게 주며 “현대차에 전달하라”, “아주 유능한 회사로 미르재단 일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 총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니 잘 살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원래 광고를 주던 ‘이노션’을 빼고 신생업체 플레이그라운드에 모두 70억원어치의 광고를 줬다. 최순실의 회사는 9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겼다.
권력은 '채용·인사에서 민원까지' 내맘대로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포스코와 케이티(KT)에 대한 박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최순실의 또 다른 ‘사업안’을 받은 박 대통령은 지난 2월22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더블루케이(최순실 회사)가 거기에 자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이 구상한 배드민턴팀 창단에는 46억원이 필요했는데, 당시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상태였다.
정작 이날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이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포스코는 ‘겉 다르고 속 다른’ 대통령의 압박 이후 울며 겨자 먹기로 16억원을 들여 펜싱팀을 창단하고 그 관리를 더블루케이에 맡겼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제로 뺏으려 한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17일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 등을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했는데,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광고대행사의 매각 과정까지 대통령이 챙기는 것은 최씨의 영향력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게다가 이날은 통일부 장관 등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하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 여부를 두고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최순실 측근의 아내인 신아무개씨와 차은택이 추천한 이아무개씨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케이티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고, 이들이 채용된 이후엔 다시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주라는 지시까지 안 전 수석을 통해 내렸다. 결국 케이티는 광고대행사 입찰 기준을 최씨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유리하게 고친 뒤 허위 실적까지 제출한 이 회사에 68억여원어치의 광고를 맡겼다. 이로 인해 최씨의 회사가 얻은 이익은 5억1600여만원에 달했다.
안종범 휴대전화 없애고, 최순실 컴퓨터 부수며 범행은폐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각각 12건, 12건, 1건씩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 최순실은 직권남용과 강요죄, 강요미수, 사기미수, 증거인멸 등 5가지 죄목이 적용됐고, 안 전 수석은 직권남용과 강요죄, 강요미수, 증거인멸 등 4가지 죄목이 적용됐다.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만 받았다. 검찰이 작성한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는 직권남용 등 혐의 외에도 범죄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국정운영의 주요 책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일반 형사 사건의 잡범 모습에 가까웠다.
그는 최초 수사 배당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언론의 여러 의혹 보도들이 확산하던 때인 지난달 중순께부터 증거 인멸을 서둘렀다. 지난달 중순 안 전 수석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전화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모금은 나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하라’고 지시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종용했다. 실제 이승철 부회장은 부하 직원을 시켜 지난달 20일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통신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고, 안 전 수석과의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이 저장돼 있던 기존 휴대전화는 전문처리 업자에게 맡겨 없앤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부하 직원을 시켜 자신과 연락을 주고받은 케이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에게 검찰 조사에 앞서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또 ‘검찰 조사 때 대응 방안 문건’을 건네 검찰에서 ‘안 전 수석과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진술하게 하고 ‘재단 임직원 역시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전경련과 협의해서 선임한 것’처럼 허위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안 전 수석은 케이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에게 이전에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케이스포츠 재단 이사 명단 이메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최순실 역시 안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25일 독일에 머물면서 측근들에게 ’더블루케이에서 가져온 컴퓨터 5대를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고, 측근들은 지시에 따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망치로 내리쳐 파손했다. 최순실이 본인 소유 회사를 세워 사리사욕을 챙기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최순실은 본인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실제 연구 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케이스포츠 재단에 4억원짜리 시각장애인 관련 연구용역과 3억원짜리 지역스포츠클럽 개선 방안 용역을 제안했다. 당시 재단 사무총장인 정현식씨 등이 반대해 연구용역은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은 이에 대해 최순실에게 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최순실은 지난해 10월 세운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서는 실제로 현대차와 케이티 등으로부터 70억원과 68억원 어치의 일감을 수주했다. 설립한 지 1년도 채 안된 회사였지만, 박 대통령이 기업들에 회사 소개서를 나눠주고, 안 전 수석을 통해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봐 달라”고 부탁한 끝에 이뤄진 것이었다. 이를 통해 회사는 각각 9억원과 5억원 가량의 이익을 남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최순실은 현대차에 딸 정유라씨의 동창 아버지가 대표인 케이디(KD)코퍼레이션을 연결해준 뒤 계약이 성사된 대가로, 시가 1162만원 상당의 샤넬백과 4천만원의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 해당 거래 역시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이 움직여 이뤄졌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최순실에게 청와대 문서 180건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혀 공모 관계를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 역시 문건 유출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검찰은 최순실이 사용한 것으로 판단한 태블릿피시뿐 아니라 최순실의 거처와 비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부처 문건을 다량 발견했다.
정 전 비서관이 최순실에게 문건을 넘긴 시기는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전부터 올해 4월까지 3년여에 이른다. 2014년 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을 겪은 뒤에도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가운데는 사전에 일반에 공개돼서는 안되는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무려 47건의 공무상 비밀이 포함됐다.
2013년 10월에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국토교통부장관 명의의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문건을 전달받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건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외부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하는 방법으로 최순실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건은 경기 하남시를 복합 생활체육시설 입지 대상지 중 하나로 검토한 내용이었으며, 최순실은 하남시 입지 대상지 근처에 2층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경우 문건을 유출한 사람만 처벌받도록 돼 있어, 문건을 전달받은 최순실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검찰은 이번에 유출된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에는 해당하지 않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는 범죄자 일당을 머리에 이고 살았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경악,분노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