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특검법 국회 통과와 “병신(丙申)친박(親朴)오적(五賊)”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은 특검 손에 맡겨지게 됐다. 하지만 특검법 통과부터가 순조롭지 않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가 장기전 태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야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조기에 추진할 경우 통과를 선뜻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진석, 권성동 위원장 설득
이번 '최순실 특검법'은 특별검사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이 합의해 추천하며, 대통령은 추천 후보자 중 한 명을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바로 이 조항을 이유로 여당 소속인 권성동 법사위원장과 일부 여당 법사위원들이 제동을 걸었다. 강성 친박계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만약 통과된다면 촛불에 밀려서 원칙을 저버린 오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촛불은 꺼진다'는 김 의원 발언은 이날 인터넷상에서 큰 논란을 낳아 엄청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설전 끝에 법사위가 다시 정회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직접 권 위원장을 찾아가 법사위 통과를 요청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속개된 전체회의에서 권 위원장은 "특별검사가 중립성 시비 없이 수사를 공정하게 하고, 수사 결과가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며 "하지만 이 법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회부하는 것이 의원들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정리했다. 이에 따라 특검법은 이날 오후 가까스로 법사위 문턱을 넘었고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한때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최근 강경 기류를 감안할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검찰 조사는 물론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면서 "특검은 이미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특검법 통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만약 박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다면 이르면 이날 특검법이 의결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특검법 통과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를 시작할 때까지 남은 기간 검찰은 계속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향후 특검 수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 반대 10명은 모두 친박
이번 특검법안은 향후 벌어질 탄핵 정국의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렸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야당과 무소속이 171명이다. 탄핵을 하려면 최소 29명의 여당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특검법은 여야 원내대표단 합의로 마련됐고 이미 새누리당 50명이 특검법 발의에 동참했다. 최소한 진상 규명 필요성에는 여당 다수가 공감하기 때문에 특검법과 탄핵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일단 이날 찬성 표를 던진 새누리당 58명은 비박계가 유승민·강석호·주호영·이혜훈·김영우 의원 등 26명으로 다수였지만 일부 친박과 중도 성향도 포함됐다. 이른바 '진박'인 조원진 최고위원이 찬성해 눈길을 끌었고, 친박 중에는 염동열·박덕흠·강효상·곽대훈·이채익 의원 등 19명이 찬성했다. 이 가운데 유민봉·곽상도·민경욱 의원은 현 정부 청와대 출신이다. '낀박'으로 불리는 정진석 원내대표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진 10인은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김진태·이학재·김광림·박명재·이은권·이종명·전희경·김규환·박완수 의원 등 모두 친박 성향이다. 기권한 14명 중에는 홍문종·김태흠·박대출·함진규·김기선 의원 등 친박계도 있지만 김학용·박성중 의원 등 친김무성계도 있다. 이들은 "특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이 특검을 추천해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들의 언급은 변명이고 궁색했다.
“병신(丙申)친박(親朴)오적(五賊) 이정현, 최경환 ,서청원, 홍문종, 조원진”
한편,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의 여파로 새누리당의 재창당을 요구하는 보수진영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과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 애국단체는 17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 모여 "병신년(丙申年) 친박 오적 이정현, 최경환 ,서청원, 홍문종, 조원진을 규탄한다. 친박 5적은 당장 정계를 은퇴하고, 새누리당은 즉각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범사련은 새누리당을 대통령의 눈치나 보며 비위나 맞추는 '내시 정당'이라고 비난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국가적 혼란과 국기문란의 주범 중 하나인 새누리당과 병신(丙申)친박(親朴)오적(五賊)은 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범사련은 "아이들까지 촛불을 들고 나와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국민적 울분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이정현 당대표는 유령수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갑산 범사련 상임대표는 "2016년 시작부터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돌고 온 국민의 마음은 분노로 끓어올랐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너무 나태하고 안일했다"며, 집권 여댱의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4.13총선에서 180석을 넘길 것이라던 새누리당은 결국 130석도 안 되는 제2당으로 추락했다. 유권자를 우습게 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상임대표는 "친박인사들은 법적으로 결정 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한다고 말하며 분노한 국민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있다. 국민들의 외침을 외면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00년 전 을사오적이 나라를 팔아먹었다면, 오늘은 병신친박오적이 대한민국과 보수진영을 망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해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한다"고 했다. 김덕근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대표는 "최순실 국정 농단을 언제까지 비호하고 옹호하며 국민을 우롱할 것이냐.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집사인지 국민 주권자인 국민의 집사인지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사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새누리당은 국정파탄의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사련은 "최순실 파문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지만 나라를 이 지경이 되도록 수수방관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친박, 비박, 진박이니 편을 가르면서 싸움이나 하는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 비위나 맞추는 '내시당'"이라고 꼬집었다. 범사련은 "새누리당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수족 노릇을 한 지도부로는 '하야정국'을 해결하지 못한다"며,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범사련은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의 사퇴, 외부 인사로 구성된 비대위 구성,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개헌 추진 등의 제안이 담긴 성명서를 새누리당에 전달키로 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