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판언론 불이익" 지시 의혹도 불거져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남긴 비망록에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에 불이익을 줄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TV조선이 보도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 제소,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지시했고 호의적 보도에 대해선 포상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TV조선은 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다시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이 재조명되고 이어 자연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로 이어지고 있다.
내용은 박근혜 정부가 비판 언론을 노골적으로 통제하고 억압한 것이었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은 2013년 6월14일부터 2014년 1월 9일까지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남긴 비망록을 통해 이같은 현실을 밝혔다. 이 보도는 지금이 유신시절도 아니고, 비판 언론에 불이익을 주라는 식의 지시가 실제로 있어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역사가 거꾸로 흘렀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속 낙마하는 인사참사와 국정 공백이 이어지던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2014년 6월 30일)에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회의에서 언론을 탓한다. 그는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습니다. 일방적 지적, 비판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며, "언론중재위 제소,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청구 등 상응하는 불이익이 가도록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다.
청와대 관련 보도는 실제 자주 법정으로 갔다. 청와대는 2014년 초 '비선실세 의혹'을 다룬 시사저널과 일요신문에 대해 수천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정윤회씨도 딸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특혜 의혹 등을 보도한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 대통령도 직접 "시사저널 일요신문-끝까지 밝혀내야. 본때를 보여야.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 색원"하라는 주문을 한다. 대통령을 비판한 사설에 대해 '논조 이상-이모 논설주간'을 표시해 두기도 했다. 반면 호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금전 지원을 염두에 둔 듯 "VIP 관련 보도-각종 금전적 지원도 포상적 개념으로. 제재는 민정이" 라는 문구도 있다.
‘세습 정치 발언’ 제소 지시…출연자는 출연금지
또, 작년 1월 한 종편 방송사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세습 정치’ 발언을 했는데, 비망록에 적힌 대로 해당 프로그램은 실제 방심위에 제소가 됐고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됐다고 TV조선은 전했다. 청와대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도 재갈을 물리려고 했다. 비망록에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나온다. 프로그램이 이에 따라 사라진 적도 있다.
비망록 6월 22일자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뜻하는 ‘장’ 표시 뒤에 '종편-롤 세팅-계획통제'란 글자가 적혀 있다. 청와대가 종편의 역할을 계획,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는 카카오톡 감찰 등 논란이 되는 이슈 보도를 주시했다. 또, 김 전 실장은 방심위 활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종편 통제의 수위를 높였다. 지시는 그대로 이행됐다. 작년 1월, 채널A 이모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습 정치’란 발언을 한다. 함께 출연한 정치평론가 박모씨도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 선거로 선출됐지만 아버지가 왕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세습됐다“는 발언을 한다. 이 발언은 물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왕이라고 지칭했기에 비유라고 해도 문제는 있다.
그런데 방송 다음날 비망록에는 '채널A 기자 '세습' 발언 방통(심의)위 조치토록 할 것'이란 글자가, 이틀 뒤엔 박씨에 대한 '출금', 즉 출연금지 논의가 적혀있다. 출연자의 종편 출연금지까지 강요한 것이다. 실제 3주 뒤 해당 프로그램은 방심위에 제소됐고, 그 달을 마지막으로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졌다. 심지어 김 전 실장은 본인이 비서실장 교체설 유포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는 기사를 쓴 동아일보 기자를 고소까지 했다. 언론도 방심위에 제소되도록 다소 선정적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보도,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근거로 무리한 논리비약 등을 하는 등 문제들은 있지만 그렇다고 국가최고 권력이 사실을 근거로 쓴 보도내용 본질을 훼손하거나 강압한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