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태블릿PC 보도 전 이미 '대응 문건' 작성
최순실 사태, 경악을 넘어 국민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JTBC는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이는 최순실 관련 단독보도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15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최순실 태블릿PC가 공개되기 전부터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과 관련해 수사와 언론대응 등을 포함한 대비 문건을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은 구속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들어 있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서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응하기위해 마련한 일종의 시나리오로 보여져 또다른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나오기 일주일 전에 이미 이 문건은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내용에는 증거인멸 등과 관련된 내용까지 포함돼있다. 이 부분은 매우 위중하다.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만든 문건인지의 여부인데 검찰은 이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선실세에 대한 검토 의견'과 '법적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 두 개를 발견했다. 지난달 29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들어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문서를 받아서 이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은 태블릿PC 언론보도 일주일전인 10월 16∼18일에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에는 우선 최순실과 관련된 여러 혐의 내용에 대한 법적 검토 의견이 들어있다. 최순실의 재단 설립과 대기업 모금에 대해 미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냈다. 최순실이 자금을 용도와 다르게 썼다면 문제가 있지만 그런 정황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기업이 따로 후원한 재단 행사비를 유용했을 때만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 보고서가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서이자 청와대의 종합적인 대응방안으로 보고 있다. 또 문서의 형식과 표현 등으로 미루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문서작성의 경위와 작성자 등을 수사중이다.
민감한 수사정보 언급…'증거인멸 유도' 내용까지
이 문건이 심각한 것은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상당히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어떤 증거를 집중적으로 확보하려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른 수사상황을 예로 들며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내용상 사실상 증거 인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증거인멸 유도 가능성이란 것은 이번 수사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으로 등장할 수 있다.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서 나온 문서에는 검찰수사 대응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 문자 메시지와 녹음파일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검찰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할 경우 무엇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지, 거기에서 얻을 것은 어떤 정보인지가 적혀 있다. 각각 저장기간이 얼마나 되고, 지우면 복원이 가능한지 등의 대응 방안도 모두 들어있다. “이 문건은 두 재단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수사팀이 구성된 직후에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JTBC는 보도했다.
안종범 당시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비한 내용이다. 이 자료에는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롯데그룹이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를 정리하며 증거를 없앴는지 등 예민한 검찰 내부정보까지 예로 들어서 작성됐다. 검찰 수사실무뿐 아니라 검찰 내부정보를 알아야 쓸 수 있는 내용들인 것이다. 청와대가 시시각각 청와대쪽으로 다가오는 검찰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응문건’ 누가 지시·작성했나?
검찰은 이 문건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해서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법적으로 큰 문제 없다는 결론 아래 국무회의 발언, 언론대응, 검찰 수사대응 심지어 증거인멸 방법까지 담고있다. 한마디로 이번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시나리오'라고 보면 된다. 이 문서가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누가 만들었는지가 우선 중요하다.
검찰에 의하면, 이 문서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사진 파일 형태로 들어있었다. 청와대 부속실로 전달된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했던 것인데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 일정을 보좌하는 제1부속비서관이었다. 이런 문서가 만들어졌다면 비서실장이나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것인데, 부속실로 전달됐다는 것은 대통령에게 보고가 된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내용을 보면 청와대의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종합 대응서 성격인 것인데 내용으로 미루어 민정수석실이 만든 것 같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 문건을 만든 곳이 민정수석실이 맞다면 민정수석실이 알아서 했느냐 아니면 또다른 지시가 있었느냐 이 부분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 문건을 보면 그 단서가 들어있다. 해당 문서에는 "지시사항에 대해 법적 검토해보니", "말씀하신 것을 검토해보니" 등의 표현들이 있다. 이것이 검찰의 판단대로 민정수석실이 만들었다면 아무리 실세 비서관이라고 해도 정 전 비서관이 지시하셨다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즉, 민정수석이, 정호성 전 비서관에서 '말씀하신대로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럼 그것은 그보다 더 윗선, 대통령으로까지 얘기가 올라갈 수가 있다, 이런 표현들을 근거로 검찰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민정수석실이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 응당 합리적 추론에 의한 의심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다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됐는데 박 대통령에게 적극 입장을 밝히라고 건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도 남는다.
문서는 "법적 문제가 없으니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후 검찰 수사에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예방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박 대통령과 두 재단이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사전에 밝혀서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던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도 나와있다.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조직적 대응방안도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정말 심각한 대목이다.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이 이 조언대로 휴대전화 기록을 삭제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민정수석실의 지침에 따라 안 전 수석이 증거인멸을 한 것이 맞다면 이 부분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검찰은 증거인멸 교사 등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검토중이다.
특히 검찰은 사정기관을 관리하고, 대통령 측근 비리를 막아 공직기강을 확립해야 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직무유기를 한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만해도 박근혜 대통령까지 수사가 옮아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대통령의 비서역할인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전달이 됐다는 점은 이 역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든 총체적인 대응 자료라는 의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 문서의 존재는 우병우 전 수석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여러가지 의심의 정황을 만들어준 것이다. 검찰이 이 문서들을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서 확보했는데 정작 문서까지 갖고 있던 정 전 비서관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응하지 못한 것인가?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심복이었는데 이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참 아이러니하다. 이 문서가 작성된 시점은 최순실과 안종범 전 수석 정도만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던 때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현재 대통령 기록물과 각종 청와대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이 문건이 작성된 며칠 뒤 언론의 태블릿PC 보도가 나가고 검찰 수사도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그 때부터 적용된 혐의다. 정 전 비서관 등 청와대는 설마하며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는 대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태블릿PC 보도 이후 5일만에 정 전 비서관, 태블릿PC를 개통한 김한수 청와대 전 행정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 자택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는데,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지우지 못한 채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가 압수가 된 것인데 당시 보도에 김 전 행정관도 집 주변에 휴대전화를 버렸다가 검찰 수사관들이 찾아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주요한 점은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겨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이 문서마저도 최순실에게 넘겼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은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문서들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문서파일이 아닌 사진파일로 저장돼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문서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는 당연히 보고서 원본이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청와대 내에서 공유를 한다고 해도 문서를 공유하면 그만이다.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청와대 외부로 전달하려 한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