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대통령 직접 불러 조사한다
최순실(60·구속)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 조사 방식을 고심하고 있는 검찰은 박 대통령을 검찰청사로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조사나 출장조사를 배제하고 일반인과 동등하게 직접 소환 조사하는 강수(强手)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순실 게이트 진실 규명을 바라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박 대통령 소환 조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제3의 장소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본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은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없고 방문이든, 서면조사든 그 어떤 조사도 받은 전례가 없다. 박 대통령 조사는 이르면 최순실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이달 19일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늦어도 상당수 핵심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내달 초까지는 진행될 것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조사 방식이든 뭐든 좌고우면하지 말고 제대로 밝히라는 것이 검찰 수뇌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차은택(47·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자신과 가까운 광고전문가 이동수 씨(55)를 KT 통합마케팅본부장(전무)에 앉히는 과정에서 최 씨에게 청탁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은택에게서 “이 씨를 KT 본부장에 앉혀 달라고 지난해 2월 최 씨에게 청탁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인사 청탁은 ‘차 씨→최 씨→박 대통령→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구속)→KT’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를 받아 이 씨 인사를 KT 측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청와대 불쾌감속에 침묵”?
한편, 청와대는 12일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검찰청으로 직접 부르는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침묵을 지켰다. 청와대의 반응이 검찰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지만 내심 불쾌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서면·방문·소환조사 중 방문조사 형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미리 질문을 만들어 보내면 그에 대해 서면으로 답을 보내는 서면조사의 경우 가뜩이나 검찰의 엄정한 수사 의지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나 제3의 장소로 찾아가는 방문조사가 유력하게 거론돼 온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2월17일 당선인 신분으로 'BBK 사건'과 관련 방문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소환조사는 서면이나 방문조사와는 그 파장이나 무게감이 차원을 달리 한다는 평가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부터가 처음 있는 일인 데다가 박 대통령까지 다른 국정농단 혐의자와 같이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의미여서다.
전직 대통령 중에서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된 조사를 받은게 유일한 사례다. 청와대는 일단 검찰의 조사 방법 자체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검찰에서 나온 얘기 같은데 우리쪽에서는 언급할 게 없다"며 "조사의 시기나 형식은 검찰에서 결정하고 우리쪽으로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그에 대해 미리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검찰이 조사 방식을 결정했다면 우리도 대비해야겠지만 아직 검찰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은 것이 없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대국민담화에서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라며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한 터다. 따라서 청와대 입장에서는 검찰 조사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구상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소환조사한다는 것은 택도 없는 소리다. 모든 것은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아무리 지지율이 5%로 떨어졌다고 해도 대통령은 국가원수"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법조비리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검찰이 여론의 지지를 얻어 명예를 회복하고 미래권력에도 대비하기 위해 소환조사설을 흘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아무리 임기 말이라고는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소환조사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어 여론을 미리 떠보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검찰은 넥슨 주식을 공짜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경준 전 검사장과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으로 국민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게다가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봐주기식 늑장수사 논란, 우병우 전 수석의 황제소환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실제로 소환조사를 추진한다면 청와대가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와 경호상 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폭발한 국민분노를 어찌할 것인가?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는 법격언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 국민들은 이미 박대통령을 사실살 대통령이라 인정하지도 취급하지도 않는 실정이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