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터지지 않은 두 폭탄
엘시티 '500억대 비자금' 어디로 갔나?
5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수배됐던 엘시티(LCT) 시행사 이영복(66) 회장이 잠적 100여일 만에 자수 체포됨에 따라 관련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장의 자수로 엘시티를 둘러싼 대규모 정관계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시티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는 11일 새벽 서울에서 이 회장을 압송해 신병을 확보한 뒤 이 회장을 상대로 5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와 그 돈으로 유력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는지 등을 집중조사 중이다.
사업 초기 엘시티 인허가와 자금조달, 시공사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 회장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자금으로 정권 실세나 유력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로비를 했는지를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국내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20여개를 만들어 엘시티가 대출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빼돌린 사항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금융기관을 속이고 3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과 직원이 근무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200억원을 빼돌리는 등 50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엘시티 시행사 자금담당 임원 박모(53)씨를 구속한 바 있다. 박씨는 이 회장의 충복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자수하면서 이번 사건이 대규모 게이트로 번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써 부산지역 정관계 인사 몇 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 및 분양대행사와 용역회사 등에 대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회계자료 분석과 엘시티 관련 회사 관계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주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언론에서 제기한 비리나 특혜 의혹, 정관계 로비설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며 “혐의를 의심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이나 단서가 확보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윤 차장은 이어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최순실이나 정관계 인사들과 관련된 이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진위를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인 최순실과 함께 매달 1000만원 이상의 곗돈을 내는 계모임을 한 데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 강남의 유력인사 20여명이 포함된 계원으로 수년 전부터 계모임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최순실이 이 회장의 부탁을 받고 엘시티의 시공사(포스코건설) 선정과정 등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검찰 출두과정에서 “최씨와 만난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른다”며 함구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런데 엘시티(LCT) 사건은 최순실 관계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부터 지금까지의 각 정권들이 모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짙다.
‘미르․K스포츠’ 판박이 청년희망재단도 의혹
청와대 주도, 재벌의‘007’식 모금, 주먹구구식 운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된 미르․K스포츠 재단이 거친 길이다. 그런데 이 재단과 ‘판박이’ 길을 걷는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 있다. 청년희망재단이다. 이 재단도 일단 출발이 미르, K스포츠와 닮았다. 2015년 10월부터 11월까지, 재벌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청년희망재단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2015년 9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익신탁 형식의 재단 설립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9월21일 청년희망재단의 청년 일자리 사업에 활용되는 ‘청년희망펀드’에 첫 기부를 했다.
그러자 재벌이 움직였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재단에 10월22일 200억원을 냈다. 현대차 200억원, LG 70억원, 신세계 65억원, 롯데 50억원, GS 33억4760만원, 한화 30억6830만원, 두산 30억원, 현대백화점 24억원 등도 그룹 총수 명의로 기부했다. 임직원들도 동참했다. 대표적으로 삼성 임직원들이 50억원을 청년희망재단에 냈다. 이런 주요 대기업 모금은 주로 작년 10월~11월 사이에 이뤄졌다. 재단은 2015년 11월26일까지 약 942억원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10월말 기준 이 재단은 ‘청년희망펀드’(공익신탁 형태)로 428억원을 모으고, 재단 자체적으로 1026억원을 기부 받았다.
“사업 계획안 비현실적” 지적
이렇게 모인 기부금이 비효율적으로 쓰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은 재단 이사회 회의록에 드러났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재단 이사였던 박병원 한국 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2015년 12월 열린 3차 이사회에서 재단의 업무를 강하게 지적했다. 재단이 이사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 의사결정을 하는 부분, 그리고 졸속 사업계획을 문제 삼았다.
“청년희망재단에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함에도 이사회에 상정도 안하고, 사전협의도 없이 언론에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이사들이 보완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무조건 동의하라는 이야기 밖에 더 됩니까?…(중략)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이사들이 무시당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고, 보고안건이 의결안건이었어야 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사업이 ‘글로벌 보부상 양성사업’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들을 회사를 새로 만들어서 한다면 누가 할 것인가이며, 글로벌 보부상도 누가, 어떻게 그 일을 할 것인지 등을 보완하여 차기 이사회 시 보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이사인 류아무개 교수도 재단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류 교수는 재단이 추진하는 게임관련 일자리 사업이 비현실적이라 지적했다. “예체능계 전공자들이 자바 스크립트 조차도 운영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바일게임을 기획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이 정도 기간에 게임기획자가 배출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교육기간도 짧고 양성인원도 90명은 너무 적은 인원으로 비현실적 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모바일게임업체가 직원이 1200명이고, 2위는 100명대로 격차가 심하며 현재 채용하겠다는 게임업체가 교육이 끝났을 때 파산하거나 사라질지 걱정입니다.” 라고 지적했다.
차은택․송성각 연루의혹도 제기돼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용득 의원실이 청년희망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재단은 2015년 10월 1차 이사회에서 ‘재단 내 청년희망아카데미 사업은 고용복지플러스센터ㆍ창조경제혁신센터ㆍ문화창조융합벨트ㆍK-MOVE센터ㆍ대학ㆍ업종별 사업자단체 등의 취업연계 서비스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사업계획을 밝혔다. 이 중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은 차은택이 본부장으로 있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주도한 사업이다.
또 청년희망재단은 2016년 2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콘텐츠진흥원은 송성각이 이끌었다. 송씨는 차씨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송씨는 차씨와 공모해 광고사 지분 강탈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차은택 연루의혹을 제기한 이용득 의원은 “청년희망재단은 순수 민간재단이 아니라 설립부터 정부와 경총에 의해 만들어진 정부주도 재단”이라면서 “이 문건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별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