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박대통령 퇴진’ 사상최대 집회 예고
전대미문의 '비선 실세'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세 번째 주말집회가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경찰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최다 인원을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일 경찰과 시민단체에 따르면 1천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2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 집회를 개최한다. 이 집회는 민주노총 등에서 인원을 대거 동원하는 데다 야 3당도 장외투쟁에 역량을 쏟기로 한 만큼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 집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
주최 측은 당일 최소 50만명의 인원, 경찰은 16만∼17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2008년 촛불집회 기간 최다 인원이 모인 6월 10일에는 주최 측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명이 모였다. 경찰 추산으로도 당시 규모를 거뜬히 웃돈다는 것이다. 이는 2004년 3월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시위(경찰 추산 13만명. 주최 측 추산 20만명)를 넘어서는 규모이기도 하다. 경찰은 이날 2만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해 집회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두 차례 열린 주말 촛불집회에서처럼 시위대를 자극하는 언행을 피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조를 이번에도 유지한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
청와대 쪽 진입로를 '마지노선'으로 두고 행진을 차단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주최 측은 1부 행사를 마치고 오후 5시부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은 10만명이 서울광장에서 청와대 입구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전 차로로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까지만 행진하라며 '제한 통고'했다. 사실상 금지 통고다. 이와 별도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청와대 방면으로 각 2만명이 4개 경로를 행진하겠다며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워낙 많은 인원이 모이는 만큼 당일에는 일부 인원이 자정을 넘겨서까지 현장에 남아 '1박2일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간 집회 양상을 볼 때 주최 단체와 무관한 자발적 참가자나 청소년, 가족 단위 시민이 많으리라 여겨진다. 굳이 청와대로 행진하기보다 도심에서 '민의의 세(勢)'를 보여주는 쪽이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학가 동맹휴학, 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 궐기 이어져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앞다퉈 시국선언에 나섰던 대학가에서 동맹휴학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10일 성균관대와 성공회대 등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동맹휴학을 선언했다. 전국의 상당수 대학에서도 동맹휴학 참여 여부를 투표에 부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 학생 10여명은 오후 1시 인문사회 캠퍼스 정문 앞에서 "성균관대에는 지난 4일부터 졸업생인 안종범(57) 전 청와대 수석, 이원종(74)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삼성그룹 등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며 "소중한 수업을 잠시 반납하려 한다"고 선언했다.
성균관대 학생들은 동맹휴학을 선언하고 거리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후 6시에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예정된 '거리로 나서는 동맹휴학 – 하야하라! 대학생 성토대회'에 참여한 뒤 시민들이 진행하는 촛불집회에 동참할 예정이다. 성공회대 학생 30여명도 오후 교내 자연드림 앞에서 "현재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문에 대해 전국적인 분노가 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동맹휴학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우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업이 있는 교수님들이 휴강을 허락하시는 등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며 동맹휴학을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식 이후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행진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학생들은 서울 도심에서 권역별로 공동 집회, 행진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 등 서울 서북부 대학 연합은 서대문구 창천공원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공동으로 행진할 방침이다. 한양대와 서울시립대 등도 행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박 대통령, 최씨와 함께 블랙리스트를 주도적으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있는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공동 행동을 시작했다. 문화·예술계 인사 7449명이 뜻을 모아 꾸린 연대 공동체인 예술행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2일까지 캠핑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예술행동위원회는 독일 작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명언을 본뜬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는 구호와 함께 '문화 난장'을 진행한 뒤 만민공동회, 페스티벌을 이어가기로 했다.
학계와 종교계, 노동계 등에서도 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하고 박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들에 비선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세대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통령은 자신이 사이비종교나 사교(邪敎)에 빠지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대학에서 기독교 신학을 가르치는 우리들의 판단은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의 불행보다 국민의 불행이 더 깊고 엄중하다"며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주체'라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의 개인적 반성, 정치권의 단계적 퇴진론을 참고 용인해 주기에는 국민의 살림과 생존이 곤고하고 엄혹하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박근혜 퇴진 기독교 운동본부는 오후 7시30분 대한문 앞에서 시국 기도회를 연다. 이들은 "능력도 자격도 없는 박근혜는 즉각 물러나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해 심판을 받아야"한다며 "이는 민주주의와 역사에 의한 심판이며, 정의와 공의를 약속하신 하나님의 선교적 사명의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훈병원지부, 근로복지공단의료지부 등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이 비선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이 국면에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강행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공동행동도 그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시민들의 연대 공동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서울행동'은 "박 대통령과 재벌, 새누리당, 검찰, 비선실세가 모두 국정을 농단한 공범"이라며 "박근혜 퇴진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해법도 가로막힌 현실의 문을 열 수 없다"면서 12일 민중총궐기에 군집할 것을 예고했다. 어머니 단체인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등은 오후 2시 홍대역 8번 출구에서 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녹색연합 주도로 이뤄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시국선언 행진은 매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 매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는 보신각까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면서 행진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