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광고 싹쓸이한 플레이그라운드, 차은택 소유가 아니라 실제 주인은 최순실
대통령 해외순방 사업과 대기업 광고를 싹쓸이한 플레이그라운드의 실소유주는 최순실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은 이 광고기획사의 일감을 직접 따왔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 채용과 급여 수준 또한 결정했다. 이는 지금껏 차은택 감독이 ‘주인’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이다. 플레이그라운드의 재무이사를 지낸 장순호(64)씨는 9일 “최순실씨가 ‘1주일에 3번만 나와서 봐달라. 300만원이면 되겠느냐’고 부탁해서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지난 7월까지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가 임원의 채용과 급여 수준을 직접 결정한 것이다.
그는 이어 “재무 경력이 없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며 “일은 경리를 봤던 엄아무개씨가 다 했고, 나는 결재만 했다”고 말했다. 엄씨는 사실상 최순실의 개인 비서로 알려진 인물이다. 플레이그라운드 직제표를 보면 장씨는 재무이사로, 엄씨는 재무팀장으로 표시돼 있다. 지난해 10월12일 설립된 플레이그라운드의 대표는 차은택과 가까운 제일기획 출신의 김홍탁씨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이 회사의 실소유주가 차은택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최순실이 실제 소유주로서 재무이사와 재무팀장을 앉혀 자금관리까지 해왔던 것이다.
또 최순실은 김 대표와 이 회사 이사로 등재된 김성현씨를 통해서도 수시로 회사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 재무이사를 맡았던 장씨는 최순실과 30년 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ㅂ여행사에 이사로 등재된 그는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주로 최순실 모녀 등의 항공권을 구매해줬다. 최순실은 케이스포츠재단 직원들에게도 장씨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최순실은 인사뿐만 아니라 플레이그라운드의 일감도 직접 따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 전 이사는 지난 1월 최씨 소유 더블루케이의 대표 ㅈ씨에게 “최 회장이 일감을 다 물어다 주는데, 일도 별로 안 하는 사람들이 사장, 임원이라고 하면서 1억원 이상씩 연봉을 가져간다. 사장은 자기들끼리 세워놨다”고 말했다. 이는 ㅈ씨가 최근 밝힌 내용이다. 더블루케이는 최순실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다. ㅈ씨는 장 전 이사의 소개로 최순실을 처음 만나, 지난 1~3월 이 회사의 대표를 지냈다.
장씨는 최순실과 특수한 관계다. 그의 아들은 최순실이 소유한 테스타로싸 커피숍에서 잠시 일한 뒤 독일로 건너가 최순실 딸 정유라씨를 도왔다. 또 최순실 소유 독일 페이퍼컴퍼니인 비덱의 한국사무소 명함을 파고, 케이스포츠재단 직원 명의로 된 대포폰을 사용해왔다. 장씨는 케이스포츠재단 직원들이 2월29일 에스케이를 찾아가 80억원을 요구할 때 동행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최순실의 지시로 한 일이다. 나 또한 피해자”라고 말했다.
신생 광고기획사인 플레이그라운드는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후광을 등에 업고서 일감을 쓸어담았다. 이 회사는 설립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이란·아프리카 3개국 해외순방 문화사업을 싹쓸이했다. 대기업 광고도 대거 수주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 5~9월 불과 다섯달 동안에만 기아차에서 63억원어치(에이시닐슨사 기준), 케이티(KT)에서 55억원어치(KT 실제 집행금액 기준)의 광고를 따냈다. 티브이·라디오·신문·잡지 등 4대 매체가 집행한 광고만 기준으로 한 것으로 인터넷·바이럴 광고 등은 빠져 있는 액수다. 광고대행사인 플레이그라운드는 광고비의 10~15%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검찰은 비선 실세인 최씨가 직접 일감을 따왔다는 장씨의 증언을 토대로, 최씨가 현대차그룹과 케이티 등 대기업과 청와대에서 추진했던 사업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미르재단과도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이 회사의 이사로 있는 김성현씨는 재단의 사무부총장이다. 또 재단이 추진한 ‘케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혀왔다. 이는 최씨가 케이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를 각각 짝지어 체육과 문화 사업 전반에 관여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