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되다
트럼프보다 박빙의 힐러리 우세를 점쳤던 뉴욕타임스 등 미 유력언론들도 뚜껑이 열리자 할 수없이 “트럼프가 승리했다(Trump triumphs).”고 보도하는 현실이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9일 오후 4시(이하 한국시각)를 전후해 일제히 제45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음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게 되었다. 선거기간은 물론 개표 초기만 해도 당선 가능성이 20%에 미치지 못했던 아웃사이더 트럼프 후보가 워싱턴 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막판 승리를 거머쥐는 대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과 그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과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날 미 대선 개표 결과 트럼프는 50개 주와 워싱턴DC의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인 270명을 훌쩍 넘긴 279명(오후 6시 기준)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트럼프는 특히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승리하는 등 대부분의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클린턴을 압도했다. 심지어 그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위스콘신주에서도 클린턴을 제치며 예상 외의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는 이날 승리가 확정된 직후 트럼프캠프 행사장인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에 등장해 당선 연설을 하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하나로 단합된 국민이 되자”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미국을 우선하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의 연설 직전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하고 대선 결과에 승복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와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등을 주장해온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면서 한반도 정세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한편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과반인 218석을 훨씬 넘는 236석 이상을 차지했으며 상원에서도 100석 중 51석 이상을 얻는 데 성공해 백악관은 물론 의회까지 장악하게 됐다. 미 대선은 간선제여서 이날 투표 결과로 선출된 각주 선거인단이 다음달 19일 모여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공식 선출하며 트럼프는 내년 1월20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취임식에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이로써 공화당은 상하원선거에서도 모두 다수당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의회 권력도 재장악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파격적 공약들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세계적 쇼크, ‘미대통령 트럼프 당선’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막말과 여성비하, 인종차별, 음담패설, 자질시비 등에 휩싸여 투표 전날까지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 쇼크였다. ‘고립주의’를 내건 희대의 이단아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는 9일 새벽 2시34분(현지시간, 한국시간 9일 오후 4시34분) 현재 선거인단 288명을 확보해 215명 확보에 그친 클린턴을 누르고 과반(270명)을 넘겨 승리를 확정지었다.
트럼프는 특히 3대 격전지로 꼽힌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를 비롯한 주요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기성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분노와 불신이 트럼프의 모든 약점을 감싸안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클린턴 후보는 워싱턴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클린턴은 트럼프에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하고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트럼프가 “이제는 모든 미국인이 단합해 위대한 미국을 건설할 때”라며 “병원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백만명은 일자리를 갖게 될 것, 미국만의 이해를 고집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부동산 재벌이자 정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은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노선과 다른 고립주의 색채가 강하다. 트럼프 자신은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고 묘사했으나 자유무역을 폐기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신고립주의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한국 등이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협상용 발언일 가능성이 많지만 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동북아의 안보 환경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무역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해 한국정부로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 공화당은 대선과 함께 치른 상·하원 선거도 석권해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공화당은 이로써 행정부와 의회를 동시에 장악하는 대승을 거뒀다.
대한민국, 최순실 사태로 외교안보 핫라인 부재…정상회담 조율도 난항
"국내에 '트럼프 인맥'이라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트럼프 진영의 대북정책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막판 대이변을 일으키면서 한국 외교·안보 분야에 빨간불이 커졌다. 일단 눈앞의 문제는 트럼프 진영이 대선 캠페인 기간에 외교·안보 분야의 뚜렷한 진용이나 구상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도대체 트럼프의 외교, 대북정책이 뭔지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외교부 관계자는 "올해 트럼프 및 공화당 주요 인사들을 모두 106차례 접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트럼프 진영은 참여하고 있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의 인력풀이 제한돼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 인사와 인수위 참여 예상 인사 등을 중심으로 만났다"고 말해 트럼프 외교·안보 정책 라인의 '인맥 부재'를 드러냈다. 현재로선 그나마 트럼프의 외교·안보 책사로 분류되는 인물도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회장 정도가 유일한 형편이다.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측과 인맥이 닿는 인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트럼프 후보가 워낙 바깥에서 들어온 인물이기 때문에 (인맥을 형성할) 루트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화당 주류 역시 트럼프 지지파와 비판적 지지 그룹, 반대 세력 등으로 나뉘어 있어 결국 공화당 공식 라인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트럼프 쇼크'가 한반도로 몰려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카운터파트인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고 정상외교 일정마저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내년 2월 중 아베 신조 총리 방미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으로 미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장 다음주 말 페루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혀 현실화한 외교 공백을 자인했다.
리더십 공백이 지속되면 미국 대통령 취임 첫해에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재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할 '책임총리'가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도록 할지 혼란스럽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정상외교' 공백 사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박대통령은 이미 무엇을 한다해도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박 대통령을 배제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현재 트럼프 미대통령 당선으로 당면한 국가안보와 글로벌 경제문제 해결에 국민적 국가적 지혜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국민들은 "똑똑한 거짓말쟁이 보다 모자라지만 솔직한 지도자를 택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