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오만의 극치 우병우 소환, 최순실,안종범, 정호성 조사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6일 검찰에 출석했다. 우수석은 최순실 사태와는 별도로 가족회사 자금 횡령 등 각종 비위 혐의로 고발되어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이날 오전 우 전 수석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도착한 우 전 수석은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 "검찰에서 물어보는 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조사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가족회사 관련 질문을 받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다만 '가족회사 자금을 유용했나', '공직자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이유가 뭔가', '최순실 사태에 관해 민정수석으로서 책임을 느끼는가' 등 쏟아지는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이 취재기자에게 가족회사 관련 질문을 받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자를 쏘아 보아 이를 화면으로 본 국민들은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 저렇게 교만하니 최순실 사태를 알만하다. 오만의 극치다” 라며 혀를 찼다. 우 전 수석 소환은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이석수(53)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과 더불어 관련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또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난 지는 꼭 일주일 만이다.
검찰 재직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을 거쳐 수사기획관을 지내는 등 '특수통'으로 각종 중요 수사를 맡았던 그가 2013년 4월 조직을 떠난 뒤 3년 7개월 만에 조사를 받는 신분으로 '친정'에 다시 나온 셈이다. 수사팀장인 윤갑근 고검장은 우 전 수석이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차를 함께 마시며 진실 규명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로 나이는 윤 고검장이 세 살 위다.
이들은 각각 법무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같은 곳에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우 전 수석이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시절에 윤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일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변호인이 배석한 가운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주신문은 김석우(44·연수원 27기) 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직접 맡았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의혹, 아들의 의경 보직 이동과 관련한 직권남용 의혹 등을 대체로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본인과 부인 등이 주주인 가족회사 '정강' 자금을 접대비와 통신비 등으로 쓰고 회사 명의로 빌린 고급 외제 승용차 등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경에 복무 중인 아들이 '꽃보직'으로 통하는 간부 운전병으로 보직이 변경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두 의혹을 감찰 조사한 뒤 '정식 수사 절차가 필요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우 전 수석은 아내가 화성땅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숨긴 채 공직자 재산 신고를 사실과 다르게 하고 '주식 대박' 사건의 장본인인 진경준(49) 전 검사장의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조사와 관련, "제기된 의혹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며 "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우 전 수석이 처가가 넥슨코리아에 강남역 인근 땅을 시세보다 비싸게 파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은 '자유로운 사적 거래'로 보고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했다. 진 전 검사장이 거래가 성사되도록 중개 역할을 한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화성땅 차명보유 의혹 등으로 고발된 우 전 수석 부인을, 이달 3일에는 그의 장모를 각각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차명보유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 내용 누설 의혹과 관련해선 당사자인 이 전 특별감찰관이 지난달 28일 검찰에 나와 7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소환조사를 끝으로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고 막바지 법리 검토를 거쳐 처벌 대상자를 선별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우 전 수석과 이 전 특별감찰관이 동시 기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수사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우 전 수석은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의 국정농단을 사실상 방치한 게 아니냐는 책임론에 휩싸여있으나 일단 현재로선 수사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검찰, 구속중인 비선실세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모두 불러 조사
한편, 최순실(60)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6일 구속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동시에 불러 조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2시 두 사람을 구치소에서 차례로 불러내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다. 안 전 수석은 최순실과 공모해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납부를 강요하고 '문화계 비선실세'로 불린 차은택(47) 측근들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강탈 시도를 도운 혐의 등으로 이날 새벽 구속됐다.
정 전 비서관도 최순실에게 청와대 대외비 문서를 대거 넘긴 혐의로 비슷한 시점 법원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왕수석'과 '문고리 권력'이 동시에 구속됨에 따라 이날 검찰 조사 방향과 진술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건은 재단 출연금 모금과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에 박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수사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들이 어떤 진술을 풀어내느냐에 따라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 시점과 방식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선 두 사람이 일단 현재로선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모든 법적 책임을 떠안는 식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최씨를 불러 구속 후 사흘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씨는 재단 출연금 강요와 개인회사 '더블루K'를 통해 공기업과의 사업 계약을 핑계로 7억원대 예산을 편취하려 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지난 3일 먼저 구속됐다. 살아있는 권력에 늦장을 부렸던 검찰의 수사결과를 국민들은 두눈뜨고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