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민심, '박근혜 퇴진'…청소년·가족단위 가세 대규모 촛불집회
주말인 5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분노한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범국민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집회에는 중·고등학생과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 고(故) 백남기 영결식을 함께한 참가자들까지 동참했다. 주최 측은 10만명을 경찰은 3만∼4만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일 것으로 예측했는데 주최 측 추산 인원은 시작 시점에 5만명이었다가 1시간도 안 돼 10만명으로 바뀌었다. 경찰 추산 인원도 2만 1천명에서 시작해 4만3천명까지 늘었다. 실제로는 오후 6시 기준 5-7만명이 운집했다고 추정됐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인원이 점점 더 늘어났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분노한 인파로 붐볐다. 광장과 양 옆 도로는 물론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뒤쪽 길목까지 빼곡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파도타기를 하고 현수막을 흔들기도 했다. 가족 단위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아기와 함께 나온 엄마는 아기 포대에 '하야하라'는 글귀를 써붙여놓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한 손으론 엄마, 아빠 손을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론 '박근혜 퇴진' 피켓을 흔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교복을 입고 참여했다는 중학생 김건우(14)군은 "학생이 보기에도 정치가 엉망"이라며 "저희도 국민이기 때문에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위해 강원도에서 왔다는 50대 남성은 "지금 돌아가는 것 보고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경했다"며 "이러고도 가만히 있으면 노예로 사는 것 아닌가. 그래서 동참하러 나왔다"고 강조했다.
행사가 시작된 뒤 이들은 '박근혜 퇴진 국민 명령 선언'을 통해 "이게 나라냐. 껍데기는 가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로 우리가 모든 권력의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썩은 권력은 몰아내야 한다. 낡은 체제는 쓰러뜨려야 한다. 쓰러진 정의는 다시 세워야한다"며 "권력의 주인으로서 선언한다. 박근혜가 주범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1부와 거리행진, 2부 촛불집회로 구성됐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1부 행사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발언과 4·16 합창단 공연, 대학생·교사·공무원 등이 진행됐다.
거리행진은 광화문 우체국을 출발점으로 종로와 을지로를 향하는 두 가지 코스가 예정됐다. 행진을 마친 뒤 2부 촛불집회에서는 여성, 문화예술인, 노동자, 청소년, 시민사회단체, 농민 등의 발언과 각종 공연이 이어졌다. 전국 69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안드레 공동대표는 "과거 일제 치하의 항일투쟁과 4·19 혁명에 앞장선 대학생 정신을 이어받아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반드시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찾겠다"고 말했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면 국정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체 모를 사람에게 넘겨 남용하게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 있나"라며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라는 한 시민도 발언대에 올라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착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 받는다'고 가르쳤는데 아이들에게 더는 보편적 가치를 말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제게 '최순실이 누구냐', '누가 대통령이냐'고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다. 저는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애초 행진을 금지 통고했다. 많은 인원이 도심 주요 도로를 행진하면 우회로가 마땅치 않아 교통 불편이 명백히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법원에서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해당 구간 행진은 허용됐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220개 중대 약 2만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청와대 방향 행진은 경찰버스 등을 통해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사태에 대비해 차벽과 살수차 등의 사용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민들을 자극해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은 최대한 피한다는 방침이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