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국민담화문'은 도의적 책임 있으나 법적책임은 없다는 말
박 대통령은 사과를 한다면서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박대통령은 울먹이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이런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면서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했다. 하지만 사과의 ‘알맹이’가 쏙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은 ‘측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와 이에 대한 심경을 밝히는 데 대국민담화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라면서 특검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고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면서 잘못이 있다면 법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기업인들에게 미르ㆍK스포츠 재단 기금을 출연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상 부인했다. 대국민담화에 등장하는 다음 문장을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입니다.”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을 부탁한 것을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로, 재단에 돈을 낸 기업인들의 행위를 ‘선의의 도움’으로 규정해 강제성을 부인했다. 앞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기업들이 돈을 날 때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자발적 모금이었다는 주장을 번복한 바 있다. 게다가 어떻게 최순실 일당만의 사리사욕으로 점철된 것에 흘러간 돈이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나? 경제개념 자체를 무엇인지 모르거나 개념 자체가 없는 말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특정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 ‘정반대의 결과’ 등을 언급하며 자신은 잘못이 없고 측근이 잘못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적시했다. 이날 담화는 대통령으로서 측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도의적 책임은 지겠지만 법적인 책임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점을 밝히는 자리였던 셈이다. 이러하니 어찌 국민이 열받지 않겠는가?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