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재단이 아니라 권력 양아치였다”
“박대통령, 호텔서 재벌회장들 만나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요청”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하반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재벌 회장들을 두 차례 만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을 요청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에게 토로했던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이어 “나는 심부름만 했다. 억울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재벌 회장들의 두 차례 만남 중 한 번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붙기 시작했던 지난달 ‘박 대통령이 재벌 회장들을 직접 만나 모금 협조를 요청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재벌 회장들을 두 번에 걸쳐 4명과 3명씩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청와대와 대기업 운영 호텔에서 한 번씩 모임이 이뤄진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안 전 수석이 모금에는 관여했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는 뉘앙스로 말했다”며 “본인은 상당히 억울해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오찬 간담회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과 독대한 정황자료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재벌회장들을 당연히 만날 수 있지만 직접 자금지원 요청을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 대통령과 재벌 회장들 간 회동과 자금지원 요청이 확인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외압 의혹의 몸통이 박 대통령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보다 검찰의 방문조사나 서면조사 형태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스포츠 재단, 기업 약점 파고들어 돈 내라 겁박?
K스포츠 재단, 그들은 양아치였다. 기업의 약점을 잡아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등은 비단 부영 뿐만이 아니었다.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거나, 총수 일가의 사면을 바라는 기업을 접촉한 경우도 있었다. K스포츠 재단이 기업들 팔을 비틀며 겁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K스포츠 재단이 롯데와 SK, 부영을 접촉한 시기는 지난 2월 말에서 3월이다. 당시 롯데는 이른바 형제간 경영권 다툼 이후 검찰의 내사를 받는 상황이었고, SK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 문제가 걸려 있었다. 부영에게 접근한 배경 역시 세무조사를 받고 있던 부영그룹의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부영은 지난 4월 국세청으로부터 천2백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한 기업 관계자는 "K스포츠 재단이 5개 그룹과 접촉했다고 말했다"고 전해 이 같은 모금 시도가 더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투자 지역으로 계속 하남이 거론되는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K스포츠 재단은 5대 거점 지역에서 체육 인재 육성사업을 한다며 접근했지만, 롯데와 부영에 언급한 지역은 하남 뿐이었다.
이에 앞서 최순실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청와대 보고 문건에도 하남에 복합 생활체육 시설을 짓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 2013년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이 보고서와 유사한 개발 계획을 K스포츠 재단이 들고 나온 것이다. 두 사업 계획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아직도 해당 사업을 누가 왜 추진했으며, 언제 어떤 이유로 폐기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말했다. “재단이란 이름으로 약점이나 잡고 돈 뜯어낸 권력 양아치였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