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지지율 10% 미만으로
'최순실 사태'의 핵폭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대의 어이없고 참담한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보도된 내일신문-디오피니언의 11월 정례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도는 9.2%로 10월 34.2%에서 25.0%포인트 급락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기관이 달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긴 어렵지만, 역대 대통령 중에선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5년 차 4분기에 6%의 지지율(한국갤럽 조사)을 기록한 바 있다.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 실시한 이번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50대(40.0%→7.9%)와 60세 이상(64.5%→20.8%) 등 장·노년층의 지지율 이탈이 두드러졌다. 심지어 '텃밭'인 대구·경북(44.3%→8.8%)에서 전체 평균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지지기반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였다. 또 응답자의 67.3%가 박 대통령 하야에 '동의한다'고, 80.9%는 '인적 쇄신으로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의 이날 창간 25주년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사태의 수습책으로 '박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36.1%, '여야가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12.1&였다. 이 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조사에서 '여야 합의로 추천된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해야 한다'(26.1%), '여야가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12.1%)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 "두 자릿수대 지지율이 깨지는 것은 사실 시간문제였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사태가 위중하기 때문에 대통령도 여러 조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정 운영에 흔들림이 있으면 큰일이니 차질 없이 하면서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해 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 외에는 일체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주한독일대사 등에 신임장을 제정한 자리를 통해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박 대통령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언론사 카메라를 보고는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내각, 여당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민심을 정확히 전달해 달라"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최근 대면보고를 늘리고 있고 독대도 많이 하고 있다. 신임 수석들은 물론 떠난 참모들과도 따로 만나 정국 해법에 대해 광범위하게 의견 수렴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주 완료를 목표로 비서실장과 총리를 인선하고 나면 신임 총리가 중심이 돼 국정수습의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상임고문단, 시민사회 원로들과 잇따라 면담한 데 이어 이날 종교계 지도자들과도 회동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대통령이 각종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국무회의의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가 3주 연속 주재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도 대통령비서실장마저 공석인 상태여서 별도 주재자 없이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