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최순실, 무기징역 사법처리 가능”
검찰 “최순실, 강요에 의한 출연” 진술 확보
검찰이 '국정농단 비선실세 의혹‘의 당사자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재단 기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강요에 의한 출연'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많게는 10여 개까지 다양한 혐의가 거론되는 가운데 검찰은 우선 수사의 발단이 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대규모 모금이 이뤄지는 과정과 그 성격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근 롯데그룹 측 고위 관계자를 조사하면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내는 과정에 최순실 측의 강요성 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통해 미르에 28억원, 롯데면세점을 통해 K스포츠에 17억원 등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이후 K스포츠 측은 롯데에 직접 추가 출연을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 롯데 관계자와 만나 일부 관계자들과 사안을 논의했다.
관련 인물들은 재단의 정현식 전 사무총장이나 박모 과장, 최씨 소유 회사 '더블루K'의 이사 직함을 가진 최측근 고영태였다. 박 과장도 더블루K 한국법인 사무실을 오가며 재단 운영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 측 인물이다. 최순실과 안종범 전 수석이 재단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롯데 추가 모금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고 확인했다는 관계자 증언도 나왔다. 결국, 롯데그룹은 70억원을 더 지원하기로 하고 올해 5월 송금했다.
이 70억원은 명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롯데 쪽에 반환됐는데, 한 재단 관계자는 이 또한 최순실의 지시였다고 언론에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시점은 검찰이 롯데그룹 전방위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 직전으로, 재단 측이 기업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러나 수사가 본격화하자 뒤탈을 우려해 얼른 돌려줬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돈을 돌려 주었더라도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은 성립된 셈이다.
롯데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 측에 거의 강제적으로 기금을 내줬다가 다시 돌려받아 '피해자'와 다름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재단에서 80억원 출연 요구를 받았던 SK그룹도 대관 담당 전무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SK그룹에 대해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의 지시를 받아 80억원을 요구했다"는 정현식 전 사무총장의 언론 인터뷰 폭로가 나온 바 있다. 당시 명목은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이었지만, 독일에 최씨가 세운 '비덱(Widec) 스포츠'가 운영을 맡는 구조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SK 박모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80억원 출연 제의를 받은 게 사실이며, SK 측이 거절하고 다른 액수를 제안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재단 측이 대기업에 돈을 요구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에 해당하는 기업 관계자의 진술과 함께 이렇게 모인 돈이 최순실의 개인회사를 통해 유용됐는지를 들여다볼 전망이다.
31일 최씨를 긴급체포한 검찰은 1일에도 그를 불러 조사했다. 재단 관련 의혹을 주로 수사하는 형사8부(한웅재 부장검사)에서 이틀째 조사가 이어졌다. 2일에는 또 다른 핵심인물로 꼽히는 안종범 전 수석도 소환된다. 롯데와 SK 외에 삼성 등 재단에 금전적 도움을 준 다른 대기업 관계자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위와같은 검찰의 최순실에 대한 진술이 확보되었다면, 최순실의 10여가지 다양한 범죄혐의 중 가장 무거운 범죄혐의의 진술이다. 제3자 뇌물 제공죄는 공무원과 공무원의 행위에 가담한 공범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또는 법인)을 내세워 경제적 이득을 보게 했을 때 성립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에 따라 3자 뇌물 제공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3자 뇌물 제공죄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특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뇌물수수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최순실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으로부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받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들어난 상태라 거의 무기징역형의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법조계의 의견이 쏠리고 있다.
안종범·안봉근·정호성·우병우…청와대 최순실 핵심들 속속 검찰로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이 속속 검찰에 소환되는 등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다. 지난 30일 경질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피의자로 2일 검찰에 소환되고,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최씨의 청와대 수시 출입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가 됐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출국금지된 상태다.
이번 사건 두 번째 피의자로 소환되는 안 전 수석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기업들이 출연금을 내도록 압박하고, 이후 별도의 사업을 명분으로 롯데와 에스케이(SK) 등에 돈을 내도록 압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재단 설립 실무 작업을 주도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안종범 수석이 미르·케이 재단 모금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그룹과 에스케이(SK)그룹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는데, 이들을 통해 안 전 수석의 역할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2014년 6월부터 2년 가까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 국가경제 정책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고, 핵심 경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검찰은 최씨에 대해서도 안 전 수석의 공범으로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안 전 수석이 누구의 지시로 움직였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안 전 수석과 최씨는 서로를 모른다고 밝혀 왔는데, 이 경우 안 전 수석을 움직일 수 있는 이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어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은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2014년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조정수석을 지내는 등 박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로 상당한 신임을 받아왔다. 안 전 수석에 이어 안봉근 전 비서관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최순실씨가 이영선 행정관의 차를 타고 청와대를 검문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고, 이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던 안 전 비서관이 관리했다는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곳으로,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폐지 논란이 일었으나 민원처리 창구 명목으로 유지됐다.
청와대는 이날 “출입기록 자료 제출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검찰도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범죄혐의가 뭐가 있는지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혀, 관련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고리 3인방 중 또 다른 한 명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이르면 이번주 안에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연설문을 최씨에게 사전에 전달하고, 두터운 청와대 보고자료를 최씨의 사무실로 직접 가져가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부속실에서 근무해 왔다.
2014년부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맡으며 사정 라인을 관리해 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7월 역삼동 땅 특혜 거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의 수사 대상이 됐으나 민정수석 자리를 지키는 동안에는 검찰 소환을 받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에 있어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측근 비리를 발견하지 못한 점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