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문재인, 진실공방으로, 북한까지 개입
북한, 송민순 회고록 개입 남남갈등 부추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이 일주일 넘겨 24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회고록에 대한 북한의 첫 입장과 함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대표의 입장을 반박하는 송 전 장관의 입장자료가 잇따라 발표돼 진실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격화됐다. 먼저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측에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논란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으로, 조평통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다음 해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박근혜 역도의 특대형 부정부패 행위에 쏠린 여론의 화살을 딴데로 돌려 날로 심화되는 통치위기를 수습해보려는 또 하나의 비열한 모략소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발언은 송 전 장관이 주장한 대로 북한에 '사전 문의'가 없었을 뿐아니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측이 주장한 대로 '사후 통보'도 없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정치권의 진실공방에 한 쪽 편을 들지는 않았으나, 논란 열흘만에 이같은 입장을 전격 발표한 것은 쟁점 사안에 개입해 '남남 갈등'을 부추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누가 북에 물어봤나? 우리끼리 일이다"라며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 새누리당이 쓸데없는 짓을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같은 당 김경수 의원은 전했다. 우리 정부도 "불순한 의도를 지닌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문재인, 송민순에게 "중대한 기억의 착오 범했다"
한편, 송민순 전 장관의 저서에는 문재인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다"고 기술한 대목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 40여 일 후 이뤄진 북한인권 결의안 논의 과정에서 문 전 더민주 대표가 분명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북한인권 결의안 관련 회의의 주재자가 누구였는지, 누가 논의를 주도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관계는 북한의 입장을 '사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문 전 대표가 연 회의에서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김 원장의 견해를 수용해 남북 경로를 통해 북한 입장을 확인해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하여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고 반박했다.
송민순, 재반박
한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참여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 경위를 둘러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측과의 논쟁에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송 전 장관은 총장으로 재직 중인 북한대학원대를 통해 24일 배포한 '저자의 입장' 문서에서 자신의 회고록 내용과 엇갈리는 문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중대한 기억의 착오'가 있다며 회고록 내용을 반박한 것이 재반박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가 북한인권 결의 기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사전에 확인했다는 자신의 회고록 내용으로 파장이 커지고, 문 전 대표 측과의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자 적극적으로 '상황 정리'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 전 장관은 "(문 전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 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다"며 "당시 회의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은 회의 진행을 맡았고 의견 조정이 되지 않으면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요 발언권을 행사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6일에 정부가 이미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날 입장자료에서 "사안의 주무장관이었던 저자(송 전 장관)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고, 대통령이 저자의 11월 16일자 호소 서한을 읽고 다시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송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이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과거에 대한 소모적 정쟁으로 미래에 대한 토론이 함몰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정쟁은 조속히 종결짓고 남북관계와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앞서 송 전 장관은 최근 회고록 '방하는 움직인다'를 통해 2007년 11월 18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주재 하에 열린 회의에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자신과 기권하자는 다른 참석자간 논쟁이 있었음을 밝혀 화제가 됐다. 송 전 장관은 논의 도중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이를 수용해 북한 입장을 확인했다고 회고했는데, 새누리당은 이 부분을 터잡아 '종북 논란'으로 보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