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차은택, 최순실 양파 깔수록 점입가경
미르·K스포츠재단, 400억원 추가 모금 계획 드러나
대기업을 권력의 힘으로 비틀어 출연금 770억원을 모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향후 3~5년간 기업의 정기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400억원 가량을 추가 모금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두 재단의 설립배경과 운영과정, 목적 등이 베일에 가려 있는 상황에서 1000억원대 재단설립 이유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기획재정부에 낸 문화관광부의 추천서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향후 5년간 기부금 목표액을 70억원으로 산정했다. 올해 12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1억원씩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미르재단은 올해 수입 산정액으로 기부금 12억원 외에 후원금 성격의 회비 76억원, 현물 기부로 4억5000만원, 운영 후원금으로 21억원 등 총 113억5000만원을 예상했다. 쌍둥이로 불리는 K스포츠재단 역시 향후 3년간 285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미르와 마찬가지로 후원금 성격의 기업회비 등이 주요 수입원으로 분류됐다. 결국 두 재단 모두 앞으로 3~5년 안에 400억원 가량을 추가로 걷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또 기부금을 걷어서 1000억원대 재단을 만들겠다는 방대한 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재단 설립 때처럼 기업들에 일방적 할당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된 두 재단에 대해 월별 수입과 지출 내역에 대한 검증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이날 기획재정부 유일호 장관과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 등을 출석시켜 관련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무소불위, 안하무인
-민간인이 뉴욕문화원장(공무원) 자리도 마음대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씨의 무소불위, 안하무인도 점입가경이다. 차은택이 문체부 간부 인사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뉴욕문화원장에 내정된 문체부 간부의 발령을 취소하고 자신의 친구를 앉히려 했다는 것이다. 차씨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용모씨는 해외문화홍보원 산하 뉴욕문화원장에 내정된다. 뉴욕문화원장은 문체부 인사들이 선망하는 자리 중 하나다. 용씨는 뉴욕에 살 집을 임대하고 송별회까지 마쳤지만, 돌연 발령 취소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관련 경력조차 없던 광고업계 인사 이동수씨가 지원한다. 난데없이 밀려난 용씨는 1년 뒤 다른 해외문화원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문체부 간부인 용모씨는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말씀 드릴게 없습니다." 용씨 대신 뉴욕문화원장에 내정된 이씨는 심사에서 업무 역량 부족 판정을 받고 결국 자리에는 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씨는 이후 KT전무로 자리를 옮겼고, 그뒤 KT의 광고 일감 상당부분이 차은택 회사와 관련 회사로 흘러들어간다. 차씨와 이씨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영상인이라는 광고 제작업체에서 감독을 할 당시 그 밑에서 함께 일을 했다. 그런데, 이씨의 뒤를 봐준 인사가 차씨라는 증언이 나왔다. 문체부 관계자는 "용씨의 갑작스런 내정 취소와 이씨의 지원 과정 등 그 배경에 차씨가 있는 건 맞다"고 밝혔다. 차씨는 "이동수씨와 친한 건 사실이지만,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고, 그럴 힘도 없다" 는 문자를 모 언론에 보냈다.
박대통령, 차은택 만난 날 K-컬쳐밸리 CJ에 낙점…땅값 특혜 의혹
한편,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씨 관련 의혹에는 종종 이니셜 'K'자가 붙는다. K스포츠재단, K스타일 허브, K타운 사업 외에 또 다른 K로 시작하는 사업에 차 씨와의 연관성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K-컬쳐밸리다. K-컬쳐밸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조성될 예정인 대규모 한류 테마파크로, CJ E&M 컨소시엄이 사업을 맡았다. 축구장 46개 넓이(30만㎡)의 대지에 융복합공연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사업자인 CJ E&M에 특혜를 준 정황이 포착되면서 현재 잡음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특별위원회를 꾸려 K-컬쳐밸리의 CJ E&M 특혜 의혹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CBS가 경기도의회에서 제공받은 '경기도 K-컬처밸리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에 따르면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시지가 830억원짜리 땅을 100분의 1 수준의 헐값에 대부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5월 CJ E&M과 대부율 1%에 토지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외국인투자기업에 제공하는 최저한도 이율이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한 날에 CJ E&M은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자격이 안 되는 상태에서 헐값에 땅을 내줬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경기도가 토지공급계약 전에 올해 본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해당부지 대부율을 5%가 아닌 1%로 미리 예상해 세입예산으로 편성했다는 것이다. 도의회는 사전에 CJ E&M을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 도지사가 조례를 어기고 도의회에 관련 계약 체결을 일체 보고하지 않고,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절차상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 경기도는 왜 자격이 갖춰있지 않은 CJ E&M에 불과 1%의 헐값에 땅을 제공했는가? 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K-컬쳐밸리는 차은택 씨가 주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 구상 중 하나이다.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사업안에 K-컬쳐밸리가 포함돼 있다. 차 씨와 CJ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경기도가 CJ E&M을 K-컬쳐밸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날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차은택 씨,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만난 날이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박 대통령은 서울 청계천로 옛 한국관광공사 건물에 들어선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에 직접 참석했으며, 차 씨가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안내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다. 당시 청와대가 낸 공식 보도자료에도 "박 대통령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차은택)과 CJ 창조경제추진단장(김춘학) 안내로 벤처단지 기능을 보고받고 단지를 시찰"했다고 적혀 있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평가회를 열어 K-컬쳐밸리 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CJ를 낙점했고, 오후에 발표했다. 박 대통령과 차은택, 손경식 CJ 회장이 행사장에서 만난 직후였다.
차 씨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시절부터 CJ와 특수 관계를 맺고 있다. CJ는 지난해 2월 11일 자산을 출연해 서울 상암동에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설립했다. 차 씨와 친분이 있는 CJ헬로비전 커뮤니티사업본부장 출신인 강신명 씨가 문화창조융합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강 씨는 미르재단 이사진에도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지난해 5월 차씨가 기획을 총괄하면서 예산이 대폭 늘어난 '밀라노엑스포'에도 CJ푸드빌이 운영 책임을 맡았다.
이처럼 이니셜 'K' 시리즈 중 하나인 K-컬쳐밸리에도 박 대통령과 차은택 씨의 연관성은 물론 대기업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도의회가 특혜 의혹에 대해 정식 조사를 벌이는 만큼 경기도가 CJ E&M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땅을 싸게 제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인 K-컬쳐밸리도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며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부실하게 운영되고 각종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은 만큼 사업 전면 중단과 함께 종합감사가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딸 독일 연수’에 승마협회, 거액 지원 중장기 로드맵 수립
또 다른 한편, 대한승마협회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선수 1명당 수십억원을 투자해 해외 승마훈련을 지원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했다가 이를 뒤늦게 철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에서는 협회 측에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의 딸 정유연씨(20)의 독일 연수를 지원하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웠다가 논란이 일자 발을 뺀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이 입수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문건(사진)에 따르면 지난해 승마협회는 올림픽 출전이 유력시되는 장애물·마장마술·종합마술 분야 선수들을 종목 담당 코치가 선발해 2016년 1월1일부터 2020년 7월30일까지 독일 전지훈련 캠프에 장기간 상주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건은 ‘마필 구매’와 관련해 “선수 1인당 3두(약 40억원 상당) 보유 필요”라고 지적한 뒤 “절정의 기량을 보유한 말 1두를 구입하는 데 20억원이 들고, 잠재적인 기량을 보유한 어린 말을 2두 구입하는 데 1두당 10억원씩 든다”고 밝혔다. 소요예산으로는 2020년까지 세 종목 모두 지원하면 608억1000만원(선수 12명·마필 36두)이 들고, 한 종목만 지원하면 202억7000만원(선수 4명·마필 12두)이 든다고 언급했다. 선수 1명당 말 구입(40억원)과 전지훈련비(10억원) 등 50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문제는 승마협회의 중장기 로드맵에 적힌 대로 최씨의 딸이 올해 독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승마전문지 ‘유로드레사지(Eurodressage)’는 올해 2월15일 “스페인의 유명한 기수인 모르간 바르반콘이 자신의 코치이자 말 중개인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랜드를 통해 자신의 말 비타나V를 한국의 ‘삼성팀’에 팔았으며, 이 말은 앞으로 한국팀의 ‘○○정’이 탈 예정이다. 삼성은 독일 지역의 승마장도 마련해 정씨의 해외 승마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실은 그랑프리 우승 경력이 있는 명마 비타나V를 타는 것으로 보도된 ‘○○정’이 정씨의 개명 후 이름이고, 승마협회 회장이 삼성전자 임원이라는 점에서 협회가 정씨의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마사회는 승마협회 요청에 따라 당시 승마단 감독을 맡고 있던 박모씨(51)를 독일 현지에 파견했다. 파견 당시 마사회 내부에서는 박씨가 정씨의 개인교습을 돕기 위해 출국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마사회 내부문건인 ‘승마감독 파견지원 요청에 대한 타당성 검토(안)’에는 “감독 인건비를 제외한 제반비용을 승마협회에서 부담한다”고 적혀 있다.
승마협회는 김 의원실에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해외 훈련에 지원된 돈은 전혀 없다”면서 “정씨는 협회 차원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훈련을 떠난 것이다. 독일에 승마 감독을 지원해달라고 한 것도 마사회 요청에 따라 편의상 그렇게 한 것일 뿐 우리가 관여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김현권 의원은 “승마협회가 비선 실세로 거론되는 최순실씨의 딸을 돕기 위해 중장기 계획까지 수립했던 것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과도한 비용이 수반되는 지원 계획을 최초에 입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