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차핵실험 도발에 우리는 뭐하나?
미전략폭격기 ‘B-1B’ 온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발에 맞서 미군의 전략폭격기가 이르면 12일 한반도에 출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원 가능한 미군의 전략자산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B-1B(랜서) 초음속 폭격기 출격이 유력한 가운데 올해 초 4차 핵실험 때 한반도 상공을 경고 비행한 B-52와 B-2 스텔스 폭격기 출동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군이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는 전략자산으로는 B-1B, B-2, B-52 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핵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출격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B-1B(B-1의 개량형)는 B-2, B-52와 함께 미군의 3대 폭격기로 태평양 전략요충지인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돼 2~3시간이면 한반도 출격이 가능하다. 미군이 1960년대에 B-52를 대체하고자 개발에 착수한 전략폭격기인 B-1B는 B-52에 비해 속도가 훨씬 빠르고 무장 능력도 2배 가까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에 공군 오산 기지로 파견되면 한반도 첫 출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폭격기인 B-2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아 적의 방공망을 뚫고 주요 시설물에 폭탄을 투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군의 핵심 전략자산이다. 가오리를 연상시키는 형상으로 ‘검은 가오리’라 불리며 B61/B83 핵폭탄 16발과 공중발사 순항미사일 등을 장착, 재급유 없이 최고 1만2,230㎞까지 비행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요새’로 불리는 B-52는 최대 31톤의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의 거리를 날아 폭격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로 단독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길이 48m, 너비 56.4m에 무게가 221.35톤에 달하는 큰 덩치에 비해 최대 상승고도가 16.8㎞에 이르러 고고도 침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땅 깊숙이 파고들어 지하 동굴을 파괴하는 폭탄 벙커버스터를 탑재할 수 있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의 은신처 공격도 가능하다. 미군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나흘만인 지난 1월 10일 B-52를 경기 오산 공군기지 상공으로 출격시킨 바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 전투기라 불리는 F-22 랩터도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F-22는 북한의 레이더망을 피해 북한의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이륙 후 30분 이내에 영변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어 북한에게는 큰 위협이다. 지난 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경기 오산에 출격해 대북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핵분열 에너지로 움직이는 핵잠수함은 단 한번의 연료 공급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어 잠항 기간이 무제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軍, 준비도 안된 채 "북한 핵사용 징후시 평양 없어질 것" 큰소리만 뻥뻥
한편, 우리 군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평양 일부 지역을 지도상에서 지울 수 있을 정도로 포격하는 응징 작전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핵 공격 징후 시 김정은 등 전쟁 지휘부를 제거하는 임무를 전담할 특수부대인 '한국판 레인저' 부대 편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75레인저' 연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11일 "평양의 일정 구역을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대량 응징 보복(KMPR·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작전을 최근 국회에 보고했다"며 "평양을 일정한 구역으로 나눠서 핵무기 사용 징후 등이 나타났을 때 전쟁 지휘부가 숨을 만한 해당 구역을 초토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등 북한 지휘부 동향을 추적하다가 핵미사일 발사 시도 등 위협 요인이 발견되면 즉시 해당 지역을 우리 군이 보유한 미사일로 타격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져 있었지만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이 작전에는 사거리 300㎞인 현무-2A와 사거리 500㎞인 현무-2B, 사거리 1000㎞인 순항미사일 현무-3 등 가용 미사일 자원이 총동원된다. 합참 관계자는 "보유 중인 현무 계열 미사일은 1000발이 넘는다"며 "우리의 탄도·순항미사일 능력으로도 상당 수준의 응징 보복이 가능하다고 우리 스스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여기에 군은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도 내년까지 시험을 모두 마치고 전력화할 계획이다. 올해 말 유럽에서 수입해 실전 배치할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는 사거리가 500㎞이지만, 오차 범위는 1m에 불과하다. 북한의 특정 건물 유리창도 명중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 군은 "GBU-28 벙커버스터가 김정은 등의 지하 대피소를 타격할 수 있다"며 "'대량 응징 보복'은 우리가 핵무기를 갖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작전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의 지원 없이 우리가 단독으로 평양을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우리 군이 공개한 북한 지도부 응징 작전 개념에는 특수부대를 평양 등에 침투시켜 김정은 등 북한 핵심 요인을 제거하는 작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날 "군 당국이 특수전사령부 예하의 일부 부대를 재편성해 유사시 적 핵심 표적을 제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핵심 표적은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 핵 시설, 미사일 기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시설 등이다. 특수부대는 1개 여단 규모를 검토 중이다. 군 당국은 이를 위해 이미 300억원을 '대테러 장비 보강' 명목으로 편성해 특수부대가 사용할 소총 등 개인 화기, 통신 장비 등에 대한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제대로 된 '김정은 제거 부대' 구축이 힘에 부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수부대가 적 지휘부 제거 작전을 수행하려면 우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저공 비밀 침투가 가능한 특수 수송기와 헬기를 갖춰야 한다. 현재 우리 전력은 적 후방에 침투할 수 있는 특수 수송기가 없어 미군에 의존하는 실정에 있다. 또 작전 요원들의 개인 화기나 통신 장비, 기동 차량 등도 현재보다 훨씬 더 보강돼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도발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을 갖춰야 하지만 이 역시 대부분 미군 장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찰·감시 자산, 침투 수단, 기동 타격 화력 등을 갖춘 여단급 부대를 편성하기 위해서는 50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5000억원은 해군 이지스함 1척 도입 비용의 절반 수준이고, 공군 F-15K 5대, 육군 K-2 전차 60여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국방예산 총액은 38조7995억원이다. 안보 부서 관계자들은 "새 예산을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현재 추진하는 군비 증강 사업 중 일부를 과감하게 줄여서 여단급 특수부대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미군의 전략자산들과 지원없이는 우리 軍이 "북한 핵사용 징후시 평양 없어질 것"이라며 언급한 것은 ‘준비도 안돤 채 큰소리만 뻥뻥 친 꼴이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