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왜 핵잠수함이 필요한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새누리당에서는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 핵잠수함을 개발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보다 적극적인 북핵 억제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결국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핵잠수함이 필요한가?
북한의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리 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이미 예고한 대로 잠항 능력이 뛰어난 신형 '전략잠수함'을 건조하고 SLBM을 탑재할 경우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가 핵추진 잠수함이기 때문이다. 이제 핵추진 잠수함 도입론 또는 보유론은 군사 전문가와 학계인사는 물론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제기하는 등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군사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북한의 점증하는 SLBM 위협에 대응해 하루 빨리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0년대 이후 전력화되는 3천t급 장보고-Ⅲ 잠수함부터 핵추진 잠수함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사전문가들은 다음의 제언들을 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조치는 우수한 대잠전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영국군이 했던 것처럼 '잠수함 사냥팀'(hunter killer)을 구성했다가 유사시 출동시킴으로써 체계적인 잠수함 탐지·파괴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 군은 수십척의 장보고급과 손원일급 잠수함을 보유 중이지만 이들은 대잠전 능력이 미흡하고 장보고-Ⅲ급이 개발돼야 잠수함 사냥작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군은 대잠전 차원에서 현재의 잠수함 증강 계획을 재검토하고 장기간 항해 능력과 필요한 무기체계 탑재 능력을 고려해 핵추진 잠수함 구축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은 잠수함 사냥작전에 필요한 장시간 수중작전 능력, 강력한 소나(음파탐지기) 체계, 충분한 대잠전 인원 등의 장점을 갖췄다. 핵추진 잠수함의 보유만으로도 북한 잠수함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해외 구매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 확보 시기를 앞당기거나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핵추진 잠수함을 빌려 사용한 것처럼 미국 핵추진 잠수함 몇 척을 빌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고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의 SLBM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핵추진 잠수함이 배치돼 북한의 잠수함 기지 동향을 계속 살피는 것뿐이다. 핵잠수함 건조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반대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북한 SLBM이 우리는 물론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위협인 상황에서 미국도 이를 말릴 이유가 없다. 핵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건조 능력은 우리도 이미 거의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함정에 최적화할 기술만 있으면 되는데 이를 위해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원료로 쓰일 농축우라늄은 국제적으로 상용으로 거래되는 20% 농축 우라늄을 구하면 된다. 핵잠수함이 3천t급으로 최소한 4척은 있어야 효율적으로 북한 잠수함을 감시할 수 있다. 2025년 이후 전력화되는 장보고-Ⅲ 배치2 잠수함의 추진체계를 디젤-전기 추진 방식에서 핵추진으로 변경하고 전력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잡을 방법은 그 잠수함을 계속 추적·감시하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추진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을 동력으로 쓸 뿐이지 핵무기는 아니기 때문에 미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보유한 나라 중에서 가장 강하게 핵을 쓰겠다고 주장하는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 신경쓸 겨를이 없다. 지금 당장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미국과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핵잠수함을 건조해 전력화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 공백기에는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에 배치해 우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논란 시동
한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당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핵우산 확보 등 한미동맹 강화와 더불어 핵잠 배치를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날 새누리당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주축이 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모임’이 핵잠 보유의 필요성을 주장한 데 이어 당 지도부까지 가세하면서 핵잠 개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우리 군이 4000t급 핵잠 건조 계획을 추진하다 중단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핵잠 개발이 야당 집권기에도 추진된 점을 강조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핵잠 개발과 관련해 “현재 전력화를 결정한 바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북한이 SLBM을 1∼3년 안에 전력화할 수 있고, 한반도를 넘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4월 23일 SLBM 시험발사 직후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려면 2, 3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4일 북한이 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실전 배치 예상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국방부는 또 24일 SLBM 시험발사에 대해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동해로 고각 발사한 SLBM은 최고 고도 500km 이상, 사거리 약 500km로 비행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핵잠 개발 요구는 북한의 잠수함을 집중 감시하고 SLBM 발사 직전 선제 타격하려면 최소 1, 2개월 수중에서 항해하는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디젤잠수함은 수중에서 2, 3주 작전을 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개정 발효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서 제공받은 원자력 관련 기술과 자재를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없다. 핵잠에 필요한 원자로를 개발하려면 별도의 한미 협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SLBM의 위협에서 미국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의 현재 장애사항은?
현실적으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남북이 1991년 12월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핵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며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미 사문화됐다. 또다른 문제는 핵 시설 및 핵 물질의 군사적 전용은 지난해 4월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협정)에 의해 아직 차단돼 있다. 협정 13조는 “이 협정으로 이전된 핵 물질, 감속재 물질, 장비 또는 구성품”에 대해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잠수함 원자로의 연료인 농축 우라늄도 미국의 승인 없이는 구할 길이 없다. 협정 11조에는 “우라늄-235 동위원소가 20% 미만인 경우에 한하여” 한-미가 “서면으로 합의”할 때만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외 구매의 장벽도 있다. 농축 우라늄 생산 국가는 모두 핵무기 보유국들인데 농축 우라늄을 사려면 어떤 목적으로 구매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미국의 귀에 안 들어갈 수가 없다. 문제는 핵 확산 방지를 핵심 세계전략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 이런 문제들도 그동안 우리가 자존심있는 국가로써 ‘자주국방’을 등한시하고 매국적(賣國的) 눈치보기 외교, 국제관계에 정보가 부재한 채 정치권은 진정한 애국심이 아니라 얄팍한 정쟁의 수단으로 안보를 이용했으며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좌파 국론분열 세력이 준동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북한의 핵무장과 SLBM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도 정부도 ‘립서비스’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이런 난제들을 국민과 함께 극복해야만 하는 심각한 안보위기의 상황에 처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