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정부의 ‘부자감세’ ?“
“국민들에게 징벌적으로 징수하는 것처럼 돼 있다 보니 마치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이 됐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누진제를 바꾸는 대안이 부자감세 문제에 걸린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폭탄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누진제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브리핑 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이 “누진제 완화를 위해 현 6단계를 축소하거나 단계별 차등을 줄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채희봉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렇게 답했다.
정부가 내놓은 누진제 축소 불가 이유는 부자감세였다. 고소득자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단계를 축소할 경우 고소득자의 전기 사용 요금을 적게 낸다는 논리다. 이 상황에서 전기요금의 실체는 무엇인가? 국민들은 전기세와 전기요금을 혼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 글자 차이지만 갖고 있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요금은 자신이 사용한 것에 대해 값을 지불하는 것이고 세는 말 그대로 세금이다. 세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들어가지만 요금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귀속된다.
그렇다면 지난해부터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정부가 ‘부자감세’로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현 누진제를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만 하다. 최근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해 대기업은 물론 영세사업자까지 과도하게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부자감세 효과’라는 단어를 확인하기 위해 브리핑 직후 담당 과장에게 질문했더니 “이건 세금이 아니라 요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과장의 말 대로 실제 전기요금은 전기세가 아니다. 그러나 주무부처의 1급 공무원 조차 부자감세를 운운할 정도로 전기요금에 대한 인식은 사용한 만큼 자율적으로 내는 요금의 개념보다는 강제적으로 국가에서 징수해 가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컸던 것이다. 심리적 저항도 크다.
한국전력도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과거 여러번 전기세 용어를 바꾸려고 노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한전의 노력은 생각보다 현실화되지 않았다. 전기세라는 단어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을 두고는 전기요금이 주는 거부감이 여전하다는 희안한 해석도 나왔다. 이런 사실을 제외하고 ‘누진제 완화=부자감세’라는 희안하고 웃기는 정부 논리가 맞다면 기존의 다른 에너지 가격 체계는 부자감세를 실행하는 상황이 된다. 가령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은 단일요금제다. 주유소에서 석유제품을 많이 살 수록 세차서비스부터 경품까지 돌아오는 게 많다. 많이 쓸 수록 할인하고 대접해 주는 시스템이다. 도시가스나 지역난방 역시 많이 쓸수록 할인해 주는 이부요금제 시스템이다.
한 전문가는 “만약 저소득층이 전기를 적게 소비하고 고소득층이 전기를 많이 소비한다면 저소득층에게는 낮은 전기요금, 고소득층에게는 높은 전기요금을 매기는 게 소득분배의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누진제 완화가 부자감세라면 다른 에너지 가격 체계는 모두 부자감세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개편해야 하지 않는가? 한 시민은 “이건 도대체 정부가 개념도 모르는 것 아닌가? 아니면 악랄하게 그렇게 개념을 혼용해 쓰는것인가? 저런 무개념 정부가 무슨 대책을 마련한다는 말인가? 저런 자들 싹 갈아 치워야 한다”고 분노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