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가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며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라며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이런 문제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현재로써는 사드 배치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자위권적 조치'로 규정한 것은 중국을 포함한 외부의 반발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안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인 만큼, 중국이 이를 반대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우리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의 주역"이라며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사드 배치가 우리 정부의 결단인 만큼, 중국을 비롯한 외부의 반대와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했다. 북한의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먼저 한반도에서 핵과 미사일, 전쟁의 공포를 걷어내야만 한다"며 "이 땅의 평화는 물론,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북 메시지에서도 박 대통령은 가장 먼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 도발 위협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내놓은 경축사의 핵심 키워드는 '국민'과 '경제', '국가'였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박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앞줄에 앉아 있던 각 당 대표 등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에 목례에 웃음으로 답례하고 손을 흔들며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박유철 광복회장의 기념사가 끝난 뒤 연단으로 이동해 독립유공자 포상을 실시한 박 대통령은 6800여자 분량의 경축사를 읽어내려갔다.
이날 경축사를 관통한 핵심 메시지는 '할 수 있다'였다. 박 대통령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뤄낼 사회·경제적 발전상을 강조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고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박 대통령은 "저는 취임 후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이 이뤄낸 오늘의 대한민국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국민'이란 단어를 20회로 가장 많이 사용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와 '대한민국'도 각각 14회, 13회씩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하는 등 '할 수 있다'와 '자신감'도 네 차례씩 썼다.
두 번째로 많이 언급한 단어는 '경제'로 18회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관련해 "지금 곳곳에서 조금씩 결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더욱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신산업 창출과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뒤 신산업 육성과 노동·교육 개혁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핵개발 중단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등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북한(11회)', '핵(5회)', '통일(5회)', '평화(4회)' 등의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이밖에 '개혁(10회)', '광복(8회)', '함께(8회)', '미래(8회)', '문화(7회)' 등의 단어들도 이날 경축사에서 자주 사용된 키워드였다. 박 대통령의 경축사는 오전 10시18분부터 10시44분까지 약 26분간 진행됐으며 연설 도중에 47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행사장이 아닌 장소나 TV를 시청하는 시민들의 시선은 집중력이 다소 떨어졌다. 한 시민은 “대통령이 강조한 키워드가 ‘국민’ ‘경제’ ‘국가’였지만 최근 폭염에 보여준 여권의 안일한 ‘누진제 대책’, 아직도 사퇴하지 않고 있는 ‘우병우 수석’의 문제가 대통령의 언급에 국민들이 신뢰를 주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새누리당 지지자였다고 밝힌 그는 “야당의 준비도 문제지만 ‘서별관 회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