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온열질 환자, 사망자 속출, 국민들, “누진제, 덥다 더워”
10일 대구, 살인적 38.2도 폭염
10일 경북 경주 낮 최고기온이 38.2도까지 치솟아 올해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대구·경북이 찜통더위에 휩싸였다. 10일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영천 36.9도, 영덕 36.5도, 안동 35.5도, 대구·구미 35.4도, 포항 34.4도 등을 나타냈다. 무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는 예천 지보 37.3도, 대구 달성 37.2도를 기록했으나 경주보다는 기온이 낮았다. 폭염 특보가 내린 곳도 늘어났다. 경주, 포항, 영덕에 내린 폭염 주의보가 오후 1시부터 폭염 경보로 바뀌었다. 폭염 경보를 발효한 지역이 대구와 경북 19개 시·군으로 늘었다. 영양 산간, 울진 산간, 봉화 산간 등에도 추가로 폭염 주의보가 내렸다. 현재 울릉도를 제외한 대구·경북 전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다.
기온이 치솟자 시민들은 한낮 바깥 활동을 접고 시원한 실내 공간에서 과일, 음료수 등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또 일부는 도심 수변 공간이나 공원, 아파트 단지 나무 그늘 등을 찾아 더위를 쫓기도 했다. 대구기상지청은 "날씨가 대체로 맑아 일사가 강한 데다 내륙에서 서풍이 불어 기온이 올랐다"며 "내일도 대구·경북 낮 최고기온이 30∼36도로 예상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전남벌교, 짱뚱어 잡던 80대노인 폭염에 사망
한편, 지난 8일 전남 벌교 갯벌에서는 짱뚱어를 잡기위해 집을 나섰던 80대 노인이 사망했다. 보성소방서(서장 김문용) 홍교119안전센터는 지난 8일 오후 4시 5분경 벌교 장암리 바다 갯벌에서 작업 중인 83세 노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망한 노인은 같은날 오전 7시경 짱뚱어를 잡기 위해 나갔다가 오후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인근 주민들이 수색에 나섰고 119에 신고, 갯벌 수로에 누워있는 사망자를 홍교119안전센터 직원들이 경찰 등 관계기관에 인계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여름철 폭염 속에 어르신들의 무리한 작업을 삼가시도록 당부 말씀드리고 이러한 사고를 대비해 소방서 등 비상연락망을 확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국, 폭염으로인한 온열질 환자, 사망자 속출, ‘폭염’은 재난에 해당하지 않아, 온난화 이상기후 시대-정부대책, 입법대책 필요
전국이 맹렬한 불볕더위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국민안전처는 올해 폭염을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수은주가 30도 이상 치솟는 날이 계속되면서 무더위로 인한 환자 또는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안전처가 밝힌 열사병 등 온열질 환자는 올들어 지난 27일까지 60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8명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중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6명이다. 인명 피해 뿐만 아니라 가축이 집단 폐사를 하거나 밤새 켜둔 선풍기, 에어컨 등이 폭발하는 등의 피해도 연일 발생하는 양상이다.
안전처는 폭염을 특정 기온 이상으로 올라 재산과 인명에 피해를 주는 재난으로 정의하고 이에 기초해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일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넘게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될 때 발령된다. 31일 기준 울산·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주요 도시와 경북·경남·전남 일대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서울과 경기 전역, 충남 등지에서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사실상 전국이 폭염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남 남해군 고현면에서 박모(97) 할머니가 무더위 속에서 밭일을 하다가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인근 주민 하모(82·여)씨가 같은 날 오후 5시20분께 박 할머니를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지난달 8일에는 89세 노인이 경북 의성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6월18일 광주 북구 일곡동에서 80대 여성이, 6월25일에는 경북 김천에서 60대 노인이 땡볕 아래 야외에서 쓰러져 숨을 거뒀다. 안전처가 밝힌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질 환자는 4239명, 사망자만 해도 47명에 이른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559명에 달한다.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 가축들도 대거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이 올해 가축재해보험 접수 사례를 토대로 분석한 닭·오리·돼지 폭염 폐사 사례만 해도 13만1820마리에 이른다. 전체 농가가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볼 때 실제로는 더 많은 가축이 폭염으로 인해 폐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나 가축 외 각종 피해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냉방기를 사용하다가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4층짜리 상가에서 지난달 26일 오전 10시40분께 발생한 화재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틀어뒀던 선풍기가 문제가 됐다.
이모(54·여)씨가 이른 오전부터 켜둔 선풍기가 과열로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났고, 주변으로 옮겨 붙었던 것이다. 이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민 5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건물 일부가 소실되면서 23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폭염은 건조물 등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철로나 건물 내부의 구조물이 변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폭염은 이처럼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재난이다. 반면 폭염 관련 구호 대책은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처는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는 등 폭염을 재난에 준해 관리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폭염은 자연재난에 관한 법률상 명시된 재난이 아니다.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제3조는 재난을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과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다.
법에서 정하는 자연재난 안에 폭염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재민의 보호와 생활안정을 위한 재해구호법상 재난에도 폭염은 빠져있다. 따라서 가령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폭염으로 세상을 떠났을 지라도 구호금 등 실질적인 지원은 받을 수 없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폭염을 현재 관리는 하고 있으나 재난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며 "폭염이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재난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농어업재해대책법과 같이 폭염을 재난으로 다루는 법률도 일부 있다. 동법 제2조 2항에서는 가뭄과 홍수, 호우, 해일, 태풍, 강풍 등과 함께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농업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안전법상 명시된 다른 재난과 비교해볼 때 매년 사망자가 속출하는 폭염에 대한 대응·관리 체계는 미약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대통령령인 사회재난구호및복구비용부담기준등에관한규정에 의하면 태풍이나 호우 등 자연재난으로 사망하거나 실종하는 경우 생활안정지원 차원에서 세대주에게는 1000만원, 세대원에게는 500만원의 구호금이 지급된다. 또 재난 취약 지역을 선정하고 안전점검 등 관리하는 체계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돼 있다.
반면 폭염은 이런 규정에서 아예 누락돼 있다. 정책 상의 지원 수준도 다른 재난과 비교했을 때 부실한 편이다. 정부는 현재 폭염 대책으로 재난 도우미를 운영하고 마을회관 또는 노인시설 등 전국 1만7975곳에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낮 시간에만 운영되기 때문에 야간에는 이용할 수 없다. 일부 쉼터에는 에어컨이 아예 없어 유명무실한 곳도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폭염도 다른 재난에 준하는 수준에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취약군 관리, 관련 데이터 확충은 물론 체계적인 지원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폭염으로 매년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대책 마련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와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며 "취약세대를 지정해서 정교하게 대응하고 주의보 발령시 냉방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실질적 조치가 병행돼야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존입장 고수, 청와대, 여당은 폭염속 전기요금 누진제 꿀먹은 벙어리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나 정부도, 여당도 더위를 잡수셨는지 아무런 언급이나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계속된 폭염이 전국에서 맹위를 떨치자 전력 사용량도 연일 최대 전력 수요치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계속되는 열대야 현상 때문에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계속 냉방기구를 사용하는 가구들이 많다. 버티기 힘든 더위 때문에 에어컨을 켠 채 잠을 청하는 국민들은 다음 달에 날아올 ‘전기 요금 고지서’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누진제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다는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루 3∼4시간 정도 합리적으로 에어컨을 사용하면 ‘요금 폭탄’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전기소비량이 적은 가구의 부담만 늘어나고, 상위 1%를 위한 부자 감세와 같은 결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정부의 입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의 기사 댓글에 연이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누진제가 무서워 에어컨 모셔놓고 몇 번 틀지도 못했다”면서 “에어컨이 있어도 못 키고 버티고 있으면 지옥체험을 하는 것 같다. 이럴꺼면 굳이 에어컨을 왜 샀나 싶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너무 더워서 에어컨 켰는데 마치 1% 부자가 된 것 같다”며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조롱했다. 이 밖에도 누진제와 관련한 기사에는 ‘누진제랍시고 요금 11배 뻥튀기는 터무니없다. 요금 현실화해라’, ‘다음 대선엔 누진제 개편해줄 후보를 뽑고 싶다’ 등 누진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폭염과 경제적 부담감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는 국민들은 급기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기요금을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한 국민들은 2012년 8월6일부터 2013년 11월21일까지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의해 산정된 전기요금이 부당이득에 해당된다고 보고 반환을 청구했다. 소송에 참여한 국민은 1000명을 훌쩍 넘겼다. 전기 요금 반환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곽상언(45·법무법인 인강)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용 전기는 소득과 관계없이 집에 사람이 많고 오래 있을수록 사용량이 늘어나게 돼 있다”며 현행 누진제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전기는 국민들이 생활을 위해 소득과 관계없이 사용하는 것”이라며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적게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부의 입장을 비판했다.
누진제 고수를 둘러싸고 산업부는 갈지자 갈팡질팡 행보를 하고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 2월 기자 간담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신산업 등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현재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여름에 했던 한시적 할인제도는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올해 들어 이날 처음으로 이처럼 전기료를 내릴 수도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전기세 인하를 포함한 현 규정을 바꾸겠다는 산자부의 입장은 5월초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돌연 지난달 14일 산업부는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 여름철에 누진제 완화나 한시적 전기료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록적인 폭염에 서민들의 불쾌지수가 올라는 가운데, 산업부가 반년 만에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대책없는 그 속에서 살인적 폭염의 최대대상들은 모두 노약자 주부, 어린아이들이다. 한 시민은 “난 오랜 새누리 지지자였지만 이제 정나미 떨어진다. 누가 새 당대표가 되었지만 과연 이 폭염 속에서 그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도 관심이 없다. 그가 보여온 행보가 이미지 쇼인지, 이런 전국적 폭염분노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겠다. 도대체 청와대나 정부세종청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에어컨 걱정을 모른다. 선거때 보자!”라고 화난 말을 쏟아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